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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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61

2021.2
#봄내를 만나다
문화도시 지정 특집 2
현관문 나서면 10분 안에 문화 접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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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문화도시 지정)된다고 생각하고 죽을 힘을 다해 일할 생각입니다.”


춘천문화재단이 문화도시 지정 작업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지난해 4월 문화도시센터를 신설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할 때 춘천문화재단 직원들이 이를 악물고 밝힌 포부다. 법정 문화도시 선정을 위해 분투한 춘천문화재단 김희정 사무처장과 강승진 문화도시센터장을 만났다.


춘천문화재단 김희정 사무처장과 강승진 문화도시센터장


Q. 법정 문화도시로 선정되면 시민에게 어떤 혜택이 돌아오는지 묻는 분이 많습니다. 체감할 수 있는 혜택이 있나요?

김희정 사무처장 우선 직업군으로서 예술영역 시민들의 일자리가 늘어날 것입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문화예술 활동이 대폭 늘어나면서 예술창작자는 물론 기획자, 스태프 등 문화예술 분야 종사자들의 활동기회가 더 많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향유자로서의 시민은 향유자에 머물지 않고 스스로 자기 취향과 요구에 맞는 공동체 활동을 넓혀가면서 문화도시 계획에서 제시한 ‘낭만 이웃’으로서 서로 연대하게 되고 그것이 시민의 삶을 안전하게 해주는 문화안전망으로 작동할 것입니다.
또 10분 안에 접속할 수 있는 문화거점 공간의 확보로 문화접근성을 높여 시민들에게 도시 속 삶의 만족도를 높여줄 것입니다.


Q. 10분 안에 접속할 수 있는 문화거점 공간이 쉽게 상상이 안 됩니다. 두 가지 정도 예를 들어 주세요.

강승진 센터장 시민들의 문화접근성을 높이는 전략으로 걸어서 10분, 자전거로 10분,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접근 가능한 문화공간과 활동, 프로그램, 매개자를 만날 수 있도록 촘촘하게 사업과 프로그램을 지원한다는 이야기인데요.
도심권의 경우에는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도시가 살롱’ 프로그램과 생활권 문화공간인 ‘인생공방’의 예를 들 수 있습니다. 동네책방, 카페, 공방 등에서 지역사회 문화소통 플랫폼을 만드는 거죠. 자전거로 10분 거리에는 자전거도로로 연결되는 문화시설 및 공간, 또 산책로와 자전거도로 주변의 근린공원에서도 시민주도의 문화활동이 벌어지는 판을 만들겠다는 이야기입니다. 자동차로 10분은 아무래도 외곽지역과 읍·면지역에 거주하시는 분들에게는 도심까지 들어오는 시간이 걸리다 보니 읍·면 지역에 중요 거점을 만들고 그곳에 공간, 활동, 사람을 통합지원하는 형태가 될 것 같습니다.
자신의 취미나 취향, 고민과 사색을 나눌 수 있는 커뮤니티 활동, 삶의 전환기를 돕고 세대간 융합을 도모하는 공동체 활동, 마을로 찾아가는 문화예술교육 등을 내 일상의 공간에서 10분으로 표현되는 가까운 곳에서 만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2020년 춘천문화재단 문화가 있는 날 기획공연으로 ‘호피폴라X사우스클럽’이 상상마당에서 진행되고 있다.


Q. 춘천형 문화돌봄 일자리도 생길 거라고 들었습니다. 문화돌봄 일자리가 무엇이고 구체적으로 어떤 일자리가 생길 수 있나요?

강승진 센터장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춘천에 읍·면지역이 10곳이 있는데요, 이 10곳에서 전환문화마을이라는 상으로 생활권문화공간, 문화예술활동 및 프로그램, 예술 강사와 문화기획자 등의 매개인력을 통합지원하는 사업이 진행됩니다. 많은 프로그램들이 문화예술교육의 형태로 예술강사나 매개인력이 필요합니다. 이들이 바로 문화예술로 지역을 돌보고 우리 주민들을 돌보는 일을 하게 되는데 이 일자리가 바로 문화돌봄 일자리가 되는 겁니다.
현재 춘천문화재단에서는 20여 명의 예술강사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이 예술강사들의 규모가 50여 명으로 늘어나고 여기에 커뮤니티활동과 문화기획사업을 하는 매개자까지 더해진다면 더 많은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Q. 문화도시 지정을 준비하면서 ‘전환문화도시 춘천’이라는 키워드를 뽑아 들었죠? ‘전환’이라는 의미를 시민들에게 쉽게 설명해주세요.

김희정 사무처장 처음에는 ‘전환’이라는 단어가 시민들에게 낯선 용어였지만 코로나19 상황을 거치면서 지구생태 회복을 위한 전환적 태도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일반화되었습니다. 춘천은 그것을 더 개인의 영역으로 가져와 도시 구성원들 스스로가 문화적 삶으로의 태도 전환을 통해 도시의 회복력을 만들어 내고자 했습니다. 개발과 성장의 빠른 속도에 밀려가는 게 아니라 도시의 주체를 이루는 시민 각자가 자신의 원하는 방향과 속도로 삶을 전환하는 힘들을 길러내는 과정이 전환문화도시의 과정이라고 이해해 주시면 좋겠어요.


축제극장 몸짓 10주년 기념 페스티벌 ‘10년의 초상’ 마임시티즌의 슈트맨&슈트걸 공연 중 관객에게 인사를 건네는 장면.


Q. 문화도시 지정은 예비 문화도시 사업을 어떻게 펼치냐에 달려 있었는데 문화재단 직원들이 엄청나게 많은 사업을 해내는 걸 옆에서 봤습니다. 춘천이 문화도시로 선정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랄까, 심사에서 높이 평가받은 부분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김희정 사무처장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멈추지 않고 움직였습니다. 그 결과가 고스란히 심의위원들에게 잘 전달된 것 같아요. 가장 큰 힘은 예비사업에 자발적으로 참여해 주신 모든 시민이죠. 어느 순간을 지나면서 시민들 ‘스스로’ 전환적 삶을 고백하기 시작했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서로가 연결되는 모습에 정말 뿌듯했습니다.
실무적인 일은 재단의 문화도시센터를 중심으로 움직여 나갔지만, 시정철학이 뒷받침된 행정의 역할, 중간지원조직들과의 유기적 연대, 준비된 지역문화 예술인들의 역량, 애정을 가지고 모여든 시민들의 자발적인 움직임 등 이 모든 것이 하나가 되어 이룬 성과입니다.
덧붙이자면 ‘걸어서 10분, 자전거로 10분, 차로 10분’ 안에 모든 시민이 문화적 접속이 가능한 도시, 도시에서 동네로 순환하는 전환문화도시라는 설정이 심의위원들을 만족시켰다는 뒷얘기를 전해 듣기는 했습니다.


Q. 문화도시 지정이 시정부의 철학인 지속가능한 춘천을 구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문화예술과 지속가능한 춘천이 만날 수 있는 지점이 궁금합니다.

김희정 사무처장 지속가능한 도시의 핵심 요소 중 하나는 시민의 자발적인 역량, 즉 시민력입니다. 도시가 처한 문제들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슬기롭게 해결해 가면서 공동체성을 회복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시민이 많아질수록 도시는 건강해지고 지속가능해집니다. 문화도시 사업은 그 시민력을 기르는 일이며 그 과정에서 문화예술이 가진 힘과 가치가 원동력으로 작동할 것입니다. 지구를 살리는 창작노트 지원사업이라든지, 시민연구원들이 발굴한 우리 동네 의제를 시민연극으로 풀어내는 사업이 좋은 예가 될 수 있어요. 인생공방·전환가게에서 만난 문화예술체험과 함께 지역돌봄프로세스가 작동할 수 있고요.


‘시그널 페스티벌(2020.11.)’에서 커뮤니티 공간 주인장들과 활동가들이 1년간의 활동을 공유하는 간담회 ‘우리는 여전히 잘 만나겠습니다’를 진행하고 있다.


Q. 시민과 마을이 주도하는 문화예술 육성 프로그램으로 어떤 사업들이 펼쳐질 수 있나요?

강승진 센터장 앞서 공간, 활동, 사람을 통합 지원한다고 말씀 드렸는데요. 현재 문화도시 사업을 통해 지원 가능한 생활권 공간은 인생공방, 전환가게, 모두의 살롱, 문화예술교육 전용공간 등 4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인생공방’ 은 시민들의 생활문화프로그램 운영거점이고요, ‘전환가게’는 지역의 청년이나 예술가가 문화관련 활동을 통해 창업할 수 있도록 공간과 사업을 지원하는 형태입니다. ‘모두의 살롱’은 공동체나 커뮤니티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지역에서 주민 문화활동 공간으로 지원 가능하고요, ‘문화예술교육 전용공간’은 문화예술교육을 주 활동으로 하는 공간으로 모두 지역의 빈집이나 유휴공간을 활용하여 조성합니다.
이 공간에 ‘도시가 살롱’, ‘도시가 놀이터’, ‘동네지식IN’, ‘필요한 학교’ 등의 시민 주도 및 참여 문화활동 프로그램을 공급하고 문화재단의 찾아가는 공연이나 예술가 지원활동을 통해 예술가와의 만남도 활발하게 만들어 가게 됩니다.


Q. 문화도시 지정을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김희정 사무처장 마음의 부담이 제일 힘들었지요. 우리 직원들이 뼈를 갈아넣는구나 싶게 열정과 정성으로 사업을 일구는데 문화도시 예산이 부족해 12개 도시 중 5개 도시만 선정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선정될 거라는 자신이 있으면서도 한편으론 마음의 부담이 몹시 컸었어요.
강승진 센터장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었던 것 같아요. 경쟁을 통해 선정되는 구조이다 보니 잘한다고, 열심히 한다고 해서 꼭 되는 것도 아니었던 분위기가 있었어요. 정치적 고려나 지역 안배와 같은 일이 벌어지면 결과를 장담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무조건 되는 방법, ‘춘천이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 떨어지면 이상하잖아’ 하는 분위기를 만들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보이지 않는 여론전이 치열했죠.


Q.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입니까?

김희정 사무처장 언젠가부터 시민들이 자신의 SNS에 전환문화도시를 아무렇지도 않게 쓰면서 자기 것으로 받아들일 때 몹시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오래전부터 카페가 문화공간이 되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었는데 담당자들이 너무나 잘해주어서 ‘도시가 살롱’이 예비사업의 가장 확실한 브랜드사업으로 남은 것 같아 뿌듯합니다.
강승진 센터장 시민들의 반응? 호응이었던 것 같아요.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이었는데요, 어떻게든 일을 만들고 사업을 진행하니 함께 고민해 주었던 워킹그룹, 문화예술단체, 축제사무국, 더 나아가 ‘도시가 살롱’에 참여하셨던 공간주인장, ‘시그널 페스티벌’을 함께 만들어 주셨던 커뮤니티 리더들, 마지막에 만들어진 춘천시민문화모임 ‘봄바람’까지. 모두들 문화도시에 대한 관심과 애정, 지지와 응원으로 끝까지 함께해주셨던 기억들이 참 소중해요. 바로 이 힘이 앞으로의 문화도시를 만들어 가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좌)지난해 10월 16~17일 진행되었던 어바웃타임_중도 내 설치미술 프로젝트. 춘천 예술가들이 구상하고 자연의 재료를 활용해 만든 중도의 정령 '시치'
(우)어바웃타임_중도에서 네트워킹 포럼 ‘지역과 문화에 우리의 미래는 있는가’를 주제로 참여자들이 의견을 공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