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에디터(editor) 강의에서 오늘의 주인공인 김은아 씨를 처음 만났다. 월간지 편집자, 스피치 강사, 공간 디자이너, 작가 등 각계의 전문가들을 만나 교육을 듣고 생각이나 느낀 바를 공유하는 자리였다.
평일 저녁에 열리는 교육 특성상 수강생들은 각자 본업을 마치고 오는데, 카페를 마감하고 수업을 들으러 오는 김은아 씨가 눈에 띄었다. ‘커피와 에디터 교육의 연결고리는 무엇일까?’ 생각하며 말이다. 학창시절을 태권도 선수로 보냈다는 김은아 씨는 자신의 이야기와 생각을 일목요연하게 풀어내는 말솜씨가 인상 깊었다. 봄내소식지 취재를 계기로 김 씨의 카페인 ‘베라카빈’에서 조금더 깊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베라카(berakah)’라는 뜻은 히브리어로 좋다, 축복이라는 뜻이에요. 좋은 원두를 더 좋게 로스팅해서 커피를 내린다는 의미를 담고 싶었습니다.”
처음 시작은 작은 공방에서 시작했다. 자녀들이 어느 정도 자랐을때, 일자리를 찾던 중 김 씨는 커피에 눈길이 갔다. 커피와 관련된 서적을 모조리 읽고, 서울과 춘천을 오가며 대형 로스터리 카페에서 기초부터 차근차근 배웠다. 공방을 시작한 것도 대회를 나갈 준비를 하기 위해서였다.
“지나가다 커피 향을 맡고 들어오신 손님들이 하나둘씩 늘어서 근처에 큰 공간으로 이전했어요. 아예 로스터리 카페를 열었죠.” 열자마자 직원을 여러 명 둘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김 씨는 카페를 하는 와중에도 틈틈이 카페의 한 공간에서 꾸준히 로스팅을 연습했다. 시간이 흐르고 실력이 쌓이자, 바리스타 시험을 심사하고, 바리스타의 꿈을 키우는 학생들을 가르쳤다.
하지만 카페를 연 지 2년 뒤인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카페가 주춤했다. “코로나가 끝나고 나니까, 골목 주변에 건물들이 들어서고, 주변에 프렌차이즈 카페나, 개인 카페들도 많이 생기면서 새로운 손님들이 줄긴 했어요. 주차 공간이 많이 사라져서 그런가봐요. 가족이나 친구끼리 각자 차를 끌고 오면, 주차공간이 협소해서 난감해하시더라고요.”
하지만 김 씨는 이 위기를 자신을 되돌아보는 기회로 삼았다. 시간이 남을 때마다 커피 서적은 물론 경제와 마케팅, 인문학 등 다양하고 폭넓은 독서를 했다. 그런 의미에서 참여했던 것이 에디터 수업이었다.
“다른 강의도 들어봤지만, 이 강의에 비하면 수박 겉핥기 같았어요. 매주 한 분씩 긴 호흡으로 가르쳐주셔서 그분들의 이야기를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죠. 위기관리 능력이나, 자신의 업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자세들을 제 삶에 어떻게 적용하는 지가 핵심인 것 같아요.”
김은아 씨는 식견을 넓히기 위한 공부도 하고 싶었지만 자신의 업을 더 잘하기 위해 대표적인 원두 산지로 유명한 에티오피아로 떠났다. 열흘간 그곳에서 생두도 직접 수확해보고, 현지인들은 커피를 어떤 식으로 내리는지, 그들의 커피 문화와 방식에 대해 몸소 느끼면서 더 깊이 공부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커피 맛이 궁금해져서 한 잔 부탁드렸다. 커피 원두와 내리는 방식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해주는 김 씨의 모습에서 어린아이의 들뜬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커피는 신선했고, 깊은 대화에 어울리는 향이었다. 좋아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은 삶에 있어 크나큰 원동력이 된다. 커피를 맛 보면서 소중하지만 잊고 지냈던 것들이 생각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