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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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412

2025-05
#최돈선의둘레마을이야기 #봄내를품다
최돈선의 둘레마을 이야기 29
춘천은 강산이에요
소양강 봉의산
최돈선 시인. 춘천시 둘레엔 1개 읍, 9개 면이 있다. 나는 그곳이 궁금하다.
그 고요한 곳에 현자는 있을 것이다. 당산목 같은 우직한 당신의 사람들이.


언제부터였을까.

봉의산을 봉황이 내려앉은 형상이라고.

그런데 어떤 이들은 봉의산이 무슨 봉황이 내려앉은 모습인가 하고 의아해하곤 한다. 아무리 봐도 모르겠군.50년 전 춘천에 정착하여 살게 된 필자도 처음엔 그랬다.그런데 효자동 언덕배기에서 나는 무심코 봉의산을 바라보게 되었다. 아 그때 나는 한 마리 거대한 새가 날개를 접고 앉아 고요히 나를 굽어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봉황이다.

동이 틀 무렵이면 봉황인 봉의산은 대룡산에 떠오르는 해를 맞이한다. 마치 태양이 알을 품듯이.그러면 보이지 않는 한 마리 새가 창공을 날아오르는데 그 새는 암컷인 황이다.

봉황은 개벽을 상징하고 해를 품는 잉태를 상징한다고 한다. 그러기에 생명의 봉의산은 소망을 이루는 영험한 산이 되기도 한다.

그만큼 간절한 염원이 성취되는 산이 봉의산이다.



봉의산이란 이름은 ‘봉황의 위의를 갖춘 새’란 뜻이다.

봉의산은 분지인 춘천의 진산(鎭山)이고, 동서남북 사위엔 높고 장엄한 산들이 봉의산을 호위하고 있다.



대룡산, 금병산, 마적산, 오봉산, 용화산, 삼악산은 모두 장수의 위용을 갖춘 산이다. 우두벌을 끼고 흐르는 소양강과 금강산에서 발원한 북한강이 봉의산에서 만나면, 강은 거대한 호수를 이룬다. 그것이 한강의 줄기가 되어 서해로 흐른다.

세 개의 댐으로 에워싸인 춘천은 호수가 피워올리는 안개로 하여 동화 같은 도시로 변한다.

늦가을부터 이른 봄까지, 안개는 이 도시를 몽환의 도시로 꿈꾸게 한다. 풍경이 지워지고 흔들리면서 산과 강은 더욱 깊어진다. 호수와 들녘과 도시 골목을 환상 속의 세계로 이끄는 안개. 겨울엔 안개가 만든 상고대로 하여 이 도시는 더욱 눈부신 겨울왕국으로 변모한다.


그리고 봄.

여린 초록 잎들이 돋아나기 시작하면, 골짜기 개울 개울엔 조약돌 씻는 물소리로 가득 찬다. 그래서 봄 春이요, 내 川이 아니던가.

어디선가 춘천의 명창 박양순 님의 ‘소양강 아리랑’이 들려올 듯도 싶다.


잘 가세요 잘 있어요 언제 다시 만나요

떠날 사람 보낼 사람 잡은 손을 못 놓네


녹음 짙어 매미 울면 당신이 그립지요

밤하늘에 저 달빛만 소양강에 어리운다


아름답고 애절하다.

소리에 실려 물길은 멈추지 않고 흐른다. 먼바다로 가는 강물은 그리움이다.



<소양호> 김영진 作

 



오월엔 인형들이 온다.

그래서 춘천을 인형의 도시요 꿈의 나라라고 부른다.5월은 인형 축제의 달.

또한 어떤 이는, 5월은 봉황의 달이라고도 일러준다. 그래서 한 달 내내 모두의 주머니 주머니마다 황금이 두둑이 들어찬다는 달이라고. 믿어도 좋고 안 믿어도 좋다. 오월은 날마다 웃는 날이요 초록의 달이기에.



춘천의 인형 마스코트 ‘코코바우’


춘천의 인형마스코트 ‘코코바우’

한 동화작가가 코코바우 이야기를 쓴 적이 있다. 봉의산에 앉아 있던 봉황이 잠시 날개를 털고 날아 올라간 자리에 유리 같은 투명한 알이 놓여 있었는데, 그 알을 깨고 코코바우가 탄생했노라고.

몇 년 전, 그 코코바우 이야기가 공지천 마당에서 한바탕 놀이를 벌인 적도 있었다.


춘천은 상상한다.

상상은 즐겁고, 상상은 인생을 더없이 행복하게 하고, 상상은 무한히 무언가를 만들어낸다.

색깔이든, 형태든, 꿈이든, 그리움이든, 그 무엇이든 상상은 모든 불가능을 가능케 한다.


아이들아. 상상의 찰흙을 빚어라.

그리고 꿈꾸어라.

저것 봐. 봉의산이 메아리를 보내고 있지 않니.


봉의산은 주변의 산들을 거느린다.


봉의산은 호수를 거느리고, 속으로 그 깊은 샘물을 호수로 흘려보낸다. 봉황새는 새벽을 알리고 삼악산 지는 해를 아름다이 지게 한다.


사방에서 바라보는 봉의산은 그 모습이 다 다르다.

mbc 전망대에서 바라본 봉의산

효자동 언덕에서 쳐다본 봉의산

소양댐 하류 가마우지 버들숲에서 먼 바라기로 본 봉의산

고구마섬에서 이윽히 건너다본 봉의산



춘천사람들이어. 하루 한 번 봉의산을 바라보고 기도해 보라. 당신이 행복해지면 당신의 마음도, 당신 곁에 선 이웃의 마음도 다 행복해진다.


그런데 대체 봉의산엔 무엇이 있나요.

봉의산성이 있지요. 춘천을 지켜온. 봉수대도 있고요. 오래된 사찰도 있어요. 기슭엔 배움의 요람인 한림대학교도 있는데요. 그 바로 뒤엔 ‘교동동굴’이 숨어 있군요. 선사시대 혈거지(穴居地)래요.

소양정에 올라 보아요. 호수와 서면의 들, 멀리 고구마섬도 다 보여요. 현판엔 매월당 김시습, 다산 정약용 그리고 여러 시인 묵객들의 시가 적혀 있네요. 이분들은 소양강(옛날 대바지강)을 거슬러 올라 화천 곡운구곡까지 오르내리며 시를 썼대요.


봉의산은 참 특이한 곳이기도 해요.

평화라는 말이 떠오르는 곳이죠. 하지만 그 평화엔 값진 희생이 있었어요.

도청에서 약간 내려오면, 언덕 양지바른 곳에 성당과 절이 나란히 함께 이웃해 있는데요.

그게 바로 소양로성당과 봉현사예요. 소양로성당 바로 담장 너머엔 약사여래불이 있어요. 봉현사 장독대에선 성당의 예수상이 건너다보이고요.

소양로성당 안토니오 주임신부는 한국전쟁 때 부상자를 돌보다 북한군에 의해 총살당했다네요. 그를 기려 성당이 세워졌는데, 성당 건축물이 참 독특하다 하여 국가 유산으로 등록되었어요.

어쨌든 예수님과 약사여래부처님이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정답게 마주하고 계시니 얼마나 좋아요.


그래요. 평화예요. 행복이에요.

아름다운 종소리가 아침저녁으로 울려 퍼지는, 그런 오월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