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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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404

2024-09
#도란도란 #봄내를꿈꾸다
빛바랜 가구에 빛을 불어 넣다

석사동사무소 건너편 벌말길에는 노란색 털실 옷을 입은 의자가 대문 앞에 덩그러니 놓여있다. 작고 낡은 의자지만, 노란 털실 옷을 입은 덕분에 대문과 콘크리트 담벼락 또한 생기가 도는 듯한 느낌이었다. 누가 이 낡은 의자에 털실 옷을 입혀놓은 것일까? 방학을 맞이해 본가인 춘천에 내려와 시간을 보내던 미술 전공 대학생 유솔희 씨였다. 

“방학이라 본가에 내려와 입시 미술학원에서 보조강사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을 때였어요. 저희 스승님이자 학원의 주임 선생님께서 ‘일당백 리턴즈’를 추천해 주셨죠.” 일당백 리턴즈는 춘천문화재단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춘천시의 문화 다양성 확대 및 활력 넘치는 도시 에너지 창출을 위해 참여하는 시민들을 지원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프로젝트의 목적성에 맞게, 어떤 활동을 해야 할지 곰곰이 생각해 봤어요. 그래서 평소에 제가 좋아하는 취미인 뜨개질을 접목해 보기로 했어요.” 누군가를 위해 선물하기를 좋아했던 유 씨는 고등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지인들에게 ‘뜨개’를 선물해왔다. 또 대학교에서 복수전공으로 섬유공예 전공을 공부했던 터라 자연스레 집에는 뜨개들이 넘쳐났다. “하나의 바늘로 실을 꿰는 ‘코바늘’을 좋아해요. 또 본가에 있는 강아지랑 산책하는 것도 좋아하고요.” 이렇게 뜨개질과 산책을 좋아하는 유 씨는 

춘천 석사천 일대를 주로 걸으며 세월을 맞아 낡고 빛바랜 가구나, 미관을 해치는 기구들을 유심히 살폈다. 

“지금까지는 제 기능을 하지만, 뜨개를 통해 털실 옷을 하나 입혀주면 지나가다 보는 시민분들도 기분이 좋고, 혹시나 영감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으로 시도했어요. 나무로 된 우체통이나, 낙서가 된 미끄럼틀 같은 것들 말이죠.” 

프로젝트 진행의 고충을 묻는 말에는 장마철에 진행됐던 터라 비와 더위에 맞서 설치 및 촬영일 조율 등이 까다로웠지만, 작품을 설치하면서 지나가는 시민분들과 소통하고 응원 또한 받아 즐겁게 진행할 수 있었다고. 또 유 씨는 “예전에 작게 한 번 코바늘 뜨개질 클래스를 하루 진행한 적이 있는데, 이 경험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어요. 나중에는 진로 중에 하나로 공방을 운영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라며 앞으로의 계획 또한 말했다. 

거리라는 거대한 전시 공간 아래 자신들의 작품들을 선보이는 예술가들이 춘천에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