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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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403

2024-08
#도란도란 #봄내를꿈꾸다
시원한 웃음에 더한 서늘한 현실, 어쩌다 외계인

최근 언제 웃어봤을까? 아무리 떠올리려 해도 웃음의 기억이 희미했다. 후덥지근한 여름이 오고 얼굴 찌푸리는 일은 많은데, 시원하게 박장대소해본 일이 없다니.
2024 춘천연극제의 코미디경연 선정작인 ‘어쩌다 외계인’이 끌린 이유였다. 코미디경연에서는 100여 편이 넘는 작품이 지원했고 최종 7개의 작품이 본선에 올라 7월 한 달간 춘천의 관객을 만난다. 이달의 첫 공연이었는데도 이미 모든 작품이 전석 매진이다. 연극이 고픈 것인지, 웃음이 고픈 것인지 모르지만 비 오는 날에도 빈자리 없이 가득 채운 좌석에서 한여름 밤의 낭만이 느껴졌다. 2024 춘천연극제는 코미디 경연 외에도 10월 19일까지 이어져 초청공연, 거리 공연 등으로 여름날의 연극 갈증을 해소한다.

극단 어드벤쳐 프로젝트의 ‘어쩌다 외계인’은 외계인이 나오면 뜬금없지 않을까 했지만, 극에서 그보다 더 현시대를 풍자하고 지금의 고민을 그대로 녹인다. 냉동 캡슐에서 나온 철없는 남편, 첫째 아들의 AI 여자친구 스칼렛, 냉동인간으로 다시 깨어나 둘째 아들을 만나버린 바람에 족보가 엉켜버린 동창 관계의 시어머니와 며느리. 얼마나 더 엉망으로 치닫을지 모르는 극은 예상 밖의 상황으로 전개되는데 스토리의 비현실성이 관객에게 시원한 웃음을 준다. 현실과 괴리가 느껴지면서도 몰입하는 이유는 소재가 현실에 있을 법한 지점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극은 결코 가벼운 웃음만 던지지 않는데, 디지털 소외현상과 급변하는 AI 시대도 자연스레 녹였다. 보수적인 엄마에게 아들이 데려온 AI 여자친구는 인정하기 어렵지만, 그녀가 로봇이 되어 몸을 획득하고 나니 인정하는 장면이 그렇다. AI와의 연애는 계속 접하는 뉴스에서 예측되는 머지않을 미래 이야기라 공감이 갔다.
외계인 침공을 믿는 첫째 아들의 헛소리는 진실로 다가오고, 지구의 생존자가 몇 안 남은 상황. 최첨단 과학 발전의 시대에도 그들이 고군분투하며 서로를 챙기는 모습에서는 가족애가 느껴진다. 특히 ‘사랑해’라는 말을 외계어로도 전하는 모습은 서늘한 미래 속 마지막 따스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