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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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404

2024-09
#춘천은지금 #봄내를만나다
#춘천시 공공건축물 소개
춘천의 NEW 공공 건축을 찾아서


우리 동네 ‘동사무소’가 달라졌다. 성냥갑처럼 똑같이 지어졌던 평범한 건물이 아니다. 요즘 공공건축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사용자들에 대한 배려와 도시의 경관을 구성하는 요소로서 기존 이미지를 탈피하려는 시도를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색다른 디자인으로 변신한 춘천의 공공건축물 두 곳을 만나보자. ‘실용적인 기념비’라는 테마로 지어진 퇴계동행정복지센터와 ‘신동면 뜰’이라는 부제로 지어진 신동면행정복지센터를 찾아가 봤다.





퇴계동 1234번지에 들어선 퇴계동행정복지센터는 지하 1층, 지상 4층의 모던한 건축물로 주변 시야를 가리지 않는 캔틸레버 방식으로 설계됐다.


멀리서도 빛나는 존재감 ‘퇴계동 풍경을 담다’

센터로 진입하는 도로변에 서자 ‘범상치 않은’ 외관을 지닌 건물이 눈에 띈다. 15층 높이의 길쭉한 직사각형 건물이 공중에 누운 듯 떠 있다. 언뜻 바라보면 기울어진 네모 블록을 쓰러지지 않게 잘 쌓아놓은 예술가의 작품 같기도 하다. 건축물의 형태가 가로로 길고, 덩어리가 커서 가까이 다가갈수록 제대로 느낄 수 없다. 기둥도 없이 저 큰 건물은 어떻게 서 있는 걸까. 이 신기한 건축물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싶어서 길 건너 높은 장소를 찾아 올라갔다. 정면에서 바라보니 마치 항해를 떠나는 함선이 떠오른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건물의 유리를 통해 비치는 청량한 하늘과 도시의 풍경이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이미지를 보여주는 게 거대한 캔버스를 연상케 한다. 퇴계동행정복지센터는 예술과 건축·자연·시민이 어우러진 ‘도심 속 오아시스’ 같았다.




*캔틸레버: Cantilever,기둥없이 공중으로 길게 뻗어나오는 구조



기둥 없는 캔틸레버 구조방식 독특

‘실용적인 기념비’라는 테마로 설계된 이 공공건축물은 춘천 출신 건축가 장인수씨의 작품이다. ‘실용적인 기념비’는 단순한 기하학의 동적 구성을 통해 상징과 기능을 동시에 충족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건축가는 이 장소를 춘천시의 첫 인상을 형성하는 핵심 공간으로 보았다. 센터가 위치한 장소는 대로(남춘로)와 상업지역도로(남춘로5번길)를 연결하는 도로에 의해 두 개의 영역으로 분리된다. 각각은 서로 다른 주변 환경과 마주하는데 하나는 도시를 향하고 다른 하나는 공원을 향한다. 장인수 건축가는 “주변과 열린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광장’과 ‘녹지’를 만들고 지면을 점유하는 건물의 면적을 최소화하기 위해 캔틸레버* 구조방식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최소한의 접지만으로 건물을 허공에 띄운 캔틸레버는 퇴계동 행정복지센터의 가장 큰 특징이다. 건물에 기둥이 없어서 하부공간이 자유롭고 탁 트인 시야가 확보된다. 건축물의 외벽은 실버와 라이트그레이의 두 가지 색 투명유리로 마감했다. 투명도와 반사율의 변주를 통해 낮에는 외부 풍경을 담는 캔버스로, 밤에는 내부 풍경을 드러내는 스크린으로 작동한다. 공공기관의 막힌 벽을 빛내는 창으로 바꿔놓아 시민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시민의,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공공건축’

퇴계동행정복지센터는 독보적인 스케일을 자랑한다. 간결한 형태를 갖춘 절제와 ‘푸른빛’의 이 건물은 3,341㎡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4층의 규모로 건립됐다. 약 1,509평 건물 중 1,2층은 민원실로, 3층부터 4층까지는 프로그램실, 작은도서관, 공유주방 등 주민 공간으로 활용 중이다. 내부 공간은 화이트톤의 인테리어, 나무로 마감된 계단이 어우러져 방문객들의 발걸음을 경쾌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건물 전면을 싸고 있는 유리를 통해 들어오는 자연채광은 거대한 온실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한낮에는 굳이 조명이 필요 없을 만큼 밝고 긴 복도 분위기가 장관을 연출한다. 햇빛의 세기에 따라 시시각각 달라지는 그림자가 바닥에 만들어내는 문양은 여느 ‘동사무소’에서 볼 수 없는 특별한 매력이다. 가장 인상적인 공간은 작은 도서관이다. 밝은 우드톤의 무드가 심리적 안정을 주고 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통유리창을 통해 쏟아지는 햇살이 도서관을 비추는 오후 시간, 창가에 마련된 1인 독서 공간이 눈에 띄었다. 남춘천의 풍광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아늑한 자리, 사라졌던 독서 욕구가 저절로 생겨났다. 아울러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최신 안마의자와 각종 헬스 기구들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체력단련실도 놓치지 말자.



공무원도 시민도 행복한 공간

“시민들이 오셔서 ‘동사무소 같지 않다’라는 말을 자주해요. 민원인들이 들어오실 때부터 표정이 매우 밝아요.” 김남운 주무관이 웃으며 말했다. 그는 “주민들도 민원 환경이 좋아졌고, 직원들도 쾌적하고 밝은 공간으로 근무환경이 바뀌어서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퇴계동행정복지센터에는 민원인 수가 급격히 늘어났다. 후평동에 사는 70대 어르신이 기초연금 신청업무를 퇴계동에서 신청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현상의 배경에는 깨끗하고 넓어진 신청사를 보고싶은 시민들의 바람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넉넉한 주차공간 덕분인 것으로 보인다. 주민들도 동사무소의 변신을 반기고 있다. 박효경(47, 퇴계동) 씨는 “동사무소가 쾌적하고 시설이 좋아져서 자주 찾게 된다. 특히 작은도서관을 사랑한다. 퇴계동 산다는 것이 즐겁고 자랑스러울 정도”라고 말했다. 이원경 춘천시 건축과장은 “퇴계동행정복지센터는 예술성을 갖추고 고정관념을 깬 공공 건축물로 무엇보다 주민들의 목소리를 담아내기 위해 애를 쓴 프로젝트”라며 “이 공간이 춘천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 건축물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연 10만 명이 찾는 김유정 문학촌 인근에 다다르면 삼각 지붕에 소박한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얼핏 봐선 분위기 좋은 카페처럼 보이는 이곳은 신동면행정복지센터. 살구빛 벽돌 외관은 화려한 건축미와는 거리가 멀다. 대신 벽돌 소재가 주는 포근한 감성이 ‘면사무소’의 문턱을 한 층 낮추는 효과를 내고 있었다.


작은 마을을 만들다

젊은 건축가 연온재 씨가 설계한 이곳은 3개의 분절된 매스(mass, 덩어리)에 각각 다른 콘텐츠를 담아 공간의 독립성을 확보했다는 면에서 독특하다. 한 지붕 세 가족인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민원실과 생활문화센터, 보건지소가 함께 있다. 건축가에게 어떤 마음으로 센터를 지었는지 물었더니 그는 “건물의 형태보다 주민의 이용 행태를 분석하여 꼭 필요한 공간들로 채우고 싶었다. 주변과 조화를 우선시해 낮은 건축물로 계획했다”라고 설명했다. 정면에 서 보니 3개의 박공지붕*이 켜켜이 쌓여 흡사 ‘작은 마을’처럼 보인다. 하나의 대지에 여러 건축물을 이어지게 만들어서일까. 위화감 없이 주변에 조화롭게 스며든 느낌이다. 실제로 신동면행정복지센터는 양옆에 나란히 선 우체국, 농협 등 기존 마을 편의시설들과 어울리는 ‘낮은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박공지붕: 건물의 모서리에 추녀가 없이 용마루까지 측면 벽이 삼각형으로 된 지붕




비움과 연결을 통한 소통의 장소

신동면행정복지센터는 오래된 신동면사무소 터를 그대로 살려 같은 장소에 새로 지은 건축물이다. 건축가는 마을 주민들을 일일이 만나며 ‘그들의 목소리를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신동면사무소’는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도 했다. 이곳에서는 어떤 날에는 마을 주민들의 잔치가 열리는 마당이 되는가 하면, 크고 작은 마을의 민원을 해결하는 ‘사랑방’으로 쓰여왔기 때문이었다. 그는 이곳이 마을 공동체의 중심이 되는 ‘뜰’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1,2층에 걸쳐 널찍한 외부마당을 만들었다. 앞으로 신동면 주민들은 이 광장에서 김장이나 농악축제 등 마을의 정겨운 이벤트를 마음껏 펼쳐나갈 것이다. 아마도 건축가가 생각한 공공건축은 ‘비움’을 통해 ‘주민들간 소통공간’을 열어주는 것이 아니었을까. 이제 공공건축은 비일상적 경험을 제공하고 사람을 모이게 하고 소통하는 공간으로서 공공성을 갖는 듯 하다.


한편, 진정애 신동면행정복지센터장은 “‘면사무소’가 새로 지어졌다고 마을 어르신들이 마실 나오듯 구경나오시는것도 즐겁다. 무엇보다 주민들을 위한 공간이 많이 생겨서 더할 나위 없이 좋고, 행복한 신동면을 만들기 위해 저희 직원들은 늘 최선을 다 할것”라고 포부를 밝혔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마을의 아이콘, 행정복지센터. 그곳을 상징하는 공공건축물이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고 더 나아가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가치까지 창출하는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마을의 사랑방으로, 주민들의 일상과 뗄 수 없는 명소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