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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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408

2025-01
#도란도란 #봄내를꿈꾸다
붕어빵에 담긴 온기




휘영청 보름달이 밝게 뜬 밤, 시골길을 따라 조용히 차들이 한 대, 두 대 모여든다. 양손에 무언가를 들고 홀연히 자리를 떠나는 사람들. 불법 거래라도 하는 걸까? 사실 이들은 붕어빵을 사기 위해 한밤중에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다. 송진범 씨는 원래 음료 도소매 일을 하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동내면에 따로 사무실을 차리게 되면서 홍보차 붕어빵도 팔게 되었다.


처음 아무것도 없는 이 시골에서 붕어빵을 판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는 모두 만류했다. 진범 씨가 붕어빵 기계를 대여해 왔을 때 아내도 걱정부터 했다. 그러나 입소문을 타고 붕어빵을 사러 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한때는 차량이 몰려 주민들과 갈등이 생기기도 했다. 신고를 받고 경찰차가 출동했다. 하지만 주차요원을 구해서 차량을 정리하고, 부부가 솔선수범해서 쓰레기를 주우며 주변을 정돈해 나갔다. 지금은 동네 어르신들도 가장 좋아하는 간식이 붕어빵일 만큼 동네에서 사랑받는 곳이 됐다. 캄캄한 시골에 불이 환하게 켜져 있으니 주민분들도 참 좋다고 말씀해 주신다. 젊은 부부의 붕어빵이 마을에도 활력을 불어넣은 셈이다.

얼마 전에는 붕어빵 기계를 싣고 홍천 해밀학교를 방문하기도 했다. 재료값만 받고 봉사하는 마음으로 붕어빵을 구웠다. 시골이라 붕어빵을 한 번도 못 먹어 본 학생들도 있다는 말에 진범 씨는 당장 붕어빵 기계에 불을 올렸다. 동네 어르신께 인사도 드리고 학교 축제도 재미있게 즐기고 돌아왔다. 또 퇴근길에는 가끔 소방서에 들리기도 한다. 24시간 불이 켜져 있는 소방서의 소방관들에게 붕어빵과 어묵을 몇 번 가져다 드렸다. 앞으로도 주변의 이웃들에게 따듯한 붕어빵 한 접시 대접하고 싶다. 이 붕어빵의 온기가 이웃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주었으면 좋겠다.


어쩐지 진범 씨 부부는 요즘 젊은 사람들 같지 않다. 너도나도 한탕주의에 물든 요즘, 붕어빵으로 이웃과 만나는 진범 씨 부부의 마음이 참 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