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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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410

2025-03
#춘천은지금 #봄내를만나다
춘천시공공제설현장
그 많던 눈은 누가 다 치웠을까


눈 내리는 겨울밤, 내일 아침 출근 걱정 없이 낭만에 빠질 수 있는 이유는? 춘천 시민이니까. 오버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 춘천의 제설 환경은 전국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대설주의보가 발효되면 춘천시는 즉각 비상 대응 체제를 가동한다. 각 부서와 읍·면·동 비상근무 체계를 통해 125명의 인력이 현장에 투입된다. 시간은 상관없다. 오직 시민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눈오는 밤에도 그들은 雪雪雪...눈길 위를 달린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





시민의 안전을 위해 밤을 지새운 사람들

올 겨울 춘천에는 눈이 유독 많이 내렸다. 눈이 너무 자주 와서 피로하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후평동에 사는 강성진(47) 씨는 “한 번 눈이 올 때 너무 많이 내리고 자주 와서 눈 치우느라 힘들다”라며 “저녁마다 출근 시간 일기 예보를 꼭 확인하고 잔다”고 말했다.

1월에만 큰 눈이 세 번이나 내렸다.

지난 1월 27일 새벽 2시 발효된 대설주의보는 설 연휴 중이어서 자칫 귀성길 교통대란으로 이어질 뻔 했다. 하지만 춘천시의 신속한 제설작업 덕분에 지역의 교통 불편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시는 당일 오전 2시 50분 재난복구팀장이 주재한 상황판단회의를 통해 대설 대응 방안을 점검하고 재난안전 1단계를 가동했다. 새벽임에도 불구하고 제설차량·장비와 인력(공무원·공무직 등)을 동원해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했다. 또 CCTV 관제센터와 재난 예·경보 시스템을 활용해 위험 지역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사고 예방에 총력을 쏟았다.이철규 도로과장은 “폭설이 이어질 때는 24시간 체제로 운영되며, 기상 상황에 따라 대응 계획을 지속적으로 조정하고 있다”며 “제설 작업은 주민의 안전과 직결된 일이기에 한순간도 소홀히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제가 한번 찾아가보았습니다.

눈 소식이 들리면 춘천의 모든 도로 제설자들은 거두리에 있는 도로관리사업장으로 모인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눈과 사투를 벌이는 제설 베테랑들을 만나기 위해 2월 6일 오후 2시, 동내면 거두리 산속 깊이 위치한 춘천시 도로관리사업장을 찾았다. 올해 네번째 대설주의보가 내렸던 날이었다. 영하 10도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10여 명의 직원들이 외부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 찬 바람이 얼굴을 할퀴고 지나갔다. 밖에 머문지 5분도 안 되었는데 온 몸이 꽁꽁 어는 기분이었다.


축구장 3개 크기의 부지에 40여 대의 15톤 트럭이 열맞춰 주차되어 있었고, 제설제와 제설장비 보관용 창고, 현장제설근로자들이 잠시 몸을 녹일 수 있는 컨테이너 박스 두 개가 눈에 들어왔다. 망가진 제설기를 지게차로 분리하고 있는 곳으로 가보니 현장에서는 송호필 반장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그는 춘천시 모든 제설 현장을 실시간 관리‧감독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송 반장은 대화 도중에도 수백 톤의 제설제를 실은 거대한 화물트럭이 도착하면 달려가 포크레인이 제설제 자루 더미를 질서있게 쌓을 수 있도록 도왔다. “힘들죠. 저희는 대체 인력이 없어서 모든 현장 직원이 풀 근무해요. 눈이 그치지 않으면 며칠이고 밤을 새우기도 하고 명절이나 공휴일은 꿈도 못 꾸죠. 그래도 지난 주 설날에 시장님이 방문해 주셔서 좋았습니다. 기사 대기실에 온풍기도 생기고, 제설제 가루가 날리던 사무실에 공기청정기도 생겼네요.” 그는 비상소집 문자를 보낼 시간이 됐다고 했다. 저녁 7시부터 눈이 내린다는 예보가 확실시되었기 때문이다. 제설작업자들은 통상 예보 2시간 전에 소집한다.



오후 5시가 되기 전부터 도로 제설팀들이 속속 현장에 도착했다. 15톤 제설 트럭에 제설제를 싣고 춘천시 전역을 도는 임무를 맡은 40명의 작업자들이다. 1주일 전 폭설로 며칠간 잠을 제대로 못 잤다는 여파가 얼굴에 역력했다. 지친 기색이었다.

8년째 춘천 제설작업의 첨병으로 일한 이용일 씨는 “제설기를 부착한 15톤 트럭은 코너를 돌 때 회전 반경이 커서 운전이 어렵지만, 저희들은 겨울 내내 춘천 시민들의 발이 묶이지 않도록 작은 소임이라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특히 블랙아이스 위험이 큰 교량, 급경사로, 버스정류장, 상시 응달지역, 학교 앞은 더욱 신경 씁니다.”라고 전했다.



제설팀은 평소에도 장비를 정비하지만, 눈 오는 날에는 한 번 더 꼼꼼히 점검한다고 했다. 눈길을 뚫고 가는 도중에 제설기가 고장 나면 도로 위에서 큰 낭패를 보기 때문이다. 장비를 정비한 후에는 제설제를 보강한다. 시내보다 외곽을 담당하는 트럭이 우선이다.

지게차가 제설제가 담긴 1톤짜리 자루를 조심스럽게 들어 올려 트럭 중앙에 투입한다. 이내 제설제 하단이 ‘팡’ 터지고, 하얀 제설제 가루가 트럭 위에서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예상보다 30분 빠른 오후 6시 30분경, 함박눈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굵어진 눈발이 시야를 가려 작업이 쉽지 않아 보였다. 제설제를 아직 싣지 못한 근거리 담당자들은 마음이 급해졌다. 트럭 한 대에 9~10개의 제설제를 실어야 하기에 시간이 꽤 소요된다.

어둑어둑한 작업장에 서치라이트가 켜졌다. 불빛 하나 없는 산속 작업장이 대낮처럼 환해졌다. 눈은 특히 기온이 떨어지는 야간에 갑자기 내리는 경우가 많아 조명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송 반장과 동료들은 펑펑 쏟아지는 함박눈을 맞으며 제설 차량을 배웅했다. 선영주 씨가 창문을 내리며 “오늘 눈이 제법 내릴 것 같죠?” 묻자, 송 반장은 “조심히 다녀오세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라며 손을 흔들었다. 눈과의 사투를 벌이러 제설 차량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전초기지를 떠났다.




전국 최고의 제설관제시스템 보유도시

수년 전 갑작스러운 폭설로 인해 도로 곳곳이 마비되었고, 많은 시민이 불편을 겪은 적이 있다. 일부 시민들은 제설 작업이 미흡하다며 공무원들에게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춘천시는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폭설 대응 체계를 개선하고 해마다 예산과 인력을 보강해 시민 안전을 우선시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제 춘천시는 체계적인 제설관제시스템 운영으로 전국에서도 주목하는 도시로 거듭났다. 지난 2월 13일에는 제주특별자치도 도로관리팀이 춘천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방문하기도 했다. 춘천 제설관제시스템은 상황실에서 각 제설 차량의 작업 현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지난 2015년 도입했다.

해당 시스템을 통해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을 확인하여 제설 차량을 적재적소에 투입할 수 있어 제설 작업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우두동에 사는 신민근(44) 씨는 “서울에 살다가 춘천에 다시 돌아와서 느낀 점은 진짜 춘천에 눈이 많이 오는데 도로제설이 정말 잘 되어있더라”며 “매번 시민 교통 불편 해소와 안전한 생활을 위해 불철주야 제설임무를 수행하는 공직자 및 근로자 분들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내 집 앞 눈은 내가 치우는 것 부터




더욱이 작년부터 도입된 인도 제설 작업도 지속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춘천시는 2006년 건축물관리자의 제설 및 제빙 책임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눈이 오면 주민 스스로 집 앞 도로나 골목 등을 치우도록 했다. 하지만 강제 의무조항이나 벌칙이 없어 사실상 유명무실했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동면, 퇴계동 등에서 폭설 취약구간을 파악해 제설봉사하는 시민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김남윤 도로과 주무관은 “현실적으로 시에서 작은 골목 하나하나까지 제설하기에는 인력 등 한계가 있는데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여주신다는 소식에 반가웠다” 라며 “춘천 시민 모두의 안전을 위해 내 집 앞 눈치우기에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제설작업은 단순히 눈을 치우는 일을 넘어선다. 안전을 지키고 일상을 되찾는 일이다. 그 현장에는 춘천시 도로과 및 도로제설단의 보이지 않는 노고와 헌신이 담겨 있다. 이들의 노력 덕분에 추운 겨울 속에서도 춘천의 일상이 유지될 수 있었다. 어쩄든 또 한 번의 겨울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