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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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408

2025-01
#아이들이 자라는 순간 #봄내를품다
<부모 노릇의 고단함> 아이고, 자식 키우기 힘들다!



1월. 묵은 걸 보내고 새로운 희망을 품는 달. 저도 아이들과 새 학년 희망 찾기 활동을 했습니다. 그런데 한 아이가 한숨부터 쉬더군요.


“난 3학년 되면 디졌어(죽었어). 공부 엄청 해야 하거든.”

“(옆 아이가) 으이구, 그니까 그동안 좀 하지, 왜 안 했냐?”

“나 공부 엄청 하거든! 어제 받아쓰기 한 장 썼어. 손가락 빠지는 줄 알았네. (손가락을 축 늘어뜨려 보이며) 선생님도 보세요. 엄청 힘들었겠죠?”


아이고, 작고 말랑말랑하고 여린 손가락이네요. 근데 어쩌지요? 며칠 전 이 아이 엄마와 상담했는데, 다른 말씀을 하셨거든요.


“우리 애 공부 많이 떨어지죠? 

3학년 되면 교과도 많아지고 영어도 시작될 텐데 어떡해요? 

애가 머리는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통 공부를 하려고 들지 않아요. 자꾸 돌아치고 차분하게 뭘 못 해요. 

밥 먹을 때도 젓가락 대신 손가락이 먼저 나가요. 

그러지 말라고 해도 그때뿐이에요. 

첫눈 오는 날, 밖에 나가 옷을 다 버려왔어요. 그 와중에 또 핸드폰은 어디에 흘려서 한참 찾았죠. 

학교에서도 선생님께 충전기 빌려달라 그러죠? 절대 빌려주지 마세요. 그러지 말래도 말을 안 들어요. 

어제는 핸드폰 게임 좀 그만하라고 뺏었더니 아주 난리더라고요. 

지난번 현장 학습 갔을 때, 돗자리에 앉기도 전에 도시락 꺼내다 홀랑 엎었다면서요? 

(한숨을 쉬며) 도대체 모르겠어요. 잠바 잃어버리고, 밥 먹다 물컵을 쏟고, 숙제도 다그쳐야 겨우 하고요. 

학원도 가기 싫어하고. 답답해서 야단치면 징징 울고 입은 댓 발 내밀고. 사춘기가 일찍 오는 걸까요?”




담임의 시각에서 보면 다른 아이들과 비슷한 모습인데, 부모님 처지에서는 다른가 봅니다.


“벌써 3학년이잖아요. 그런데 하는 짓은 1학년 수준이에요. 

어려서 그렇겠지, 기다려주려고 해도 불안해져요. 

애 아빠나 저 클 땐 안 그랬는데, 어쩜 그렇게 다를까요? 

제 자랑 같지만, 공부는 좀 하는 편이었거든요. 글짓기 대회에서 상 받은 적도 있어요. 

잘한다고 그러면 더 하고 싶잖아요. 덕분에 대학 쉽게 가고 직장도. 

근데 제 아이는 뭘 하려고 하질 않아요. 얼마나 뺀질대는지. 

하고 싶은 것도 없고 장래 희망도 모르겠대요. 글쎄.”


하고 싶은 게 없는 아이가 세상에 있을까요? 하고 싶은 게 있어도, 엄마가 마음에 안 들어할까 봐 말을 못 하는 아이라면 몰라도요. 엄마 눈치 보느라 말 안 하는 거라면 걱정 안 하셔도 되겠어요. (그 정도는 판단할 수 있다는 의미니까요.) 집에서 엄마와 마음을 나누는 경험을 못 하는 아이는 학교 생활도 쉽지 않더군요. 건강한 사회성은 엄마 - 아이 관계에서 시작되거든요.


“가끔은... 제가 너무 아이를 닦달하는 게 아닌가 싶긴 해요.”


아이가 속마음을 감추고, 의욕 없는 모습에 도전 대신 피하려는 태도를 보인다면 마음에 우울이 깃들어 있는지 살펴주세요. 아이가 당장 도달하기 어려운 기준은 낮추시고 아이 스스로 어떻게 느낄지 생각해 주세요. 엄마 인정을 못 받는 천덕꾸러기 아이가 이 세상을 무슨 재미로 살아갈까요. 지금은 부족하지만, 앞으로는 더 잘할 거라고 말해주세요. 아이가 우리를 부모로 선택해 태어난 게 아니라 우리가 아이를 낳았지요.








송주현

만천초등학교 교사. <나는 1학년 담임입니다>, <착한 아이 버리기>, <초등학교 상담기록부> 저자. 33년째 아이들 가르치면서 함께 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