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싱그러운 꽃향기와 함께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춘천시청 전역에 맑고 고운 소리가 울려 퍼진다. 이 산뜻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장가영 씨다. 그녀는 2019년부터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장애인 복지과, 디지털 정책과를 거쳐 올해 1월부터는 홍보실에서 근무 중이다. 이곳에서 춘천시청 내 방송 업무를 맡아 ‘아침을 여는 한마디’ 코너를 진행하고 있다. 매일 직접 원고를 써서 명언이나 짧은 글을 전한다. 방송은 주 3회 진행되며, 공지 사항과 행사 알림도 간단히 안내한다. 방송하는 것을 좋아해 스스로 원했던 일이었다.
청내 방송을 위해 대본 작성 중인 장가영 주무관
사실 그녀는 시각장애인이다. 태어난 지 두 달 만에 산소 과다 주입으로 시력을 잃었고, 현재는 빛조차도 감지할 수 없는 상태다. 점자 컴퓨터, 음성 도서, 데이지 도서 등을 활용해 업무를 수행하며, 국립장애인도서관과 음성 검색도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그럼에도 생활에서 겪는 많은 어려움으로 근로지원인의 도움을 받아 일하고 있다.
시각 정보가 필요한 업무나 낯선 공간에서는 근로지원인의 지원이 필요하다. 처음 시청에서 일할 때는 편의시설 검토나 민원인 응대 같은 업무를 맡았다. 그래서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눈의 움직임이 자연스럽지 않다는 이유로,괜한 오해를 하거나 불쾌함을 드러내는 민원인도 있었다. 다행히 지금 맡고 있는 방송 업무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보람을 느끼며 잘 해내고 있다. 지나가다 만난 사람들의 칭찬 한마디도 그녀에게 큰 힘이 된다.
그녀는 어떻게 글 쓰고 방송하는 일을 좋아하게 되었을까? 어린 시절에는 점자와 음성 독서가 힘들어 책을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부모님의 꾸준한 노력으로 독서 습관이 자리 잡았다. 어린 시절 그녀의 어머니는 매일 밤 책을 읽어주셨다. 덕분에 상상력과 기억력이 자랐고, 지금은 책이 그녀 삶의 일부가 되었다. 그 당시에는 매일 책을 읽으라고 채근하는 어머니가 야속하기도 했지만 지금에서야 어머니의 고마움을 느낀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는다. 단지 마음으로 느낄 수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헬렌켈러가 한 말이다. 가영 씨의 목소리는 바로 그런 아름다움이다. 눈이 보이지 않지만, 목소리로 세상을 밝게 비추는 그녀의 도전을 계속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