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끈뜨끈한 밥과 국, 불고기에 두부조림, 신선한 김치와 무생채에 카레까지 맛있는 냄새가 솔솔 풍긴다. 대학생 한 무리가 맛있게 밥을 먹고 직접 잔반을 치우고 있다. 그리고 설거지하는 할머니께 힘차게 외친다. “잘 먹었습니다!” 마치 시골 할머니 댁에 와서 밥을 먹고 가는 손주들 같은 느낌이다. 이곳은 한림대학교 근처에 위치한 ‘따뜻한 한끼’라는 식당이다. 이 곳에서는 착한 가격 5천원으로 맛있는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 두 쌍의 부부가 운영하는 이 특별한 식당은 수익 대부분을 어려운 이웃에게 전한다. 그런데 이 두 명의 할머니와 두 명의 할아버지, 이들은 도대체 어떤 관계일까? 사실 두 할머니는 자매 사이고 할아버지들끼리는 형님과 동서 사이다.
두 부부는 오래전부터 퇴직하고 나면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자고 약속했다. 도움이 되는 일은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 집밥을 맛있게 대접하자는 의견이 나왔고 넷은 그렇게 마음을 모았다. 몇십 년 동안 다른 일을 하다 음식점을 한다는 것은 몹시 어려운 일이었다. 처음에는 하루에 30명 정도 오겠거니 하고 시작했다. 그런데 100명을 훌쩍 넘는 사람들이 찾다 보니 육체적으로 감당이 되지 않았다. 새벽에 일어나 재료 준비와 식당 오픈을 준비하다 보면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바빴다. 하지만 좋은 뜻에서 시작한 일을 쉽게 접을 순 없었다. 눈을 꼭 마주치며 잘 먹었다고 인사하는 손님들로부터 힘을 얻어갔고, 곧 개업한 지 1주년이 된다.
주변의 도움도 이들을 힘나게 했다. 건물주인은 좋은 일을 한다며 선뜻 월세를 깎아주었고, 두부 공장 사장님은 매번 원가로 두부를 제공해 주신다. 주변 교회와 건설회사에서는 매달 꾸준히 금전적으로 도움을 준다. 어쩌면 식당은 두 부부가 운영하지만 주변 많은 이웃들과 마음을 모아 함께 하는 셈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만나면 ‘밥 먹었어?’라고 묻고, 헤어질 때는 ‘다음에 밥 먹자.’라고 말한다. 한국인에게 밥이란 배를 채우는 것 이상의 의미가 담겨있다. 두 부부의 따뜻한 밥 한 끼는 이웃들에 대한 사랑 그 자체다. 이 따뜻한 밥 한 끼의 온기가 오래오래 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