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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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37

2019.2
#봄내를 즐기다
명예시민기자가 만난 우리 이웃
새처럼 자유롭고 어린 아이처럼 천진난만한 정현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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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할 수 있는 것, 하고 싶은 것 즐겁게 하며 산다”




‘누구나 간직하고 있을 법한 아련한 기억과 그 속에 짧고 단단한 문장을 꾹꾹 눌러 그리는’ 정현우(61세) 작가의 작품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일명 ‘창고대방출’展. 2월 1일부터 28일까지 서면 토이로봇관 3층 갤러리 툰(245-6414)에서 열린다. 2010년 초반부터 지난해까지 그렸던 그림 50여점 이 걸리는데, 정현우 작가는 ‘창고비우기 대작전’이 라며 너스레를 떤다. 4호부터 30호까지 소품부터 대작까지 다양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그동안 동심을 주제로 작업을 해왔는데 한 시기를 정리하는 의미도 있고, 또 홀가분하게 새로운 주제로 작업을 하려고 덜어내려는 시도일 수도 있고요.” 화천 동구래마을 입주 작가로 들어간 지 두 달이 조금 넘었다는 정현우 작가는 환경이 바뀐 탓(?)에 붓 한번 안 잡아보고 산에도 놀러가고, 세월을 보내고 있다고, 그러면서 뭔가 떠오르길 기다리고 있다고 근황을 전한다. 새로운 주제의 가닥이 잡힐 때까지 정 작가만의 워밍업일 테다.


정현우 작가는 예술계의 근본주의 아나키스트다. 20대는 음악다방의 DJ로, 30대는 목수로, 공연기획자로도 살아보았다. 그림과의 인연은 고등학교 때 미술부 활동이 고작이다. 그런데 40대에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살자’라는 모토 아래 무모한 도전을 한다. IMF가 터지던 그해 데뷔전을 갖고 자발적 가난의 세계에 들어서게 된다.


“자유롭게, 간섭 안 받고 살고 싶었죠. 세상에 거저 얻는 건 없어요. 자유롭지만 상대적으로 경제적인 부분에 제약이 생기죠. 그래서 저는 팔리는 그림, 거실에 걸어둘 수 있는 예쁜 그림도 그려가면서 자유를 누렸죠. 주변에서 하는 말로 전시회를 10번 정도 하면 개인컬렉터가 생긴다고 하더라구요.”


그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미국의 자연주의 철학자이자 사상가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가 생각난다. 매사추세츠 월든 호숫가에 홀로 오두막을 짓고 2년 2개월 동안 자급자족하면서 ‘간소하게, 간소하게, 간소하게 살라!’며 일 명예, 돈과 통념의 노예로부터 벗어나고자 한 혁명적인 인물. 정현우 작가와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가 겹쳐 보이는 것은 그와 잠 깐이라도 이야기를 나눠본다면 누구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권리는 없고 의무만 있는 단체 활동에 들 생각은 없어요. 그런데 예술판의 노동자들을 위한 ‘예술노동자연대’ 같은 모임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정현우 작가는 피카소처럼 대작가가 되겠다는 꿈은 꾸지 않는다. 잘할 수 있는 것을 즐겁게 하고자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다.


그의 작품은 새처럼 자유롭고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하다. ‘쿵’하고 마음을 울리는, 결코 가볍지 않은 그의 생각이 함께 어우러져 오래오래 눈길을 머물게 하는 힘이 있다.

이번 전시회에는 30~50% 저렴한 가격으로 작가의 그림을 소유할 수 있다. 그의 그림 창고가 싹 비워지고 어떤 새로운 그림으로 채워질지 다음 전시회가 벌써부터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