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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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414

2025-07
#도란도란 #봄내를꿈꾸다
의암호에서 이 카누를 본 적 있나요?
시민기자가 취재하는 춘천시민 이야기


 의암호 지킴이 이원도 씨 


“기자님, 빨리 저랑 카누에 타시죠. 오늘은 바람도 없고 쓰레기줍기에 딱 좋은 날씨에요. 어제 토요일이라 낚시꾼들이 버리고 간게 많을 거예요. 서둘러요, 출발합시다!”


6월의 어느 따사로운 일요일 아침. 춘천 의암호 우두동 선착장에서, 환경정화 활동을 위해 카누에 몸을 싣고 있는 이원도 씨를 만났다. 인사를 나누기도 전에 그는 자연스럽게 카누에 오를 것을권했고, 그렇게 예고 없이 의암호로의 짧은 항해가 시작되었다.


춘천 시민들에게 익숙한 의암호. 늘 육지에서 바라보며 멋진 풍경을 감상하곤 했지만, 오늘은 달랐다. 직접 호수 위에 떠 있는 카누에 올라 바라보는 풍경은 낯설고도 신선했다. 물살 사이로 스쳐가는 바람, 수면 위에 반사되는 빛, 그 너머에서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는 또 다른 의암호의 얼굴. 육지에서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하나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의암호에는 중도 같은 섬도 있고, 수심이 낮은 수초지대도 많아요. 이런 곳에 스티로폼 같은 쓰레기가 모이기 쉬운데요, 그런 지역을 샅샅이 돌며 쓰레기를 줍기에는 동력이 없는 카누가 제격이죠.”이원도 씨는 벌써 3년 넘게, 자신이 직접 만든 카누를 타고 의암호곳곳을 누비며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처음에는 산책 중 플로깅을 하며 길가의 쓰레기를 주웠다. 그러다 어느 날, 의암호 주변 데크아래에 점점 쌓여가는 쓰레기들을 보고는 생각이 바뀌었다고 한다.



‘호수 안까지 들어가 수거해야겠다’는 결심은 그렇게 시작되었다.“의암호는 시민들에게 정말 많은 걸 줍니다. 휴식, 레저, 자연 속의평화 같은 것들이요. 그런데 사람이 많아질수록 쓰레기도 함께 늘어요. 저는 이 호수가 준 것에 대한 작은 보답이라 생각하며 꾸준히 쓰레기를 줍고 있어요.”

호수에 버려진 스티로폼 같은 쓰레기는 육지보다 훨씬 더 오랜 시간 방치되기 쉽고, 결국 미세플라스틱으로 변해 호수 생태계를 위협하게 된다. 이원도 씨가 처음 쓰레기 수거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처리되지 않은 쓰레기들이 수면 위를 떠다니며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사실 처음엔 엄두도 안 났죠. 그래도 매주 한 번씩 꾸준히 하다 보니이제는 눈에 띄는 쓰레기가 많이 줄었어요. 덕분에 어느 지점에쓰레기가 많이 쌓이는지도 파악하게 돼서, 지금은 저만의 의암호쓰레기 지도가 생겼답니다.”


기자 역시 한 시간 남짓, 카누를 타고 그와 함께 호수를 돌았다. 때때로 불어오는 바람에 카누가 휘청였고, 미끌미끌한 돌 사이에 낀쓰레기를 집으려다 물에 빠질 뻔한 순간도 있었다. 그럼에도 묵묵히 쓰레기를 줍는 그의 모습은 인상 깊었다.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마음 깊이 고마움과 존경이 차올랐다.


혹시 앞으로 의암호 어딘가에서 카누 한 척이 조용히 호수를 누비

고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이원도 씨일 것이다. 그를 마주친다면

손 한번 흔들어주자. 그리고 마음속으로 이렇게 외쳐보자.

“의암호 환경 지킴이, 이원도 씨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