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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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412

2025-05
#춘천은지금 #봄내를만나다
유니마총회 & 세계인형극축제
춘천, 세계 인형극의 메카를 꿈꾼다


혹시 ‘인형극’ 하면 ‘모여라 꿈동산’이나 ‘텔레토비’같은 어린이용 프로그램을 떠올리는가? 그렇다면 아직 춘천인형극제를 경험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인형극은 수천 년 역사를 가진 전통예술이자, 영상, 설치‧오브제‧애니메이션은 물론 인공지능(AI)과도 융합 가능한 현대예술이다. 이렇듯 고정관념을 단숨에 깨뜨릴 세계 최대 규모의 인형극 축제가, 바로 이곳 춘천에서 열린다. 바로 ‘인형극계의 올림픽’이라 불리는 ‘유니마 총회&세계인형극축제’다.



국제인형극연맹 한국지부(유니마코리아)는 춘천에 본부를 두고, 올해로 37회를 맞이한 춘천인형극제를 세계적인 축제로 키우기 위해 꾸준한 국제교류를 이어왔다. 그 결실로, 춘천시는 2021년 캐나다 몬트리올을 제치고 유니마총회 춘천 유치에 성공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 중국에 이어 세 번째 개최다.



유니마 총회는 4년에 한 번 열리는 인형극인의 축제로, 전 세계 200여 개국에서 약 5,000여 명의 아티스트와 관계자, 그리고 1,800여 명의 국내외 예술인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의 인형극 컨벤션이다.


오는 5월 23일부터 6월 1일까지 열리는 이번 축제에는 전 세계 24개국, 100여 편의 작품이 춘천에 상륙한다. 인형극제의 상징인 대규모 퍼레이드 ‘퍼펫카니발’을 비롯해 아트마켓, 국제포럼, 워크숍, 체험 프로그램 등 다채로운 콘텐츠가 10일간 이어진다.


*UNIMA(국제인형극연맹): 1929년 창립, 유네스코 산하 공식 국제 인형극 민간기구 135개국, 10,000명이상의 회원보유.



제36회 세계인형극축제 폐회식 중 2025 유니마총회 서약식


2024 춘천인형극제 국제포럼



4월 10일, 유니마총회&세계인형극축제를 한 달 앞둔 춘천, 사농동 춘천인형극장 앞마당은 분주한 손길로 가득했다. 흩날리는 벚꽃 아래, 세계 각국에서 모인 인형극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대형 인형을 제작하고 있었다. 굵은 철사를 엮어 만든 거대한 몸체에 머리를 얹고, 양 날개를 달자 한 마리 커다란 가마우지가 탄생했다. 그 곁엔 네 마리 새끼 가마우지가 뒤따랐다. 숙련된 퍼펫티어 의 손끝이 움직이자, 인형은 마치 생명을 얻은 듯 하늘을 가르며 날개짓을 시작했다.


2025 인형극 전문가 아카데미: 대형인형의 제작 과정


현장은 분주했지만, 중심에 선 인물은 홍용민 춘천인형극제 사무국장이었다. “이 장면은 대형 인형 제작 워크숍의 마지막 날 풍경입니다. 세계적 거장 제임스 데이비스(James Davies) 선생님의 클래스에요.”


서울과 제주를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예술가들이 이 워크숍을 위해 춘천으로 모였다. 그들이 달려온 거리는 달랐지만, 열정의 크기는 같았다. 모두 어떤 마음으로 이곳에 왔을까. 인천에서 극단을 운영하는 기태인 씨는 “데이비스 선생님은 인형극계의 신 같은 분이에요. 그분의 손길을 가까이에서 배울 기회를 놓칠 수 없었죠”라며 웃었다.


* 퍼펫티어(puppeteer): 인형을 조종하는 배우 또는 예술가



재)춘천인형극제 홍용민 사무국장


홍 국장은 “가마우지는 축제 개막식의 하이라이트 작품으로, 날개 움직임 테스트를 위해 곧 시청 광장으로 이동할 예정”이라며 바쁜 일정을 소개했다. 춘천인형극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퍼펫카니발’, 시민과 예술인들이 함께 행진하는 대규모 퍼레이드는 모두 홍용민 국장의 작품이다. 그는 “가마우지는 하늘을 날고, 땅 위를 걷고, 물속도 드나드는 유일한 조류예요. 이번 축제 주제인 ‘경계를 넘는 인형’을 형상화한 존재죠. 국가‧언어‧예술의 장벽을 뛰어넘자는 우리의 메시지를 담았습니다”라고 말했다.


조종 테스트를 위해 시청 광장에 모인 ‘퍼펫 카니발’ 인형들




춘천인형극제 조직위는 5월 23일 개막을 앞두고 공식 포스터를 공개하며 축제의 시작을 알렸다. 포스터에는 1989년 어린이회관(현 KT&G상상마당춘천)에서 첫발을 내딛은 춘천인형극제의 역사와, 올해의 주제 ‘경계를 넘는 인형’이 감성적인 이미지로 표현됐다.


춘천인형극장과 유니마총회, 퍼펫카니발 등 주요 상징이 한 장의 화면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연령과 성별‧인종에 상관없이 한데 모인 인물들의 역동적인 모습과 다채로운 색감이 인형극이라는 장르로 연결된 전 세계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성연성 디자이너는 “춘천의 인형극 전통과 글로벌 축제로서의 위상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며 “따뜻하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색감과 구도로 담아냈다”고 밝혔다.


제24회 유니마총회&세계인형극축제 공식 포스터



이번 축제의 백미는 5월 24일 열리는 개막식 퍼레이드다. 춘천시청 호반광장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퍼펫카니발에는 대형 가마우지를 비롯한 국내외 아티스트들이 대거 참여하며, 시민들 또한 인형극 만들기 체험이나 전통 인형 제작 워크숍 등에 참여해 직접 만든 인형과 가면, 손인형 등을 착용하고 함께 거리를 행진할 수 있다.


개막식 퍼레이드


춘천인형극제 김민영 홍보팀장은 “시민들도, 저희도 처음 경험하는 세계적 규모의 인형극제라 시민 참여 콘텐츠 구성에 특히 힘을 쏟았습니다. 무대 곳곳에 시민이 스며들도록 설계한 이번 축제를 통해, 인형극 도시 춘천의 가장 큰 자산이 시민임을 세계에 알리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작년에 신설된 ‘프로그램OFF’에서는 공식 초청을 받지 못한 10여 편이 인형극장 솔밭‧테라스 극장에서 공연 기회를 얻는다. 더 많은 극단에 무대를 열어주기 위한 취지다. 이 외에도 인형극장과 축제극장 몸짓 등에서 다채로운 공연이 상시로 펼쳐진다.특히 올해는 대형 인형극 작품들이 대거 초청돼, 춘천문화예술회관에서도 개관 이래 최초로 인형극이 무대에 오른다




춘천의 인형극은 1989년 작은 극장에서 시작해, 어느새 도시의 자랑이자 모두의 추억이 되었다. 이제 춘천은 세계 인형극의 중심에서, 예술과 상상력, 그리고 시민의 힘으로 또 한 번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간다. 이번 유니마총회와 세계인형극축제는 단순한 축제를 넘어, 전 세계가 춘천에서 하나로 연결되는 특별한 순간이 될 것이다.


5월, 세계인형극 관계자들이 춘천에 모인다




김미애 문화예술과장은 “춘천인형극제는 전국에서 가장 깊은 역사와 뚜렷한 정체성을 가진 축제로, 앞으로도 춘천을 넘어 세계로 뻗어나가길 바랍니다. 이번 축제를 통해 시민과 예술가, 그리고 관객 모두가 춘천의 자부심을 함께 느끼면 좋겠습니다”라고 전했다.


인형에 생명을 불어넣는 손길, 그리고 그 손길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들이 모여, 춘천은 다시 한 번 ‘살아있는 동화’의 도시로 거듭날 것이다. 이 특별한 축제의 현장에서, 우리 모두가 새로운 이야기를 함께 써 내려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