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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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412

2025-05
#아이들이자라는순간 #봄내를품다
아이들이 자라는 순간 5
어버이날, 아이들에게
송주현 만천초등학교 교사. <나는 1학년 담임입니다>, <착한 아이 버리기>, <초등학교 상담기록부> 저자. 33년째 아이들 가르치면서 함께 성장하고 있다

오늘이 어버이날이구나.

어제 미술 시간에 만든 꽃과 편지 부모님께 드렸니? 꽃을 접고 편지를 쓰면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 궁금하구나. 부모님께서 좋아하셨지? 그런 부모님을 뵈며 목이 멘 친구도 있었겠네.


선생님 어머니는 올해 83세가 되셨어. 완전 할머니지? 열두 살인 너희가 보기에 83세 할머니는 어떤 사람 같니? 우리 어머닌 왼쪽 무릎이 아프셔. 느릿느릿 걸으시지. 혈압도 높으신 편이라 약도 드신단다. 허리도 둥근 기역자 모양으로 굽으셨어. 그래서 주무실 때 똑바로 못 눕고 옆으로 누워 주무셔. 허리 좀 곧게 펴보시라고 해도 안 펴진대. 억지로 펴려고 하면... 아프시대. 등허리를 애벌레처럼 움츠리고 주무시는 어머니를 보면, 마음이 아프단다.


어머닌 치아도 없으셔. 틀니를 끼시지. 씹을수록 맛이 나는 고기나 단단한 음식은 못 드셔. 자신의 치아로 사신 세월보다 틀니로 사신 세월이 긴 사람의 삶, 상상이 되니. 다른 엄마들은 허리도 덜 굽었고 치아도 튼튼하고 잘 걸으시는데, 우리 엄만 왜 저렇게 늙으셨나, 하는 생각이 든단다.

어머니 때문에 속상할 때도 있어. 어머니가 일하실 때야. 아픈 다리를 끌며 고추밭 김을 매시거든. 그렇게 일을 하시고 나면 밤엔 또 앓아누우셔. 끙끙 소리도 내시지. 낮에 그렇게 일하셨는데 병이 안 나겠어? 그럼 내가 어머니께 화를 내지. 일하지 말고 쉬시라고. 그러면 어머니는 항상 같은 대답을 하셔.



“으이구, 난 괜찮어. 하나도 안 힘들어.”


헐. 세상에! 힘드신 게 뻔히 보이는데 안 힘들대. 말이 되니? 그래도 어머닌 늘 같은 대답이셔. 이럴 땐 내가 속상해. 너무 속상해서 혼자 운 적도 있어.

근데 이거 아니? 세상 모든 부모님은 다 이러신다는 거. 자식에게 좋은 걸 주시려고 몸 아픈 것도 모르고 일하시는 거. 너희 부모님도 그러실 걸. 믿어지지 않니? 곧 알 될 거야. 너희도 곧 어른이 될 거니까.

선생님이 오늘 보여준 동영상 속 부모님 봤지? 돈 버느라 힘들게 일하시면서도 자식에겐 하나도 안 힘든 척하잖아. 세상 모든 부모님은 자식에게 늘 행복한 모습으로 보이고 싶으신가 봐. 너희 중에 이렇게 묻고 싶은 친구도 있을지도 몰라.





“그런데 왜 우리 부모님은 늘 힘들게만 보일까요?”


진실을 말해줄게. 너희도 이젠 고학년이니까 알아야 해. 그건 부모님이 정말 힘드셔서 그런 거야. 감출 수 없을 만큼 힘드신 거지. 얼마나 힘드시면 그러겠니. 너희 키우느라 충분히 주무시지도 못하고 쉬지도 못하시는데 어떻게 행복한 척할 수 있겠니? 
잊지 마. 너희 부모님도 한때는 지금 너희처럼 꿈으로 가득한 어린이였단다. 지금은 너희를 키우시느라 꿈을 잊으셨을지 몰라도 그 꿈은 부모님 가슴 한 켠에서 빠알갛게 타오르고 있을 걸. 너희가 자라서 그 꿈을 이뤄드리면 얼마나 좋겠니. 
그러려면 지금 잘 해야 해. 너희 방은 너희가 치우고 공부도 알아서 해야 해. 그러면 부모님이 조금 쉬실 수 있잖아.

너희 힘으로 할 수 있으면서 부모님께 미루거나 해달라고 조르니? 만약 그렇다면 그건, 부모님께 너무 심한 거야. 계속 부모님을 힘들게 하면 나중에 정말 후회할 수도 있어. 
부모님이 지금처럼 젊고 건강하신 건 아니거든. 선생님의 어머니처럼... 언젠가 너희 부모님도 83세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신단다. 

너희에게 편지를 쓰다 보니 선생님도 어머니가 보고 싶구나. 빨리 가서 안아드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