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 탕! 탕!”
고요한 적막이 흐르는 가운데 총소리가 연신 울려 퍼진다. 그리고 이어지는 옅은 숨소리. 강원사대부고 사격부의 훈련 모습이다. 남자 고등학생 6명이 모여있는데 이렇게 조용하다고? 선수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각자의 총구에만 집중한다. 연습이지만 침도 넘기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가 흡사 올림픽 결승전 같다.
이들은 올해 48회 중고연맹기 25미터 사격 종목에서 주니어 신기록을 세웠다. 13년 만에 나온 대기록이다. 당연히 금메달을 차지했고, 단체전 금메달에 이어 개인전 1등에서 4등까지 차지했다. 한때 없어질 위기에 놓였던 사대부고 사격부가 다시 뜨겁게 날아오른 순간이었다.
이들을 활약 뒤에는 사대부고 사격부 출신인 박철홍 코치가 있었다. 그는 가장 어려운 시기에 사대부고에 부임했다. 사격선수로 한창일 때 허리 부상으로 사격을 그만둔 뒤 오랜 시간 방황 했다. 그는 사격이 인생의 전부였을 때 다른 길을 생각해 두지 않은 것이 후회스러웠다고 회상했다. 고향 춘천을 등지고 무작정 서울로 떠났고 사격과 관계없는 일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서울 생활에 지쳐갈 때쯤 사대부고 사격부 코치 제의를 받았다. 다시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너무 행복합니다. 학교, 학부모, 총동문회 이 세 박자가 잘 맞아떨어지니 더욱 잘하고 싶어 집니다.”
전국 랭킹 1위인 이 친구들의 이야기도 박철홍 코치만큼이나 다채롭다. 팔씨름으로 전국을 제패하던 선수도 있고, 쇼트트랙 선수 출신도 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 총을 쥐어본 선수도 있었다. 다만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다. 내 인생의 전부를 사격에 걸었다는 것. 한때는 내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몰라 방황하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강원사대부고 사격 선수들의 꿈은 명확하다. 그래서 동트기 전부터 매진하는 새벽 운동이나 주말 운동도 즐겁게 임할 수 있다.
“시합 도중에 패닉이 왔어요. 눈앞이 캄캄해지더라고요. 그때 코치님께서 너 자신을 믿으라고 말해주셨습니다. 그런 작은 응원이 늘 저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해요.”
한참 예민한 시기의 청소년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정신력 훈련이다. 선수들의 실력, 컨디션, 마음까지 헤아려주는 박철홍 코치와 함께라면 강원사대부고 사격부 6명의 선수들의 앞날은 분명 빛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