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남이섬의 진주, 배바위를 아시나요
내륙에 배 한 척을 감추고 은밀하게 숨어 있다는 소남이섬을 찾았다.
강촌을 지나고 소주고개 터널을 빠져나와 발산리 남 면사무소 앞 추곡천변 길을 따라가면 충효대교가 보인다. 이 다리 조금 못 미쳐 왼쪽에 있는 작은 다리(황골교)를 건너 고갯길로 들어선다. 경춘 고속도로 굴다리 밑을 지나 고개에 올라서니 탁 트인 산하가 한눈에 들어온다. 와우! 마치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는 듯 시원한 풍경이다. 발끝 절벽 아래로 너른 백사장을 휘돌아 나가는 물길의 모습이 아름답다. 근교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게 놀랍기만 하다.
왼쪽엔 좌방산(502m)이 불뚝 솟아 있고 오른쪽으론 홍천군 서면의 형제봉(232.5m)이 버티는 계곡 사이로 화양강(홍천강)이 흐르고 있다. 그 물길 너머로 숫산, 노고산 등이 겹겹이 이어지는 먼 산들의 실루엣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아무도 모르게 숨어 있던 비밀의 정원을 발견한 것 같은 기분이다. 이 아름다운 풍경의 중심에 있는 삼각주가 바로 소남이섬이다.
개발의 변화를 거치지 않은 자연과의 만남은 또 다른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북한강 남이섬의 명성에 가려 별로 알려지지 않은 곳이지만 2013년 TV 예능 프로인 ‘1박 2일’ 촬영 후 많이 알려진 곳이다. 모래섬은 두 개로 나뉘어 있다. 상류의 소남이섬으로 향한다. 강물이 많은 여름철에는 배를 이용해야 접근할 수 있지만 겨울철이라 흙을 메워 만든 임시 통행로로 진입할 수 있었다.
이 섬은 춘천시 남면 발산리에 위치한 19만㎡(5만 7,000평)에 이르는 사유지이다. 섬 외부로 둑을 두르고 안에서는 밭농사를 짓고 있었다. 중심 진입로에는 가로수가 도열하고 있고 관리 건물도 보인다. 상류의 둑이 처음 시작되는 지점에 다다르자 배바위가 자태를 드러낸다. 모래밭인 줄 알았으나 이곳부터는 자갈밭이다. 바람결에 일렁이는 억새밭 너머의 배바위가 아름답다.
멀리서 보던 것과는 달리 그 규모가 웅장한 편이다. 대충 크기를 보니 높이 10m, 길이는 30m 정도이다. 일부 사람이 군함바위라 부르는 것이 비로소 이해된다. 주변여건과 생뚱맞게 홀로 서있는 배바위는 어디서 떠내려 왔던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 같은 모습이다. 바위 위의 몇 그루 소나무가 마치 돛처럼 보인다. 자연 그대로 멋진 수석이자 분재였다. 사각의 액자틀만 갖다 대면 그대로 한 폭의 산수화이다. 기록상으로는 천근암(天根巖)이라 불린다. 결국 배바위라는 이름은 후대에 그 외형적 모습을 보고 지어진 이름일 것이라 추정해 본다.
13도의군도총재로 을미의병을 이끈 의암 류인석의 스승인 성재(省齋) 류중교(柳重敎)가 ‘상류에 커다란 암석이 물살을 가르며 강 가운데 있어 모여 앉아 술잔을 기울이며 시 한 수 읊조릴 만하니 ‘천근암’이라 명명한다(江上流 有大石截流入江中 可列坐觴詠 命曰 天根巖)’라는 기록이 전해진다. 가정리에 학문적 둥지를 틀었던 화서학 파의 성재 선생 문하생들이 이곳 홍천강 물길을 드나들며 선정한 명소 9개소를 니산구곡(尼山九曲)이라 하는데 천근암은 제9곡인 오지소(吾止沼) 바로 옆에 위치한다.
아쉽다면 이 아름다운 자연의 풍광이 방치되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사유지로 주변 마곡유원지와 접해 있어 찾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으나 제대로 빛을 발하지 못 해 아쉽기만 하다. 소남이섬과 배바위의 그 존재와 가치는 무한한 관광자원이다. 비록 두 남이섬이 모두 타 지역과 경계상의 지점에 있어 향리의 눈길에서 조금 벗어나 있지만 분명 내 고장에 위치한 아름다운 명소들이다. 강물이 얼어 돛을 올리고도 출항하지 못하는 배바위를 뒤로하고 돌아선다. 개발이 우선시되는 시대에 얼마나 이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 보존될지 걱정스러워 가슴 깊은 곳에 배 바위를 담아둔다.
글·사진 심창섭(본지 편집위원 · 전 춘천문인협회장)
춘천에서 나고 자랐다. 춘천시청에서 문화재 업무를 전담하다 2006년 정년퇴직 후 수필가 및 사진가로 활동 중이다.
사라져 가는 춘천의 풍경과 민속 문화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기록 중이다. 저서로 포토에세이 <때론 그리움이 그립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