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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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414

2025-07
#도란도란 #봄내를꿈꾸다
그림책을 보는 할배
시민기자가 취재하는 춘천시민 이야기


 백완기 씨의 두번째 인생 


머리칼이 온통 하얀 노인이 분주하게 그림책을 정리하고 있다. 넓지 않은 공간이지만 어쩐 지 정갈하고 따뜻하다. 감미로운 음악이잔잔히 흐르는 이곳은 백완기 씨가 운영하는 그림책방 ‘백양과 이슬’이다. 그는 청소년 수련관 활동가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청소년 쉼터와 수련원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며 마음 둘 곳을 찾는이들을 만났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아이들을 위한 삶에 눈을 떴다. 유아교육과에 다시 입학했고, 두 자녀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며그 매력을 온몸으로 느꼈다. 특히 어린 딸이 그림책에 푹 빠져 어느새 스스로 글을 깨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는 그림책의 힘을믿게 되었다.



2023년 정년퇴직을 맞은 그는 오래 전 부모님이 30년 간 운영하던 ‘백양상회’를 떠올렸다. 방치된 공간을 정성껏 손질해 ‘백양과이슬’이라는 이름의 작은 그림책방으로 되살렸다. 백양에는 부모님의 삶을, ‘이슬’에는 그의 새로운 꿈을 담았다. 이곳은 북카페도,도서관, 상업적인 공간도 아니다. 그림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조용히 모여드는 마음의 골목같은 곳이다. 세계 명작 그림책들로 채운 작은 서가는 아이들을 위한 동시에 어른들을 위한 안식처다.음료는 ‘다음 사람을 위한 나눔’으로 제공되고, 최소한의 비용만으로 운영된다. 찾는 이들은 많지 않다. 하지만 그는 그림책을 사랑하는 몇몇과 진심으로 소통하길 바란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경험은 평생 남을 유산입니다.” 이제는손주를 돌보는 세대가 된 또래들에게 그는 그림책의 즐거움을 전하는데 마음을 쏟는다. 장난감보다 한 권의 그림책이 더 오래 기억될 수 있다고 그는 믿는다. 최근엔 ‘그림책 보는 할배’라는 이름으로 블로그도 시작했다. 아직은 글은 많지 않지만, 그는 조용히자료를 쌓아가며 언젠가는 춘천을 넘어 더 많은 이들과 그림책을나누고 싶다는 꿈을 품고 있다.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간다고 했다.오늘도 그는 오래된 건물 안에서 오래된 꿈을 천천히 그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