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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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411

2025-04
#춘천은지금 #봄내를만나다
춘천호수지방정원
정원이 필요해


“정원이 필요해”

사람들은 왜 정원을 좋아할까. 미국의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은 ‘바이오필리아(Biophilia·생명 사랑)’개념을 통해 소개한 것처럼 인간은 무의식적으로 다른 생명체와 유대를 추구한다고 설명했다. 바쁜 도심 속에서도 우리는 녹색 공간을 찾아 걷고, 작은 화분 하나라도 곁에 두고 싶어 한다. 춘천이 ‘호수정원도시’로 도약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람과 자연이 함께 살아가는 공간, 미래 세대를 위한 지속가능한 유산. 이제 춘천의 정원은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 할 가치가 되었다.



<윤슬아트가든 조감도> 물가에 핀 어리연꽃을 가까이서 즐길 수 있도록 조성한 국내 최초 수중 전망대


 상중도 생태습지 모습을 그대로 살려 3D 측량으로 구현한 호수지방정원 조감도



정원도시, 이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

‘정원’하면 흔히 꽃밭을 떠올린다. 하지만 오늘날 정원은 관상용을 넘어 도시의 탄소흡수원 역할과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중요한 기능까지 수행하는 공간으로 확대되고 있다. 식물이 가득한 숲과 정원에서 나무들이 탄소를 흡수하면 자동차 배출 가스 등으로 발생하는 막대한 온실가스를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정원은 개인의 취미를 넘어 도시 전체의 공적 자산이 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일상 속 녹색 공간의 필요성이 커졌고 정원 관광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지자체들도 공공 정원 조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재 ‘정원도시’ 조성을 선언한 지방자치단체만 전국 14곳에 이를 정도로, 정원도시 열풍이 거세다. 최근 춘천시는 2023년에 강원도 지방정원의 대상지로 상중도가 선정되면서, 호수와 섬을 테마로 한 ‘호수지방정원’ 조성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윤철 건설국장은 “상중도는 천혜의 자연과 생태를 고스란히 간직한 곳으로 다음 세대가 다양한 생물체와 함께 살 수 있는 자연환경을 생각하며 정원을 만들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춘천이 전국적인 ‘정원도시’ 붐 속에서도 주목받는 이유는, 생태 보전을 중심으로 한 정원 조성 방식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춘천의 정원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사람이 자연과 함께 살아가듯 벌, 지렁이, 달팽이, 꽃과 나무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생태 정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정원만이 우리가 나아가야할 방향이다.


상중도 내 춘천호수지방정원 구상도


호수 위 정원의 꿈, 2031년 국가정원으로

의암호 한가운데에 수려한 풍광을 뽐내는 상중도. 도심 내 북한강~의암호~소양강이 연결되는 호수안의 섬이라는 특징이 있다. 이곳은 습지와 버드나무 군락이 어우러진 자연 그대로의 공간이며, 소양팔경 중 하나인 고산 이 자리하고 있다. 맹꽁이, 가시고기 같은 수변생물도 살고 있다. 이렇게 천혜의 생태와 자연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상중도 일대가 올해부터 정원도시로 거듭난다. 기존의 인공 조경을 최소화하며 습지를 보호하고 생태를 회복하는 정원으로 조성된다고 하니 어쩐지 안도하게 된다


그 시작은 상중도 20ha 부지에 호수정원과 국립정원소재센터 조성이다. 국비를 포함해 368억 원을 투입해 2027년이면 두 시설 모두 문을 연다. 고산 내 들어설 국립정원소재센터는 산림청 산하 정원식물소재 및 정원자재·용품에 특화된 전담 국립기관으로 춘천을 비롯한 도내 정원산업 발전 및 정원문화 확산을 위한 구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단순한 공원을 넘어, 지속가능한 정원을 만들기 위한 연구와 교육의 중심지가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이곳에서는 기후변화에 강한 식물 연구가 이루어지고, 시민정원사들이 직접 교육을 받을 수도 있다. 앞으로 춘천의 공공 정원들은 이 센터에서 길러낸 식물들과 정원사들의 손을 통해 가꿔질 것이다.


춘천시는 향후 상중도와 하중도, 붕어섬, 위도를 단계적으로 관광지화하고, 국제정원박람회 유치 등을 통해 호수국가정원으로 성장시켜 나갈 계획이다. 호수지방정원이 개원한 뒤, 3년 동안 체계적으로 운영되면 2031년 국가정원으로 승격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고산: 상중도 끝자락에 솟아있는 해발 98.9m의 낮은 봉우리. 봉래산이라고도 한다.


우리도 순천처럼 가능할까요?

알다시피 춘천은 호반의 도시다. 춘천 사람들에게 호수는 공기처럼 당연한 존재이지만, 관광객들에게는 힐링의 장소다. 상중도의 가치는 이미 외부에서 먼저 알아줬다. 영국 첼시 플라워 쇼에서 한국인 최초로 3회 금메달과 최고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정원디자이너 황지해 작가는 2023년 10월 상중도를 방문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상중도는 이미 정원으로서 생태적 질료를 갖춘 대상지로 춘천시 고유의 생태와 문화, 기후변화 등 창의적 전달매개가 될 장소다. 정원이라는 옷을 입게 되면 모두에게 가슴 설레는 일이 될 것이다. 또한 상중도 주변의 하안림과 같이 정원을 연계한다면 세상 그 어느 곳 보다 특별한 공간이 될 것이다.”


국내 최초 국가정원인 순천만 국가정원의 최덕림 국제정원박람회 총감독은 “상중도를 정원으로 잘 조성한다면 2천만 서울 시민들이 춘천으로 몰려올 것”이라며 호수정원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춘천은 서울과 가까운 지리적 이점을 지닌 도시다. 생태 정원이 조성되면 수도권 시민들에게 색다른 휴식처이자 매력적인 관광 명소가 될 것이다. 인구 27만 명의 소도시에 연간 방문객이 600만 명을 넘은 순천처럼 지역경제 활성화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황미정 정원개발팀장은 “방문객 증가에 따른 카페·음식점·숙박업 등 소규모 창업과 일자리 창출까지 가능하다” 라며 “순천처럼 연간 관광객이 30만 명에서 200만 명으로 급증해, 인근 음식점과 숙박시설이 동났다고 항의 전화가 시청 당직실로 빗발치는 그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봄내 가드너스’ 최주영 대표


남춘천여중 옆 공터 정원만들기

 

춘천시 녹지정원과와 함께한 ‘노후 꽃묘 나누기



시민정원사라는 세계

지속 가능한 정원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적극 참여가 중요하다. 도시의 녹색문화를 확산하려면 주민들이 직접 가드너 교육과 현장 실습을 받고 계절마다 지역의 정원을 가꾸는 것이 효율적이다. 주민 가드너의 대표적 사례가 2023년부터 춘천시에서 시행 중인 ‘시민정원사’ 제도다. 현재까지 1기와 2기를 합쳐 총 40명의 시민정원사가 배출되었다. 40시간의 가드닝 이론 및 실습 교육을 받는 시민정원사 양성과정을 모두 마친 분들이다. 이들은 지속적 정원문화 확산을 위해 2024년 6월 ‘봄내 가드너스’라는 비영리 단체도 만들었다. 시민정원사분들의 활동을 직접 듣기 위해 지난 3월 12일 신동에 위치한 최주영 대표의 정원 작업실 ‘꽃담’을 찾았다. 봄내가드너스는 ‘정원은 이야기가 시작되는 공간’이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설립된 모임으로 현재 회원은 20여 명이다. 춘천이 정원도시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시민정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그는 거듭 강조했다. “시민정원사 양성은 전국적인 흐름이다. 어떤 정책이든 시민들이 관심을 가져야 성공한다는 것을 시에서 먼저 인지하고 제도화 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봄내가드너스는 춘천의 작은 유휴지, 자투리땅을 녹지공간으로 조성하는 일을 하고, 산림청 주관 조경 전공 학생들과 실습 정원을 만드는 2024년 드림프로젝트에 정원사로도 참여했다. 그는 “호수정원도시를 만드는데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찾고 시민들의 문턱을 낮춰주는 역할을 하기 위해 준비중이다”라며 “끊임없이 공부하고, 정원 관련 일을 계속 하면서 작은 결과를 만들어내는데 집중하고 있다. 시에서 부르면 언제든 달려갈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윤영조 강원대학교 생태조경디자인학과 교수도 시민정원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호수정원도시가 성공하려면 모든 시민이 정원사로 활약하는 정원사의 도시가 되어야 한다. 정원은 공원과 달라서 전문가의 손길이 필수적이다. 시민정원사분들을 활용한 정원관리는 유지 보수 비용도 줄일 뿐 아니라 정원의 가치를 훨씬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춘천시에서도 시민정원사를 활용한 정원 조성 관리에 힘쓰고 있다. 김득정 녹지정원과장은 “시에서 기조성한 정원을 관리하거나 마을 정원 조성에 참여할 수도 있다. 나아가 정원해설사, 정원교육과 봉사활동 등 호수정원도시가 제대로 안착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며 춘천이 정원도시로 자리잡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라고 전했다.



다른 지역 정원 견학


상상을 해본다. 상중도를 중심으로 춘천 곳곳에 정원이 연결되어, 초록빛 나무와 꽃들이 도시를 감싸는 모습. 호수 위를 따라 이어진 정원들은 사람들에게 휴식과 영감을 주고, 자연과 도시가 조화를 이루며 살아 숨 쉬는 공간이 된다. 도심을 관통하는 정원길을 따라 걷다 보면, 춘천이 ‘정원의 도시’이자 ‘정원 여행의 성지’로 거듭나는 미래가 머지 않았음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봄내가드너스 회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