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데이’ 기획자 이민우 매니저
누구나 한 벌쯤은 있다. 바지 길이가 길거나 허리가 커서 자주 입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버리지는 못하고 방치된 옷. 이런 옷들을수선집에 맡기거나 직접 고쳐 입는다면? 돈도 아끼고, 환경도 살릴 수 있지 않을까?
매주 일요일 오후 2시. 아름다운가게 춘천석사점에는 자신이 입던 옷을 되살리려는 사람들이 모인다. ‘2025 춘천시 탄소중립 정책지원 연구과제 공모’에 선정된 의류 수선 프로그램 ‘수선데이’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이번 행사를 계획한 이민우 매니저는 “버려진 옷들은 제3세계로 보내져 분류된 후 판매되기도 하지만, 강에 방치되거나 그냥 불로 태워지는 경우가 많다. 이때 엄청난 환경 오염은 물론 탄소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금이라도버려지는 옷을 줄이고 무엇보다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일이 뭘까 고민했다”고 덧붙였다.
‘수선데이’ 참가 기준은 단 하나다. 새옷이 아닌 기존에 입던 옷을가져와 직접 고치는 것. 이를 위해 의류 디자이너, 자수 공예가 등4명의 수선활동가와 2명의 매니저가 동참했다. 수선활동가들은직접 옷을 고쳐 주는 것이 아니라, 가이드만 전달한다. 이를 바탕으로 참가자들이 직접 재봉틀을 이용하거나 손바느질로 옷을 수선한다. 김미숙 씨는 “자칭 아름다운가게 VIP인데, 옷값보다 수선비가 더 많이 든다. 이번 기회에 조금이나마 환경에 보탬이 되고수선비도 절약할 수 있어서 좋다”며 환히 웃었다.
직접 내 손으로 고쳐보는 옷 수선
수선활동가와 참가자들이 수선 방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수선데이’는 2025년 10월까지 진행된다. 또한 매장 내 의류를 무게 단위로 판매하는 팝업스토어 ‘100g의 지구’도 함께 운영 중이다. 이민우 매니저는 “향후 매장 안에 재봉틀을 두고 사람들이 직접 수선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할 계획이다. 안 입는 옷을 재사용하고 수선해서 입는 것을 넘어 쿠션이나 앞치마로 만들어 업사이클링하는 방법 등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이민우 매니저는 옷을 오래 입고 수선해 입는 것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인터뷰 당일에도 “청바지 허벅지 부분이 살짝 찢어져 아내가 손바늘로 꿰매줬다”며 수선한 곳을 보여주며 웃었다. 최근엔 인조가죽 자켓도 수선 테이프를 이용해 간단하게 고쳐 입었다고 한다. 옷뿐만이 아니다. 투철한 절약정신으로집에서는 잔소리쟁이를 자처한다. “불 꺼라.” “아껴 써야지.” 이런 말을 자주하다 보니, 두 딸이 싫어할 할 수밖에. 그러던 어느 날, 초등학교 5학년인 첫째딸이 한 말에 당황하고 놀란 적이 있다.
“아빠, 요즘 태어나는 아이들은 참 불쌍한 것 같아. 나는 12년이나 살았지만,환경이 이렇게 계속 망가지면 어떻게 살아?”
이민우 매니저는 한동안 아무 말도 못 했다. 그래서 오늘도 고민하고 실천한다. 그는 “지구 지키기, 환경 운동은 거창한 것이 절대 아니다. 텀블러를 사용하고, 일회용품을 줄이고, 옷을 오래 입고 수선해 입는 것 등이 모두 해당된다. 어려워 말고 사람들이 하나씩 조금씩 실천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Mini Interview
참여 동기는?
의류 디자이너부터 판매까지 의류업에 10년정도 몸담았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일을 그만뒀는데, 지인의 소개로 이민우 매니저님을 알게 되어 ‘수선데이’에 동참하게 됐다. 다른 사람을 가르친 경험은 없지만 내 실력을 발휘할수 있어 좋았다.
직접 활동해 보니…
떨리고 설레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웃으며마무리할 수 있었다. 바지 허리나 주머니 수선을 도와주며 환경, 육아 등 수다를 떨다 보니 금방 끝났다(웃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어릴 적부터 환경에 관심이 많았다. 소소한 일이지만 관심사가 같은 사람들이 모였다는 것만으로도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또 환경에 대해 생각하는 춘천시민들이 많다는 것에괜히 모를 자부심과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의류업에 대한 미련은 없다. 이번 ‘수선데이‘처럼내가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언제든 동참하고 싶다. 수선과 관련된 일이 아니어도 좋다. 꽁초줍기 등을 하면서 환경에 대해 조금이나마 보탬이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