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8일 춘천시청 광장에서 제22회 춘천시민의날 행사가 열렸습니다.
시민의 날의 주인공은 단연 ‘시민’이겠죠. 매년 시민의날에는 지역의 명예를 높이고 활동 분야에서 헌신한 주인공들을 위한 춘천시민상 수여식이 함께 열리는데요. 이 상은 지역사회 발전과 시민화합을 위해 헌신한 숨은 공로자에게 수여하는 상입니다. 올해는 ▲문화체육 ▲사회공헌 ▲농업발전 ▲장애복지 ▲산업경제 5개 부문에서 시상했습니다. 제42회 춘천시민상 주인공 5인의 이야기를 만나볼까요.
레슬링 하던 소년에서 선한 영향력을 지닌 사람으로
문화체육부문 수상자
황병철 | 춘천시체육회 부회장
텔레비전에서 프로레슬러 김일의 경기를 본 순간 황병철 씨는 레슬링에 매료되었다. 그길로 곧장 레슬링 도장을 찾아갔다. 프로레슬링과 레슬링이 다르다는 사실도 미처 몰랐던 어린 나이였다. 그는 중학생 때부터 고등학생 때까지 레슬링 선수로 지냈다. 선수 생활을 하며 부상도 많이 당했고, 정신적으로 무너지는 순간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가장 힘들었던건 경제적 어려움이었다. 그 당시 상비군 특별 훈련에 참여하려면 목돈이 필요했다. 다른 선수들이 모두 훈련을 떠났을 때 그는 홀로 남겨지기도 했다. 사촌 형에게 물려받은 레슬링복과 레슬링화가 점점 눈에 띄게 닳아 없어졌을때쯤. 그는 레슬링의 길을 포기하고 말았다. 전국소년체전에서 땄던 동메달을 만지작거리며 그는 생각했다. 나중에 이 길을 가는 아이들을 돕고야 말겠다.
그 뒤 황병철 씨는 여러 길을 돌아 지금의 회사 대영제분을 운영하게 되었다. 현재 그는 춘천시 레슬링 협회 총무 이사 및 전무이사로서 춘천 레슬링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
운동은 하고 싶은데 경제적으로 여건이 되지 않는 아이들을 장학금 지원 등 여러 방면으로 돕는다. 또 장애인 댄스스포츠 협회 부회장직도 맡고 있다. 협회에서는 장애인 5명의 선수와 비장애인 봉사자들이 짝을 이루어 스포츠댄스 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휠체어에 탄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이 조화를 이루어 춤을 추는 스포츠이다. 회원분들이 선수로 활동하면서 어려움을 겪지 않을까 물심양면 애쓰고 있다. 그가 댄스 스포츠를 배우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외에도 바르게 살기 협의회 춘천시협의회 회장으로 각종 캠페인 및 봉사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그는 오랜시간 봉사한 공로를 인정받아 마침내 제 42회 춘천시민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그저 내 주변의 사람들을 돕고자 하는 마음 하나로 살아온 그에게 선물처럼 주어진 당연한 결과다.
요즘 그가 바라는 것은 모교인 강원고등학교에 레슬링 전용 도장이 생기는 것이다. 지금은 선수들이 교실에 매트를 깔아 놓고 레슬링 연습을 한단다. 강원고등학교에 레슬링 전용 체육관이 건립된다는 소식이 하루빨리 들리길 바란다.
레슬링밖에 몰랐던 소년이 이렇게 선한 영향력을 가진 어른으로 성장할 줄 누가 예상했을까. “프로레슬링은 잘 짜인 각본대로 진행한다는데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라는 기자의 질문에 김일은 허허 웃으며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인생 자체가 한 편의 드라마 아니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