여름 내내 춘천은 태권도의 중심이자 세계적인 무대였다. 2025 세계태권도문화축제와 코리아오픈 대회가 성공적으로 개최되었고, 전 세계에서 태권도를 사랑하는 이들이 춘천으로 모여들었다. 또한 국내 최초의 태권도 예능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MBN 위대한쇼 태권’의 촬영지로 춘천이 선택되며 공지천과 스카이워크는 태권도와 예능이 결합된 독특한 무대로 변신했다. 춘천은 스포츠와 문화, 예술이 결합된 태권도의 진수를 선보이며, 이 여름을 태권도와 함께한 세계인의 기억 속에 깊이 새기게 되었다.
2025 세계태권도문화축제‧코리아오픈 개막식 현장
개막 다음 날인 7월 8일 저녁, 춘천 송암동 에어돔은 열기로 가득했다. 2025 세계태권도문화축제와 코리아 오픈 대회의 화려한 개막식이 펼쳐진 이곳에는 시민과 세계 각국 선수, 가족, 관광객 등 무려 1,000여 명이 넘는 인파가 몰려들었다. 태권도에 대한 열정과 기대가 응축된 현장이었다. 기온은 35도에 달했다. 찜통 더위 속에서 에어컨도 버거울 만큼 후끈한 공기가 실내를 가득 채웠지만, 그 누구도 자리를 뜨지 않고 끝까지 관중석을 지켰다.
이번 개막식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것은 국내 최초 태권도 예능 서바이벌 프로그램 ‘위대한쇼 태권’의 파이널 무대였다. 최종 경연에 오른 세 팀의 생중계는 그 자체로 하나의 ‘태권도 콘서트’였다. 무대에 오른 선수들은 발차기, 돌려차기, 방향격파, 장애물 격파 등 생전 처음보는 품새를 선보였고, 관객들은 숨을 죽이며 눈을 떼지 못했다.
태권도 기술을 바탕으로 구성된 퍼포먼스는 힙합의 리듬과 춤의 동선에 맞춰 자유롭게 변형되었고, 전통 무용의 우아한 동작은 태권도의 고난도 기술과 결합되어 마치 하나의 예술작품처럼 표현되었다. 이처럼 태권도는 과거의 전통을 현대적인 요소와 융합하여, 스포츠를 넘어서 문화와 예술로서의 가능성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관객의 환호가 가득했던 이 날 무대는 춘천 시민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했다.
현장에서 관람한 이관균(45) 씨 는 “태권도 하면 겨루기와 격파 이미지부터 떠오르는데, 오늘 본 공연은 고난도 태권 기술들이 춤과 결헙해 마치 하나의 예술 작품을 보는듯한 감동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이날의 열기는 경기장 밖까지 이어졌다. 축제장 주변에는 태권도 체험부스, 지역 먹거리 장터, 전통공연 등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넘쳐났다.
태권도 예능 춘천으로 몰려오는 까닭
지난 6월 27일 첫 방송 이후 역대급 캐스팅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화제를 모으고 있는 MBN프로그램 ‘위대한쇼 태권’의 주요 촬영지는 춘천이다. 또한 국가대표 출신 태권 영웅 이대훈과 오혜리가 전국의 태권도 유소년 수련생을 대상으로 유망주 팀을 선발하고 훈련시키는 SBS의 ‘내일은 태권왕’ 역시 춘천에서 촬영됐다. 어린 참가자들은 7월 15일부터 열린 춘천코리아오픈에 출전해 그 성과를 점검하기도 했다.
SBS ‘내일은 태권왕’의 어린이 참가자가 2025 춘천 코리아오픈에 출전해 겨루기를 하고있다
‘태권도 예능’이라는 새로운 장르가 춘천을 주목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춘천은 세계태권도문화축제와 코리아오픈, 각종 국제대회 등 굵직한 국제대회를 꾸준히 개최하며, 태권도 경기장과 시범단, 에어돔까지 탄탄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 태권도를 사랑하는 시민들의 열정과 참여가 도시 전역에 살아 있어, 제작진 입장에서는 스포츠와 예술, 시민 참여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생생한 현장을 담아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다양한 국적과 배경의 태권도인들이 모여드는 글로벌 허브로서, 예능 프로그램의 스토리텔링이나 감동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무대가 제공되는 것도 큰 장점이다.
무엇보다 열린 행정과 문화계, 시민이 한마음으로 ‘태권도의 도시’라는 정체성을 만들어가며, 새로운 포맷이나 실험적인 콘텐츠 제작에 대해 열린 태도로 협력한다. 태권도를 중심으로 경기, 문화, 산업, 체험이 유기적으로 융합되는 플랫폼이 이미 구축된 상태로 이제 춘천은 단순한 촬영지를 넘어 태권도 문화콘텐츠의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하는 특별한 공간이 되었다.
개막식 파이널 무대를 준비하는 ‘위대한쇼 태권’의 김민혁 PD를 만나 춘천에서 촬영한 소회를 물었다. 그는 “춘천처럼 태권도와 문화, 자연이 어우러진 도시는 드물다. 태권도 오디션을 기다려온 수많은 태권도인들에게 춘천이 꿈의 무대가 됐다”라며 “지난 3월부터 7월까지 2주에 한 번씩 춘천에 와 촬영을 하며 두 계절을 온전히 태권도와 춘천에서 보냈는데 시민들의 따뜻한 환대와 도시의 활기가 프로그램에 큰 힘이 됐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춘천레저태권도조직위원회 이상민 부위원장은 “춘천은 이제 단순한 경기장이 아니라 태권도의 예술적, 문화적 가치를 잘 살려내는 무대가 되었다”라며 “예능프로그램의 촬영은 춘천의 문화와 풍경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 태권도의 인식을 한층 높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라고 말했다.
세계 속의 춘천, 태권도 문화의 허브로 도약
올해로 3회째를 맞은 ‘세계태권도문화축제’와 20년 전통의 ‘코리아오픈국제태권도대회’가 하나로 묶여 7월 한 달간 춘천은 명실공히 태권도의 수도로 변모했다. 7월 7일부터 13일까지 열린 세계태권도문화축제에는 35개국 1,100여 명의 선수단이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들은 월드컵팀챔피언십, 다이내믹 태권도, 시범경연‧격파, 장애인오픈챌린지 등에 출전해 그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겨루었다.
축제현장에서 문화공연을 즐기는 세계 각국의 선수들
이어 7월 15일부터 20일까지는 50개국 2,400여 명이 참가한 코리아오픈국제태권도대회가 열렸다. 이 기간 동안 춘천 곳곳은 태권도 경기와 시범, 퍼포먼스, 문화 공연, 체험 부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가득 찼다. 시민들은 가족 단위로 경기장을 찾아 응원하며, 세계 각국 선수들과 사진을 찍으며 글로벌 축제의 주인공이 되었다.
2025 세계태권도문화축제 ‘다이나믹 태권도’
시민이 주인공인 축제, 체험과 일상의 경계 허물다
올해 열린 태권도 축제가 더 주목받았던 이유는 단순한 경기 대회를 넘어 관람형 스포츠 축제라는 축제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시민이 단순한 관람객이 아닌 ‘참여자’가 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축제 분위기 조성에 큰 역할을 한 ‘야외공연존’, 도심 속 물놀이장과 여름관광 콘텐츠를 제공한 ‘의암호 썸머워터페스티벌’, 레저스포츠와 태권도가 만난 딥워터솔로잉 대회 등 부대행사가 시민과 선수는 물론 국내외 관람객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과 마임, 연극, 밴드 공연이 축제 기간 내내 이어졌고, 그중 백미는 7월 12일 밤 송암보조경기장에서 열렸던 ‘환상의 드론라이트쇼’였다. 태권도를 테마로 한 환상적인 빛의 공연을 보러 온 시민들은 수백대의 드론이 만들어내는 태극기와 춘천의 상징물들을 보며 한여름 밤의 더위를 날렸다.
대회기간 동안 태권도복을 입고 방문하면 춘천 주요 관광지 할인 혜택을 주었던 ‘도복입고 도장깨기’ 이벤트를 개최하고, 참가자를 대상으로 춘천의 주요 관광지를 순환하는 ‘시내관광순환 셔틀버스’를 특별 운영해 춘천의 매력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도시정체성+지역경제, 춘천의 새로운 미래를 품다
이번 축제는 춘천 지역 경제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세계 50개국에서 약 3,500여 명의 선수단이 참가한 2건의 국제태권도대회는 숙박 외식 교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소비를 유발하며, 약 129억 원에 달하는 경제적 파급효과를 창출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특히 숙박업소와 음식점, 전통시장 등은 평소보다 훨씬 많은 국내외 방문객들로 북적였고, 춘천은 태권도 관련 기념품 판매와 지역 특산품을 홍보하는 중요한 장으로 변모했다. 송암 스포츠타운에서 마켓부스를 운영한 한 상인은 “작년 축제 기간 보다 외국인 손님이 부쩍 늘었고, 태권도 관련 기념품이 불티나게 팔렸다”고 말했다.
축제를 통해 춘천이 얻은 효과는 실제로도 크다. 단기적으로는 관광객 유입으로 지역 경제가 살아났고, 시민 참여와 자원봉사 활동으로 공동체 의식이 제고되었다. 중장기적으로는 태권도 콘텐츠 산업이 춘천에 뿌리내릴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 예능, 오디션, 공연 등 태권도형 K-컬처 산업의 수도로 성장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WT 관계자들도 이번 축제를 “국제 교류와 콘텐츠 산업의 결합 사례로 주목할 만 하다”라고 평가했다.
태권도의 여름은 끝나지 않았다. 춘천시는 이 축제를 연중 태권도 일상 플랫폼으로 발전시기 위한 후속 전략을 가동중이다.
매년 열리는 세계태권도문화축제의 고도화,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 개최, 태권도 체험센터, 국제캠프 등 태권도 관광 콘텐츠 개발, 태권도장 교육산업박람회, 태권도 예능프로그램 제작 등 태권도를 매개로 한 관광, 문화, 산업, 도시브랜드의 융복합 발전 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춘천2025 KTA 태권도장 교육·산업박람회
춘천은 지금, 세계를 품은 도시가 되고 있다. 단지 스포츠 축제를 개최해서가 아니라, 그 스포츠를 문화로 승화시켜 시민과 함께 나누는 방식을 택했기 때문이다. 도복을 입은 도시, 춘천. 그 여름은 이제 세계인이 함께 공유하는 기억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