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아이들에겐 가일리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이니까요. 계속해서 이곳을 가꾸고 지키고 싶어요. 삶에 지칠 때 돌아와서 편히 쉴 수 있는 마음의 안식처 같은 곳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북면 가일리에 사는 전동훈 목사는 2006년 목회임지를 위해 이 마을로 들어왔다. 용화산 밑자락 버스 하나 다니지 않는 이곳은 오지 중에 산골이다. 이곳에서 주일에는 예배를 드리고, 이외에 시간에는 아내와 함께 칠 남매를 돌보며 감자 농사를 짓고 있다.
전 목사는 아내 류사라 씨와 함께 청년 농업인 사업을 신청하여 교육을 받고, ‘농산물 부가가치’에 대해 알게 되면서, ‘직접 키운 감자로 빵을 만들어야겠다’라고 생각했다. 빵집을 운영하는 지인에게 직접 교육을 받고 이내 본격적으로 감자빵을 만들기 시작했다. 지금은 가게를 오픈한 지 2년째, 상업시설이 없는 가일리에서 읍내인 신북읍으로 내려와 ‘칠남매감자빵’을 운영 중이다. “오시는 손님들이 많이들 물어보세요. ‘정말 칠
남매를 키우냐고.’ 가끔가다 어르신들은 ‘정말 장한 일이다’라고 칭찬해 주십니다. 예전에는 대가족이 많았으니까, 그런 점이 어르신들에게 옛 추억을 떠올리게 했나 봐요.”
한편, 아내 류 씨는 “지금은 큰 애들이 독립해서 집에 공간적인 여유가 생겼지만, 옛날에는 아침마다 전쟁이었어요. (웃음) 아이들은 많은데 화장실은 적으니 서로 먼저 일찍 일어나서 준비하려고 애썼었죠. 그러다 보니 가족 간의 규칙이 생기고 자연스레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애들의 모습이 보이더라고요.”라고 말했다.
류 씨는 아이들의 자립심을 길러주기 위해, 옆에서 기다려주는 시간을 많이 가지려고 노력했다. 예를 들어 아이가 밥을 먹다가 포크 질을 잘못해 손으로 먹고, 식탁이 지저분해져도 스스로 음식을 입에 넣을 수 있도록 천천히 기다려주면서 혼자 하는 법을 터득하도록 도왔다. “강요는 거의 안 해요. 아이들이 스스로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것에 관심 있는지, 대화를 많이 하려고 노력합니다.” 칠 남매 중 첫째는 자신이 좋아하는 글쓰기를 더 배우고자 대학에 진학했고, 둘째는 외국에서 요리를 배우고 그 나라에서 취업했다. 셋째는 아버지가 아시는 선교사님을 따라 지금은 케냐에서 선교활동을 돕는 중이다.
끝으로 전 목사는 “유년 시절 아이들이 해맑게 뛰어놀았던 가일리의 모습을 각자 마음에 좋은 추억으로 기억됐으면 좋겠어요. 이런 것이 주는 안정감이 크거든요. 언제든 돌아갈 곳이 있다는 이런 마음이요.”라며 칠 남매와 가일리에 애틋함을 표했다. 전 목사는 또한, 10년째 가일리에서 이장을 맡고 있으며, 감자빵의 수익금 일부를 가일리에 있는 별빛산촌유학센터(도시아이들이 산촌을 체험하는 곳)에 기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