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학교는 이때 가장 활력이 넘칩니다. 새 친구, 새 선생님을 만나거든요. 학부모님도 새 담임을 만나러 가시겠군요? ‘학교 교육과정 설명회’ 말입니다. 이달 중순쯤 열릴 테니 곧 안내장을 받으시겠네요. 내 아이를 한 해 동안 가르칠 담임이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는 건 중요한 일이지요.
저도 학부모님에 대해 많이 알수록 아이를 가르치는데 도움이 됩니다. 그래서 이날 자세히 살피게 되는데, 담임을 하면서 느끼는 점은 학부모님과 아이가 닮았다는 겁니다.
어떻게 닮았는지 볼까요?
이날, 저는 칠판에 ‘학부모님께서는 자기 아이 자리에 앉아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미리 써놓고 기다립니다. 대부분 엄마가 오시지만, 요즘은 아빠들도 꽤 오십니다. 다들 멋진 차림이지요. 상표가 보이는 명품 차림도 있습니다. 교실에 가실 때에는 덧신을 신어 마룻바닥을 보호해달라는 학교의 당부를 대부분 따르지만, 구둣발로 오는 학부모님도 있습니다. 인사를 건네면 대부분 저와 비슷한 목소리로 인사를 받지만, 부끄러워 하시며 어색하게 웃고 들어가는 분도 있고, 복도 전시물을 보느라 인사하지 않고 들어가는 분도 있습니다.
학부모님 대부분은 칠판의 안내를 보고 자기 아이 책상을 찾아 앉습니다. 아이들이 직접 손으로 그리고 오려 붙인 이름표가 붙어 있으므로 자리를 찾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만, 바로 교실 뒤편 게시판에 가서 자기 아이 작품을 찾는 분도 있습니다. 어떤 분은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기도 합니다. 사진 촬영을 삼가시고, 교실 둘러보기는 순서는 담임의 나중에 있을 예정이라고 안내장에 나갔지만, 읽지 않으신 것 같습니다.
어떤 분은 자리에 앉자마자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아이가 손수 만든 이름표를 어루만지기도 합니다. 그분의 가방은 책상 교실 바닥에 가지런히 놓여 있군요. 아이가 쓸 책상에 엄마 가방을 함부로 올리는 걸 조심스러워하는 마음이 느껴집니다. 반대로 명품 가방을 자랑하듯 책상 가운데 떡하니 올려놓는 분도 있습니다.
모두 앉으시면 간단히 자기소개를 나눈 뒤, 제가 준비한 슬라이드를 넘기며 학급 운영 계획을 설명합니다. 교육과정 및 수행 평가, 현장학습, 급식실 이용, 도서관 이용, 늘봄 교실, 방과후 학교를 설명하는데 십오 분 정도 걸립니다. 다들 열심히 들으시지만, 모두 그렇지는 않습니다. 핸드폰을 들여다보거나 책상 아래로 손을 내려 책상 속을 뒤적이거나 창밖을 보기도 하지요.
학부모님들과 제가 교실에 머무는 건 한 시간이 채 안 됩니다. 하지만 서로를 관찰할 만합니다. 학부모님과 아이와 연결 짓기도 어렵지 않은데, 며칠 동안 관찰한 아이와 학부모님의 모습이 너무 닮아있거든요. 적극적으로 인사를 나누던 학부모님의 아이는 매일 아침 등교할 때마다 친구들에게 ‘얘들아, 안녕!’이라고 외칩니다. 감격한 표정으로 이름표를 쓰다듬던 학부모님 아이의 책상은 늘 깨끗합니다.
학급 문고를 조심히 살피던 학부모님의 아이는 물건을 잘 잃어버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덧신을 신어달라는 말을 무시하던 학부모님의 아이는 글자를 못 읽는 친구를 놀려서 울리더군요. 우는 아이에게 사과하라고 말하자 ‘쟤 진짜 글자 못 읽어요. 내가 거짓말 안 했는데 왜 사과해요?’라고 말했습니다.
명품 가방을 아이 책상에 소리 나게 올려놓던 학부모님의 아이는 새로 산 게임기나 과자를 가져와 친구들에게 자랑하면서 ‘너네는 이런 거 없지롱!’하고 으스댔습니다. 자리에 안 앉고 교실 뒤편으로 간 학부모님의 아이는 학교 연못에 ‘들어가지 마세요’라는 안내를 어기고 들어가 개구리알을 손으로 떠서 친구들에게 던졌습니다. 제 설명을 듣지 않고 핸드폰을 만지던 학부모님의 아이는 꽃을 접으라고 나눠 준 색종이를 찢었지요. 아이들의 이런 행동들은 의도적인 게 아닙니다. 자라면서 양육자를 모방한 결과지요. 아직 부모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나이의 아이들은 부모와 최대한 같은 말과 행동을 해 보이는 걸로 애정을 표현하니까요. 아이들의 언행 중, 바람직한 건 키워주고 걱정스러운 부분은 학부모님과 의논해서 나은 방향으로 바꿔주는 게 교육이겠지요. 그러려면 학부모님과 교사는 한편이 되어야 합니다. 올 한 해, 잘 부탁드립니다!
송주현 만천초등학교 교사. <나는 1학년 담임입니다>, <착한 아이 버리기>, <초등학교 상담기록부> 저자. 33년째 아이들 가르치면서 함께 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