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움이 가시고 한결 따사롭게 느껴지는 아침 햇살 아래, ‘소양호’라는 노래를 들으며 곡의 주인인 가수 ‘김산돌’ 씨를 만나러 갔다. 이 노래가 수록되어 있는 ‘춘천의 밤’이라는 앨범은 특이하게도 수록곡과 제목 모두 춘천과 관련된 지명이거나 인명이었다. 1번부터 6번 트랙까지 차례대로 ‘애막골, 춘천의 밤, 장절, 대룡산, 김유정, 소양호’이다.
김 씨는 왜 앨범이라는 도화지를 춘천이라는 색으로만 채웠을까?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란 김 씨는 대학생 때 처음 춘천을 접했다. 은사님께서, 방학 때 ‘얼굴 한번 보자’며 자신의 고향인 춘천에 김 씨를 초대한 것이다. 당시 박사마을, 소양호, 신숭겸 묘역 등 춘천의 곳곳을 돌아다니며, 춘천의 매력을 느꼈다고. 이후 우연히 대룡산 공군으로 입대하면서 자연스레 춘천과 더 가까워졌다. “장교 시절, 자주 대룡산을 올라갔어요. 정상에서 아름다운 춘천의 야경을 봤죠. 그때 쓴 곡이 ‘대룡산’이라는 노래입니다.” 김 씨는 중·고등학교 때부터 일기를 쓰듯 좋았던 감상이나 느낌을 가사로 적고 작곡하는 취미가 있었다. ‘대룡산’을 포함해 앨범 전곡 모두, 4년 전 춘천에서 김 씨가 일기 쓰듯이 만든 곡들이다.
“원래는 제 곡들을 세상에 내놓을 생각이 없었어요. 하지만 춘천에서 장교를 하다가 대구로 가서 군 생활할 때쯤 생각이 바뀌었죠.” 김 씨는 대구에서 보낸 나날들이 지금까지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라고 말한다.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아버지와 작별을 했기 때문이다. “대구와 서울을 오가며 암 투병 중이신 아버지를 돌봐드렸죠. 너무 힘들었어요. 아버지와의 행복했던 추억들을 정리하고 공허감이 컸죠. 왜냐면 남는 게 없었거든요. 좋았던 추억들을 기록하거나 남겨두지 않으면 언젠간 희미해지고 결국엔 잊게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앞으로 저는 더 적극적으로 제 자신의 흔적들을 남기려고 합니다.”
김 씨는 자신이 만들었던 노래들을 음악 관련 인터넷 사이트(사운드 클라우드)에 업로드하고 세상에 남겼다. 이후 대구의 한 인디 레코드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같이 작업해보지 않겠냐. 기존에 없던 음색이고, 새로운 음악이다’라고 연락이 온 것이다. 전역 이후 본격적으로 서울서 음악 생활을 시작한 김 씨는 서울 사람들 앞에서 춘천을 노래했다.
“사람들이 많이 물었죠. 여긴 서울인데 왜 춘천노래만 하냐고. 애막골이 무엇인지, 소양호가 무엇인지 노래를 부를 때마다 관객분들에게 설명해야만 했어요. 음악 생활의 반은 즐거운데 반은 그러지 못했죠.” 그래서 김 씨는 아버지와의 추억이 가득했던 서울 집을 정리하고, 좋았던 추억들이 있는 춘천으로 내려왔다. 작은 책방이나 카페의 한구석에서 노래해도 좋으니, 춘천의 노래를 춘천사람들과 나누고, 함께 호흡하고 싶은 이유에서였다.
“춘천시민분들은 이 도시가 익숙해서 다른 곳과 별반 다를 게 없다고 느껴질 수 있겠지만, 저 같은 외부의 시선으로 봤을 때, 매력적이고 위안을 주는 도시라는 것을 이 앨범을 통해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