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문화재단에서 주관하고 무하에서 운영하는 코스프레 프로그램 ‘찐덕후 영혼해방 프로젝트’는 우연히 취향을 공유하는 세 명의 대화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덕후’는 오타쿠를 지칭하는 용어로 특정 대상에 열중하고 관심 두는 이들을 뜻한다. 이 프로젝트는 ‘왜 몰입하게 되었을까?’ ‘왜 마음껏 자신의 취향을 말하는 일에 머뭇거리고 스스로 제동을 걸고 있을까’라는 몇몇 사람들의 생각에서 출발했다. 참는 것에 익숙해진 어른들이 모여 답답함의 해소를 맘껏 해보자는 의지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곳에서는 애니메이션, 웹툰, 웹소설 장르를 비롯해, 드라마, 영화, 게임까지 다채로운 콘텐츠의 이야기를 마음껏 나눌 수 있다. 기수 당 10회 차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 어느덧 2기의 막바지로 향하고 있다. 1기 참가자는 “일의 특성상 하루 종일 직장에서 말하지 않고 있다가 이곳에 오면 입을 열게 된다”라며 “잊고 살던 과거의 나를 찾아가는 기분”이라고 참여소감을 전했다.
의견 내는 일에 신중했던 이들은 이곳에서는 각자의 취향을 마음껏 드러낸다. 수다만을 위한 시간은 아니다. 자신을 가렸던 갑옷들을 한 겹 한 겹 벗겨내기 위한 작업이다. 참가자들은 더빙에 도전하거나 분장하기, 평소 동경했던 캐릭터의 설정집을 써보고 탐구의 시간도 갖는다. 닮고 싶은 캐릭터 코스프레를 시도하고, 그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는 등 혼자라면 도전하지 못했을 경험을 쌓는다.
참가자들은 저마다 “이 모임에서 느끼는 해방감은 일상을 지탱하는 힘이 되었고 가치 있는 작업이었다”라고 입을 모은다. 이런 자리가 어색하다고 머뭇거리던 참가자도 적극적으로 변했다. “비디오테이프가 늘어지도록 돌려봤던 애니메이션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어떤 취향을 공유해도 모두 귀 기울여주니 이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몰라요.”
‘찐덕후 영혼해방 프로젝트’를 기획한 이준미 씨는 “나도 해보고 싶었던 일을 시도해 보기 위해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체면의 무게를 내려놓은 홀가분함이 얼마나 달콤한지 보여주는 프로젝트” 라며 “향후 코스프레 뮤지컬을 만들어 일반인이 쉽게 무대에 오를 수 있도록 키워 나가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이들의 용기 있는 도전들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어른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