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우산을 수리하는 손길 ‘마중우산’
비 오는 날, 누군가를 위해 우산을 들고 마중 나가던 따뜻한 기억.그 마음이 담긴 ‘마중우산’이 춘천에서 조용히 펼쳐지고 있다. 버려진 우산 하나가 누군가의 손을 거쳐 다시 쓰이는 이 프로젝트는단순한 재활용을 넘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을 잇는 작은 다리이자, 사라져가는 온기를 살리는 일이다.
춘천미래동행재단 탄소중립활동사업단이 운영하는 ‘마중우산’은60세 이상 어르신들이 폐우산을 직접 수리해 시민들과 나누는 순환 활동이다. 부러진 살대를 다시 끼우고, 찢어진 천을 손바느질로꿰매며, 어르신들은 단순한 수리를 넘어 마음을 보탠다. 그렇게 고쳐진 우산은 시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공유된다. 다시 펴지는우산 한 자락에는 삶의 경험과 정성이 함께 담겨 있다.
참여자 중 한 분인 정성기 어르신은 “탄소중립이 중요하다는 말은많이 들었지만, 정작 무엇을 해야 할지는 몰랐어요”라며 당시를 떠올렸다. “그런데 재활용으로 쓰레기도 줄이고, 내가 직접 뭔가에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움직였죠. 기술도 배울 수 있고요.” 그렇게 신청서를 냈고, 심사를 거쳐 활동에 참여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큰 기대 없이 시작했다는 정 어르신은 활동을 거듭할수록 달라졌다고 말한다. “같이 활동하는 분들과 하루하루 우산을 손보다 보니, 이게 참 의미 있는 일이더라고요. 내가 이렇게 조그만걸 실천함으로써 탄소중립에 기여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만족감이큽니다.”
우산을 수리 중인 어르신들(왼쪽부터 정성기, 이창운 강사, 김영금 님)
마중우산은 단순히 고쳐 쓰는 물건 하나에 그치지 않는다. 망가졌다고 쉽게 버리는 것이 아니라, 고치면 다시 쓸 수 있다는 깨달음.그것은 사람과도 닮아 있다. 어르신들의 손길은 단지 수리가 아니라, 우리가 잊고 있던 정성과 시간, 그리고 느긋한 손맛을 다시 불러온다. 누군가는 그 우산으로 다시 보호받고, 누군가는 그 우산을 들고 누군가를 마중 나간다.
이 사업은 6월부터 9월까지 시범 운영 중이며, 시민들의 참여와호응에 따라 내년 정규 사업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더불어 우산 수리 기술을 배우는 기회를 통해 점차 사라져가는 장인의맥을 잇고, 어르신들의 새로운 역할과 일자리로도 연결될 수 있다.
정 어르신은 마지막으로 이렇게 당부했다. “춘천 지역에서라도 다같이 쓰레기를 줄이려는 데 함께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집에 안쓰는 우산이 있다면 언제든지 우리 재단에 맡겨 주세요. 우리가고쳐서 다 함께 나눠 쓸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마중우산’은 그렇게, 혼자서는 실천하기 어려운 탄소중립을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비 오는 날, 다시 펴지는 우산 하나가 우리 곁에 머무는 따뜻한 마음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