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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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413

2025-06
#춘천은지금 #봄내를만나다
환지본처
“환지본처(還至本處)”
뜨거운 염원, 되찾은 자존심






그리스 신화 속 ‘기회의 신’ 카이로스는 앞머리만 무성하고 뒤통수는 대머리다. 앞머리는 다가오는 기회를 붙잡기 위함이고, 뒤가 대머리인 것은 지나간 기회는 잡을 수 없음을 뜻한다. 발의 날개는 기회가 얼마나 빨리 지나가는지를 보여준다.

기회는 마냥 기다리는 이에게 찾아오지 않는다. 실패의 두려움을 무릅 쓰고 과감히 도전할 때 기회의 신은 마침내 손에 잡힌다. 춘천은 지금 기회의 문턱에 서 있다.

수많은 도전이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기회의 앞머리를 단단히 붙잡으며 새로운 변화를 이끌고 있다. 가장 먼저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 본래 자리를 찾아야 하는 것들에 주목했다.




모두 시민의 자부심을 회복하기 위한 일이었다.

도시의 새 미래를 향한 시민들의 염원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순간이다.





지난해 세계태권도연맹(WT) 본부 유치는 태권도 공원의 한을 푸는 값진 보상이었다. 쓰라린 경험이 오히려 밑거름되어, 태권 도시 춘천의 국제적 위상은 오히려 더 굳건해졌다.


지난해 춘천 유치에 성공한 세계태권도연맹 본부 조감도



25년 전통의 춘천코리아오픈국제태권도대회는 매년 더 많 은 세계 각국의 선수들이 참가하는 글로벌 이벤트로 자리 잡았 다. 2023년과 2024년에는 세계태권도문화축제를 개최했고, 2024 세계태권도주니어선수권대회도 성공적으로 치렀다.


2024 세계태권도주니어선수권대회에 참가한 선수들과 대회 관계자 모습



 최근에는 2026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까지 유치하는 쾌거를 이루며 국제 스포츠 도시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했다. 꺾이지 않 는 춘천 시민들의 태권도 사랑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2025.5.9.) 춘천레저태권도조직위원회 이상민 부위원장의 품새대회 유치

프리젠테이션 모습과 품새대회 유치에 성공한 춘천레저태권도조직위원회 모습



그도 그럴 것이, 매년 여름 태권도 대회 기간이 되면 시민들은 단순한 관람객이 아닌 대회의 주인공이 된다. 숙박시설과 관광 지마다 다양한 언어로 환영 현수막이 걸리고, 봉사자들의 헌신 적인 지원과 함께 경기장은 뜨거운 함성으로 가득 찬다. 춘천 시민들의 따뜻한 정성에 많은 태권도인이 춘천을 ‘제2의 고향’처 럼 여기곤 한다.


춘천은 태권도의 문화적 가치에도 주목한다. 예절, 인내, 절제 의 정신을 가르치는 태권도는 ‘최고의 교육도시’를 꿈꾸는 춘천 의 비전과 잘 맞닿아 있다.

시민들은 태권도 정신을 일상에서 실천하며 도시 발전의 원동 력으로 삼는다. 하반기부터 도심 속에서 음악과 함께 태권도를 수련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추진된다. 65세 이상 어르신들로 구성된 실버 태권도 시범단이 창단되고, 내년부터는 어린이들 을 위한 가상현실(VR) 태권도 교실, 취약지역 방과후 태권도 교 실도 운영된다.


태권도는 연령과 계층을 초월해 모든 시민을 하나로 연결하는 문화적 구심점이다. 태권도시의 명성이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 여와 자부심을 바탕으로,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청춘의 다른 이름은 춘천’이라는 말처럼, 7080년대 춘천은 낭 만과 커피의 도시였다. 1970년대 공지천과 명동, 육림극장 일대의 음악다방은 20대 청년들의 명소였다. 다실, 다방, 커피숍 등 시대에 따라 달리 불렸지만, 카페는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공 간이 아니라 낭만을 품은 도시 문화의 상징이었다.


춘천의 커피 역사는 타 도시와 차별화된다. 공지천에 위치한 ‘에 티오피아벳’은 한국 최초의 로스터리 카페다. 1968년 에티오피아 황제 하일레 슬라세는 6·25 참전용사들을 기리기 위해 춘 천을 방문했다. 그가 직접 하사한 황실커피 생두가 이곳에서 처 음 로스팅되며 원두커피의 시초가 되었다.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시작된 커피 문화는 이제 엄연한 도시 의 브랜드다. 2011년 시민 몇 명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커피 축 제는 연 2만명이 찾는 ‘커피페스타’로 발전했다. 2023년 지역 의 로스터리 카페들이 모여 설립한 (사)춘천커피협회는 문화, 예술, 친환경까지 아우르는 시민 주도의 문화 플랫폼이 되었다. 카페를 중심으로 한 전시, 취미, 문학모임 등 커뮤니티 활동도 확장되고 있다.


춘천 송암스포츠타운 일원에서 열린 2024 춘천커피페스타 전경



의암호 수변에서 도심 골목길까지, 춘천 곳곳의 카페들은 시민 들의 일상과 추억이 스며든 문화공간이다. 커피향과 함께 낭만 도시 춘천의 역사는 더욱 풍성해지고 있다.



기업도시와 혁신도시 모두를 원주에 내어준 아픔은 춘천시민들 에게 20년 동안 큰 상실감을 주었다. 시민들의 끈질긴 노력과 행정의 전략 끝에 마침내 지난해 ‘기업혁신파크 선도지구 사업’ 에 선정되는 결실을 맺었다.


기업혁신파크는 단순한 산업단지가 아닌, 산업·교육·주거·의료· 문화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컴팩트 시티’다. 춘천시는 서울로 이 어지는 남산면 광판리에 약 111만 평, 인구 3만 명 규모의 미니 신도시를 조성한다. 2033년 완공을 목표로 한 이 프로젝트는 미래 100년의 청사진이자, 지속 가능한 도시 모델이기도 하다.


이 미래도시에는 춘천시가 수십 년간 꾸준히 육성해 온 바이오 산업과 AI 분야의 강점을 살린 첨단산업시설, 연구시설, 상업시 설 등이 자리 잡는다. 약 350개 이상의 의료, 바이오 및 IT 기 업이 입주할 예정이며, 이로 인한 경제효과는 5조 5천억 원으 로 추산된다.


더욱 주목할 점은 시민들의 적극적인 지지다. 주민설명회와 토 론회에서는 건설적인 의견이 모이고, 지역사회 전체가 한마음 으로 프로젝트의 성공을 응원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등 정부 부 처와의 협업도 원활하다. 기업혁신파크는 시민들이 그려가는 미래이자, 지난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회복력(resilience)의 상징이 되고 있다.


2024년 10월에 열린 기업혁신파크 선도사업 관련 주민간담회 모습



어린 시절 소양강 얼음판에서 스케이트를 타며 자란 시민들의 추억이 이제 국제스케이트장 유치를 향한 강렬한 열망으로 이 어지고 있다.


춘천은 대한민국 빙상의 요람이다. 1929년 소양강에서 열린 스케이트 대회를 시작으로, 1969년부터 3년 연속 전국동계체 전을 개최하며 ‘빙상의 도시’로 자리잡았다. 1999년까지 제4 회 동계아시안게임 경기가 의암실외빙상장에서 열렸으며, 수 많은 국가대표 빙상 선수들이 춘천의 얼음판에서 꿈을 키웠다. 1972년 태릉 스케이트장이 생기기 전까지 대한민국 빙상의 중 심은 바로 춘천이었다. 역사적 정통성, 빙상 DNA를 바탕으로 시민들은 국제스케이트장이 마땅히 돌아와야 할 곳은 춘천이라 고 입 모은다.


춘천시는 연내 공모에 선정되면 송암스포츠타운 내 6만㎡의 시유지에 국제스케이트장을 건립할 계획이다. 수도권과의 접근 성과 최적의 기후조건도 강점이지만, 가장 큰 경쟁력은 빙상에 대한 시민들의 뜨거운 성원과 자부심이다. 자발적인 서명운동 과 유치 캠페인은 과거의 영광을 다시 되살리고자 하는 시민들 의 열망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 간절한 바람이 모여 춘천의 얼음 위 새 역사를 함께 써 내려갈 것이다.



환지본처(還至本處). 모든 것은 본래 자리로 돌아간다는 이 말 은 춘천의 과거와 미래를 완벽하게 보여준다. 세계태권도연맹 본부, 기업혁신파크 등 춘천이 되찾고 있는 기회들은 우연히, 또 는 쉽게 얻어진 것이 아니다. 실패를 겪고도 좌절하지 않은 시민 들의 도전 정신과 합심된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춘천의 변화는 이제 시작되었다. 태권도는 시민의 건강과 교육, 문화를 아우르는 도시 정신이 될 것이고, 기업혁신파크는 청년 들이 꿈을 펼칠 혁신의 장이 될 것이다. 커피 문화는 춘천만의 독특한 감성과 낭만을 담은 문화적 자산이 될 것이며, 빙상의 귀 환은 춘천의 역사적 정통성을 회복하는 동시에 미래세대에 새 로운 무대를 제공할 것이다.


땀과 열정으로 다시 찾은 기회. 시민의 염원이 6월의 햇볕 보다 더 뜨겁게 빛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