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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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409

2025-02
#도란도란 #봄내를꿈꾸다
우리 모두 꽃씨가 되자.
봄내 시민기자가 춘천시민들의 스토리를 직접 취재하여 전하는 코너입니다.


어느 날 세상에서 가장 낭만적인 공문 하나가 전국 초등학교로 발송되었다. 어떤 초등학교 선생님이 퇴임을 기념하며 교실에서 전시회를 연다는 내용이었다. 바로 남부초등학교 강승숙 선생님의 이야기다. 교사의 처지가 더없이 쓸쓸한 시대에 그는 학교를 떠나면서 무엇을 할지 고민하다 작은 전시회를 열기로 했다. 20평 채 안 되는 작은 공간이 그녀 삶의 흔적으로 빼곡해졌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꽃씨 신문이다.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선생님은 아이들과 또 학부모들과 글을 쓰고 나눴다. 꽃씨 신문은 그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가 쓰는 글은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 하는 이야기이다. 이 신문에는 교육에 대한 그녀의 주관과 삶에 대한 생각이 오롯이 담겨 있다. 그리고 아이들의 글은 완결된 이야기보다는 짧은 자투리 글이 많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읽은 학부모님은 답글을 써서 보내고, 학부모님들의 글은 다음 신문에 실린다. 따로 글쓰기 교육을 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글을 쓰고, 그 글은 아이들의 삶과 연결이 된다. 꽃씨 신문에는 아이들의 일상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학부모들의 글까지 더해지니 이 신문 자체가 그의 교실과 삶 그 자체가 된다.

1년 동안 아이들과 관찰한 목련도 인상 깊다. 선생님은 아이들과 오랜 시간 꾸준하고 성실하게, 때로는 지독하게 목련을 관찰했다. 그러던 어느 가을, 목련의 잎이 다 떨어지고 아이들도 시간의 흐름을 온몸으로 느끼는 계절이 왔다. 아이들도 선생님도 목련을 보며 서로의 헤어짐을 준비하게 됐다. 교실에서 키우던 장수풍뎅이도 목련 나무 밑에 묻었다. 목련 관찰하기에는 만남과 헤어짐, 삶과 죽음, 사랑과 우정 등 우리의 인생 모두가 담겨 있다.

요즘 교실은 AI가 등장하며 한 변곡점에 서 있다. 마치 책과 글쓰기는 뒷전인 것처럼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것들이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이런 시대일수록 그는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학교를 천천히 걸으면서 느껴지는 시간과 삶의 흐름, 목련 하나에 담긴 인생, 매일 글을 쓰며 느껴지는 여러 가지 생각들.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신기술이 아니라 어쩌면 천천히 깊숙이 생각해야 알 수 있는 것들이 아닐까? 마치 목련의 한해살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