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젊었었다며, 자신들을 노인이라 부르는 젊은이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한 노래 가사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더 이상 비극이 아니다. 무언가를 잃는다는 상실의 슬픔보다, 새로운 ‘제2의 삶’에 대한 기대와 활력으로 가득 차 있다.
인구학자 워렌 샌더슨은 기대여명이 15년 남은 시점을 노년의 기준으로 정의했다. 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남성은 70대 초반, 여성은 70대 중반에 해당한다. 현행 65세인 노인 기준 연령을 상향해야 한다는 사회적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춘천은 이미 2023년 7월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지난해 말 기준 춘천지역 노인인구는 6만 1,370명으로 전체 인구의 무려 21.4%에 달한다. 춘천의 미래를 위해서 젊은 청년뿐만 아니라 ‘젊은 노인’들을 위한 정책이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동네 어르신들의 사랑방인 경로당이 스마트 기술과 결합하여 대한민국 최일선 복지시스템으로 탈바꿈한다. 춘천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의 국비를 지원받아 2029년까지 춘천시 내에 스마트 경로당 143개소를 연차별로 설치한다. 2025년에 우선 설치할 30개소는 올 9월까지 인프라를 구축하여 10월부터 시범 운영할 예정이다.
스마트 경로당 사업은 경로당에 화상회의 및 사물인터넷(IoT) 장비 등을 설치하여 교육·여가·건강관리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어르신들의 여가·복지 외에 건강 및 돌봄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기존 경로당에 ICT 화상플랫폼, 헬스케어 기기 및 스마트팜 등을 구축하여 어르신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한다.이 사업은 과기정통부에서 2021년 처음 실시한 이후 경기 부천시 등 여러 지자체에서 추진되며 지역 복지 서비스의 질적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스마트 경로당의 핵심서비스는 기존 경로당에 실시간 영상통신 솔루션을 설치하는 것이다. 노인종합복지관과 같은 어르신을 위한 프로그램 제공기관과 다수의 경로당을 연결하여 비대면·원격으로 각종 여가·복지·건강·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화상으로 웃음치료, 치매예방 프로그램, 체조, 키오스크 교육 등이 가능하여 경로당을 이용하는 어르신들의 호응이 높다.
그 외에도 겨울철에 야외 활동이 어려운 노년층을 위해 실내에서 운동할 수 있는 ‘스마트 워킹 기기’, 경로당 안에서 계절과 상관없이 농작물을 기를 수 있는 ‘스마트팜’, 혈압, 체질량 등 건강 데이터 분석이 가능한 ‘맞춤형 건강관리 기기’ 등이 설치된다. 출입 기록을 자동으로 저장하는 ‘스마트 도어락’을 설치하여 위치 추적 및 시설 안정성도 강화한다.
구축된 스마트경로당에는 시니어 매니저가 1명씩 배정된다. 이들은 어르신들이 스마트 기기를 활용할 수 있도록 돕고, 프로그램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춘천시 디지털정책과 장수정 정보기획팀장은 “디지털 시대에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건강하고 활기찬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스마트 경로당을 구축한다”며 “어르신들이 멀지 않은 곳에서 양질의 교육과 복지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경로당을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해 가겠다”라고 말했다.
노년층은 ‘짐’이 아니라, 함께 초고령사회를 극복할 사회의 일원이다. 춘천시는 노년층을 부양의 대상이자 경제활동 주체로서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먼저 노인 일자리는 소득 보충을 위한 단순 일자리에서, 선배 시민으로서의 역량과 경험을 활용하는 일자리로 확대한다. 2025년 춘천시가 제공하는 노인 일자리는 총 4,346명 규모로, 전년 대비 18% 증가한 수치다. 이들은 직업알선 컨설팅, 보육 및 기초학습지원 등 시니어의 경력과 활동 역량이 필요한 영역에 서비스를 제공한다. 춘천시는 노년층이 자기효능감을 높이고 사회 참여기회를 확대하도록 지원한다.
노후를 설계해 주는 재단법인 춘천지혜의숲은 올해부터‘춘천미래동행재단’으로 새출발했다. 2024년 1월 전국 지자체 최초로 노후준비지원센터로 지정되어, 인생 재설계에 필요한 평생교육과 일자리 지원을 위한 시니어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이 외에도 춘천시는 노인대학과 노인단체를 지원하여 예술, 체육, 학술, 자원봉사 등 지역사회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을 계획이다.
이러한 춘천시의 노력은 어르신들이 사회의 일원으로써, 건강하고 활력 넘치는 노후를 보내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젠 보호받아야 할 존재에서 존중받아야 할 인생 선배로, 사회적 역할을 확장해야 할 것이다. 오랜 시간 쌓아온 소중한 경험과 지혜가 사회발전의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모든 행정력이 집중되어야 할 때다.
춘천시는 건강하고 행복한 지역사회를 위해, 노년층이 존중받고 사회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춘천시의 복지서비스는 이미 전국 최고 수준이다. 보건복지부 주관 사회복지시설 평가에서 춘천지역 노인복지관 4곳(춘천동부노인복지관, 춘천남부노인복지관, 춘천북부노인복지관, 소양강댐노인복지관) 모두가 최고 등급인 A등급을 받았다. 시설․환경, 재정․조직운영, 프로그램 서비스, 이용자의 권리 등 전반에서 우수한 평가다. 이는 강원도 내 유일한 성과다. 춘천시립양로원의 경우에는 9회 연속 최우수 양로시설로 선정되어 전국 최고의 복지서비스 제공기관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지난 2월 춘천시가 발표한 ‘2025년 노인복지정책 시행계획’에는 급변하는 환경과 복지 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5가지 추진 과제가 담겼다. 올해 춘천시가 시행할 노인복지정책은 총 53개 사업, 예산 규모는 2,545억 원이다.
춘천시는 사회 전역에 촘촘한 노후 복지 안전망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건강한 노후를 위한 돌봄 및 재가 서비스를 강화하고, 기초연금 및 장수수당, 고령농업인 농작업비를 지급하여 자립 지원에도 힘쓴다. 로컬푸드와 무료 급식 지원, 공공 이불빨래방 운영 등 기초 생활과 건강 유지를 위한 사업도 추진한다.노인 돌봄 거점시설도 조성된다. ‘동남권역 노인복합생활문화센터(2029년 예정)’와 ‘춘천시립치매전담형요양원(2025년 예정)’은 건강, 교육, 문화, 고용이 복합되어 주민 생활 증진에 기여할 전망이다. 존엄한 삶을 마무리할 수 있는 ‘제2안식의 집’도 1만5천기 규모로 연내 준공된다.
건강한 노후가 위협받고 있다. 최근 일부 스포츠 시설에서 65세 이상 회원가입을 거부했다는 뉴스가 보도되었다. 이른바 ‘노시니어존’ 이슈는 사회적인 충격과 우려를 낳고 있다.
누구나 나이를 먹는다. 지금의 젊음은 미래의 노년이고, 현재의 노년은 과거의 젊음이다. 하지만 만족할 만한 노후를 보내는 사람들은 극히 적다. 대한민국 노인 빈곤율은 38.2%로 OECD 평균(14.2%)의 2.6배로 최하위다. 삶에 만족한다고 응답한 65세 이상 노인의 비율도 29.9%에 그쳤다. 다른 연령층에 비해 매우 낮은 수치다.
다가온 초고령사회에서 경로 정책은 더 이상 노년층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부모님의 품을 떠나 사회에 첫 발을 딛는 청년기, 땀 흘려 자녀 부양에 매진하는 중년기, 자아를 실현하며 노후를 준비하는 장년기, 그리고 여유로운 안식으로 여생을 즐기는 노년기까지. 춘천시 경로정책의 궁극적 목표는 모든 시민이 생애 전 주기에 걸쳐 행복을 누리는 것이다.
노년층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관점이 달라지지 않으면 백약(百藥)이 무효다. 세대 간 이해와 공감은 우리 사회가 직면한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강력한 열쇠이다. 춘천시 경로정책은 이러한 상호 이해를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추구하고 있다. 공동체의 가치를 회복하고 더 좋은 이웃이 되기 위하여 시민 구성원 모두가 고민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