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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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405

2024-10
#교육도시춘천특집 #봄내를만나다
춘천한샘고등학교
우리는 특성화고 간다

명문대-대기업-정년퇴직으로 이어지는 이상적인 생애 주기의 시대는 오래전에 끝났다. 요즘 똑똑한 10대들은 자신의 적성과 취향에 맞춰 진로를 결정하고, 직업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진짜 공부’를 시작한다. 일찍부터 ‘학벌보다 실력’이라는 가치를 아는 학생들은 특성화고에 진학한다. 춘천은 강원생명과학고, 강원애니고, 춘천기계공고, 춘천한샘고 등 4개의 특성화고를 보유한 교육도시다. 이번 호에서는 대학교처럼 다양한 전공을 선택할 수 있어서 일명 ‘백화점 학교’라고 소문난 춘천한샘고등학교를 찾았다.





1974년 개교한 한샘고는 개교이래 우수한 전문 직업인력을 배출해온 춘천 대표 특성화고등학교다. △뷰티패션과 △조리과 △디자인콘텐츠과 △바이오코스메틱과 △스마트경영과 △융합소프트웨어과 등 6개 학과를 운영한다. 한샘고만의 특색있는 취업역량강화코스도 눈길을 끈다. 

지난 9월 1일 글로벌 취업스쿨 해외기업탐방단이 싱가포르로 떠났다. 조리과, 뷰티패션과 학생 5명은 싱가포르 명문 사립대인 MDIS에서 언어교육, 직무교육을 받고 취업역량을 강화한다. 현지 기업에서 면접을 본 후 최종 현장실습이 확정된 기업에서 실습을 진행하는 코스다. 

한샘고는 1인 1동아리, 학과별 방과후 학교, 기능반 운영, 특색동아리 운영으로 학생들의 도약을 위한 든든한 발판을 마련해주고 있다. 과정평가형자격제도를 실시해 한식조리기능사 자격증을 학교 내에서 취득할 수도 있다. 본인의 전공 뿐 아니라 부전공의 기회를 다양한 계열에서 취득할 수 있고, 전공 뿐 아니라 부전공으로도 취업과 대학진학이 가능하다.






지난 9월 13일 찾은 한샘고 중식 조리실에선 양장피 잡채 실습이 한창이었다. 조리과 3학년 학생들이 오징어를 데치고 정성스럽게 채소를 손질한다. 실제로 호텔 주방에 취업한 것처럼 정해진 시간 안에 중식 요리를 완성하는 연습이다. 시간 내에 만들어내면 좋은 점수를 받는다. 각자 만든 요리를 대형 테이블 위에 줄지어 올려놓고 선생님의 피드백을 듣는 시간. “이건 간장 밑간을 안 했네요. 손질을 잘 안 하면 지저분해 보여요. 가지런하게 담는 연습을 해보자. 겨자소스는 적당히 부어주세요. 늘 이 음식을 먹는 사람부터 먼저 생각해 줘야 해요”


다시 복장을 단정히 갖추고 자신이 만든 요리작품 앞에 선 학생들의 표정은 진지했다. 평가를 하던 최화란 선생님이 “이건 버섯이 빠졌네” 하고 말하자 아이들은 작품의 주인을 찾기 위해 두리번거리면서도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이규현 군은 “중학교 때 유튜브 ‘취요남’을 즐겨봤는데 요리가 맛있어 보여서 제대로 배워보자는 결심을 하고 조리과에 들어왔다”라며 “주 전공은 한식인데 실습실도 많고 수업이 너무 재미있어서 학교생활이 지루할 틈이 없다”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최근 매체마다 홍수처럼 쏟아지는 먹방과 쿡방 열풍을 타고 조리과는 늘 경쟁률이 높은 학과다. 한샘고는 스타 요리사의 높은 인기와 급속도로 성장하는 외식산업에 대한 관심이 치솟던 2016년 조리과를 개설했다. 한식과, 양식, 제과, 제빵, 바리스타 등 5가지 정규 요리 과정을 두고 있다. 교육과정에서 칼과 불을 쓰기 때문에 안전을 위해 규율과 규정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이수진 교무부장은 “조리과 학생들은 음식을 대하는 태도, 배려가 몸에 배어있어서 유난히 온순하고 밝다”라며 “‘나’보다 ‘남’을 위해 만드는 일이 잦은 요리의 속성을 닮은 것 같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강원특별자치도형 마이스터학과로 ‘차세대 세계적 핵심 신성장동력산업인 바이오산업을 이끌어갈 최고의 Young Meister 인재 육성’을 목표로 바이오와 화장품 관련 다양한 실험실습을 경험할 수 있다. 학생들이 어떤 수업을 받고 있는지 궁금해서 바이오실험실을 찾았다. 한눈에 봐도 대학의 실험실과 견주어도 밀리지 않을 정도의 고가 장비들로 가득했다. 학생들은 미생물 배양기, 생물안전작업대, 현미경, 진탕 배양기 등에 적절히 나눠 배치되어 각자 맡은 실험을 수행 중이었다. 모두 하얀 가운을 입고 있어서 전문가의 느낌이 물씬 났다. 생물안전작업대(BSC)라고 불리는 실험대에서 실험중인 학생에게 다가갔다. 투명한 유리 벽 안에 양손만 넣은 채 마이크로피펫으로 용액을 주입 중이었다. “제 이마에 있는 미생물을 스압(채취) 후 유익한 균을 추출해 보려는 중이에요” 이렇게 실험 중심 전문지식을 배운 학생들은 세포를 이용하여 사람의 질병을 퇴치할 수 있는 바이오 의약품 엔지니어나 기능성 화장품 개발, 배양공정, 분리정제공정 분야 등에 취업하고 있으며 연구원으로 근무중인 졸업생도 있다. 미생물 실험 과목을 가르치는 문성환 선생님은 “학생들이 처음에는 실험을 어려워하지만 본인이 키우는 미생물의 변화를 보며 점차 호기심을 키워 나가더라”면서 “연구원이 되겠다는 꿈을 갖고 입학해서 3학년 선배들과 자격증반에서 수업을 함께 듣는 1학년 학생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 과는 서울대학교 시스템면역의학 연구소, 스크립스코리아항체연구원, 춘천바이오산업진흥원에서 바이오와 제약 심화수업을 진행하는 등 학교 밖 교육과정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전국 고교생 바이오 기술경진대회에 참가해 동상과 장려상을 받았고 한화제약과 함께하는 약암 아카데미도 운영중이다. 무엇보다 학생들의 바른 품성과 인성 육성을 위해 남다른 활동을 펼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학생들은 연탄후원과 배달봉사, 홀몸어르신에게 발 마사지와 네일아트, 칠교봉사를 정기적으로 나간다. 바이오코스메틱과 엄기훈 부장은 “공부도 중요하지만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을 길러 사회에 나가서도 바른 인성을 실천할 수 있는 바이오 마이스터를 배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샘고의 뷰티패션과는 2학년때 미용 패션 중 전공을 선택하는데 강원도 유일한 의상(패션)을 전공할 수 있는 학과다. 일찍부터 ‘옷’에 눈을 뜬 학생들이 지원한다. 입는 것뿐 아니라 어린 시절 남다른 꾸미기 실력으로 두각을 나타냈던 ‘금 손’들의 요람이다. 패션실습실이라는 팻말이 붙은 교실로 들어가자 형형색색의 옷감, 실, 마네킹과 재봉틀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학생들은 강아지 마네킹을 하나씩 들고 치수를 재거나 가봉한 옷을 입혀보는 등 분주했다. 학생들은 오는 10월 11일부터 17일까지 문화공간 ‘역’에서 열리는 펫 패션 전시 ‘PUPPY Fashion Festival’에 참가할 작품을 만들고 있었다. 패션소품디자인 과목을 담당하는 한소정 선생님은 “강아지 마네킹은 표정이 없어서 AI 툴을 활용해 각자 상상한 강아지를 그려본 후 어울리는 의상을 만들었다”면서 “우리는 실습실에서 항상 재미있게 놀며 배우는데 작은 과정들이 모두 행복하다”라고 말했다.

뷰티패션과는 패션과 미용을 함께 배울 수 있어 학생들의 만족도가 큰 학과다. 어느 과 보다 전공 교차 체험을 손쉽게 할 수 있어서 자기주도적 진로 탐색 능력을 기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3학년 황수빈 학생은 “초등학생 때부터 패션에 관심이 많았다. 홍천에서 공부도 꽤 잘했는데 패션을 너무 좋아하니까 부모님도 응원을 해주셨다”라며 “패션뿐 아니라 피부미용까지 배울 수 있다는 점이 정말 좋다. 벌써 자격증도 취득했다”라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1974년 개교 이래 한샘고는 춘천의 공립 상업·정보계열 중심학교로 착실히 날개짓 해 왔다. 스마트경영과는 정부가 추진하는 창업지원 정책을 활용해 회계, 세무, 전자상거래, 유통 등 창업에 필요한 모든 것을 가르친다. 서비스와 마케팅 교육도 놓치지 않는다. 3학년 김아름 학생은 “중3 시절 한샘고 홍보영상을 보고 지원했는데 우리 학교가 정말 좋다. 우리 과는 작은 분야를 배우는게 아니라 창업, 서비스, 회계·재무, 굿즈도 만들고 경영 아이템도 직접 짜서 창업캠프대회에도 나간다” 라며 “우리 과 아이들은 경영·회계분야 자격증뿐 아니라 기본 컴퓨터 자격증도 모두 취득했다”라고 말했다.

스마트경영과는 예비창업가 양성교실을 운영해 학생들에게 기업가 정신을 교육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방법을 가르친다. 이와 연계해 지난 8월에는 창업전문가와 함께 하는 ‘꿈수저들을 위한 레벨업’ 토크콘서트에 참가하기도 했다. 학교협동조합이라는 사회적기업을 운영하여 우두동 하나로마트 공감마켓에 참여, 직접 상품을 기획하고 판매 부스 실행까지 체험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올해 열린 강원특별자치도 상업경진대회에서도 사무행정(은), 컴퓨터그래픽(은), 창업실무(동) 등 다수 입상했다.

2학년 김진선 학생은 “특성화고에 오니 길이 많이 열려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내신으로 가는 수시 입시는 확실히 유리하고, 친구들 대부분이 공사나 은행권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라며 “배울 의지만 있으면 선생님들이 정말 지원을 많이 해주시는 학교다”라고 말했다












전날 내린 비로 잔디가 촉촉하게 젖어있는 한샘고 운동장에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있다. 평평한 운동장 한가운데 안전표시 고깔과 사각으로 댄 지지대 안에 20kg이 넘는 산업용 드론이 날기 위해 대기중이다. 이 날은 융합소프트웨어과 2학년 학생들의 1종 드론 수행평가가 있는 날. 오늘 날리는 드론은 25kg짜리 방제용 드론으로, 무인멀티곱터 자격증 대비 수업의 일환이다. 안전모를 착용한 학생들이 한 명씩 나와 교관 선생님 옆에 선다. 드론은 띄우기까지 과정이 복잡하다. 사전에 인근 군부대 허가를 받아야 하며, 면허가 있는 교관이 동석해야 실행에 옮길 수 있다. 융합소프트웨어과 이규환 전공선생님은 “아이들이 정말 잘한다, 볼 때마다 기특하다” 라며 “무엇보다 드론수업은 신기술 육성정책에 공들이는 춘천시와 강원도교육청의 지원, 학교장의 적극적인 교육프로그램 개발, 그리고전문적 역량을 갖춘 교사들이 삼위일체를 이룬 미래교육의 현장”이라고 힘주어 설명했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발빠른 도전을 시작한 한샘고는 차세대 성장동력인 SW를 키워드로 선택하고 융합소프트웨어과를 신설했다. 학과에서는 컴퓨터구조, 프로그래밍 및 드론 등에 특화된 교육이 내실있게 진행된다. 성과도 컸다. 최근 3학년 박준휘 학생이 2024전국기능경기대회에서 정보기술 분야 동메달을 수상한 것. 정보기술 분야는 특히 경쟁이 치열하고 난이도가 높아 메달 구경이 하늘의 별따기라고 하는 분야 중 하나다. 한샘고 한세훈 교장은 “미국에서 가장 학생들이 몰리는 분야가 컴퓨터공학과다. 그만큼 전망이 밝다는 증거“라며 ”소프트웨어를 다루는 능력이 곧 실력인 세상에서 융합소프트웨어과는 후회없는 선택일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디자인콘텐츠과에서는 시각디자인, 캐릭터콘텐츠제작, 출판편집디자인, 컴퓨터그래픽 등 트렌드를 선도하는 감각 있는 시각디자이너 양성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배울 수 있다. 학생의 실무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최고의 실습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학생들은 먼저 디자인 전공 실무를 배우고 컴퓨터그래픽운용기능사 자격 시험을 통해 전문 디자이너로 성장한다.

지난 13일, 2학년 학생들은 캐릭터제작실에서 컴퓨터와 태블릿을 이용해 자기만의 캐릭터 작업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이승민 학생은 “그림 그리는 것을 워낙 좋아해서 지원했는데 공부하다 보니 제 적성이 디자인 분야에 더 잘 맞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졸업하면 출판편집디자인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한샘고의 학과별 특성을 살려 제작한 6개의 캐릭터도 디자인콘텐츠과 학생들의 작품이다. 선생님들은 학생들의 창작물에 가치를 더하는 작업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취업반 학생들이 창작한 캐릭터와 스토리를 활용해 탁상달력과 메모지를 만드는 등 학생들의 작품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무엇보다 디자인콘텐츠과는 창의성과 실무 능력을 겸비한 미래의 디자이너 육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취업과 창업은 물론 4년제 대학 진학에서도 매년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어 학생들이 다양한 진로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한편 이 과 학생들은 강원도 ‘아름다운 간판 공모전’에서 2년 연속 대상을 휩쓸었다. 2023년에는 강원콘텐츠코리아랩 공모전(캐릭터디자인)에서 최우수상, 우수상 등 다수의 상을 받기도 했다.




디자인콘텐츠과 학생들이 제작한 한샘고등학교 학과별 캐릭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