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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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25

2018.2
#봄내를 품다
노재현의 한소끔
춘천에 필요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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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외곽에 사는 65세 이상 고령자가 노선버스, 경전철, 지방철도 등을 이용해 시내 중심가에 갈 경우 많게는 2600엔(약 2만 800원)인 교통비를 단돈 100엔으로 확 깎아 준다. 단, 중심가에 가지 않고 도중에 내리면 할인 혜택이 없다. 그 결과 도심지 경기가 살아났다. 지정된 꽃집에서 꽃다발을 구입해 경전철을 타면 요금을 무료로 해주는 정책도 만들었다. 도시가 꽃향기로 화사해졌다. 시내 17곳에 자전거 대여소를 설치했다. 24시간 자유롭게 빌리고 마음대로 반납할 수 있다. 외국인 여행객에게는 원래 200엔인 시내 경전철을 공짜로 탈 수 있게 했다. 그러자 외국인들이 도시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하루씩 묵으면서 시내 관광을 다니며 더 많은 돈을 쓰기 시작했다…


일본 도야마 시 이야기다. 도야마 시가 있는 도야마 현과 이시카와·후쿠이 현 등 3개 현은 동해에 면한 일본 중부지방에 있다. 객관적으로 볼 때 다른 지방, 특히 도쿄·오사카 등 대도시보다 더 잘 나갈 이유가 없어 보이는 곳들이다. 그런데도 3개 현은 일본의 47개 지자체 중 행복지수 1~3위를 독식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초·중학교 전국 학력평가에서 늘 전국 수위를 다투며, 학생들의 체력 평가도 최상위권이다. 생활보호자(우리의 기초생 활수급자) 수 통계에서는 도야마 현이 끝에서 1위, 후쿠이 현이 그 다음, 이시카와 현은 끝에서 8위였다. 다른 지방보다 잘 산다는 얘기다. 고도성장 시대의 낡은 관념을 답습한 도시 확대 정책을 버리고 도심지 활성화에 초 점을 맞춘 ‘콤팩트 시티’ 개념을 적용한 것이 성공의 요인이었다고 한다.


(<행복동네 후쿠이 리포트-이토록 멋진 마을>, 후지요시 마사하루 지음, 김범수 옮김, 황소자리)



일본 지자체의 성공 사례를 대하면서 자연스럽게 춘천을 떠올렸다. 사실 객관적으로 보면 춘천은 우리나라 기초 자치단체 중 상위권이라 자부할 만하다. 한국인이 살고 싶어 하는 도시 4위, 은퇴 후 살기 좋은 도시 5위에 꼽혔고 지방브랜드 경쟁력지수 6위를 차지한 적도 있다. ‘살기 좋고 살고 싶은 행복 춘천’이라는 슬로건이 그다지 어색하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풀어야 할 과제도 많은 듯하다. 올해 초 행정 안전부가 발표한 인구 통계(주민등록 인구 기준)를 보면 춘천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15.7%로 0~14세 인구 (13.0%)를 훌쩍 넘어섰다. 그에 비해 원주시는 65세 이상(13.3%)이 0~14세(13.8%)보다 아직 적으니 춘천보다는 젊은 셈이다. 작년에 나온 한 연구결과는 춘천시가 인구 고령화와 가임기 여성(특히 20~29세) 부족으로 ‘ 도시 소멸주의 단계’에 들어섰다고 경고한다.


<행복동네 후쿠이 리포트> 책에서는 행복한 마을을 만들려면 세 가지 인적 요소가 필수라고 지적한다. 젊은이, 외지인, 그리고 괴짜.

개방적인 자세로 옛날의 가치관이나 관례에 얽매이지 않는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흡수해 도시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곰곰이 새겨볼 만한 충고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