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91세는 백 세를 바라본다는 뜻으로 망백(望百)이라고 불린다. 90세를 지났으니 이제 곧 100세가 온다는 만수무강의 의미가 담겨있다. 김옥녀 할머니는 60세부터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쓰기 시작해 80세에 수필집 ‘한 송이 꽃을 피우기 위해’를 냈다. 그리고 그로부터 10년 뒤인 올해 4월 두 번째 수필집을 냈다. 이 책에는 할머니가 태어났을 때부터 구순의 나이까지의 일대기가 담겨 있다.
그렇다면 할머니는 어떻게 책을 쓸 생각을 하셨던 걸까?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던 할머니는 특별한 취미가 없었다. 퇴직하고 나서는 뭐라도 해봐야겠다고 생각하다가 남편의 권유로 글을 쓰게 됐다. 자식들에게 남겨줄 재산은 없어도 내 이야기는 남겨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공책 한 권과 연필 한 자루로 시작했는데 벌써 30년이란 시간이 흘러버렸다. 지금은 눈도 잘 안 보이고, 귀도 잘 들리지 않는다. 보조기구 없이 걷는 것도 힘들다. 무릎과 대퇴부 수술 후유증에 천식도 점점 심해져서 숨도 가쁘다. 하지만 할머니는 글을 쓰는 일 하나만큼은 포기하고 싶지 않다. 나에게 가장 솔직해지는 시간이기에 한 글자도 허투루 글을 쓰지 않는다. 물론 책을 내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할머니가 공책에 직접 쓴 글을 손자가 컴퓨터로 옮기는 작업을 도맡아 했고, 할머니의 아들이 출판사에 이를 넘겼다. 세상에 나온 책을 보고 서울, 춘천, 호주 각지에 흩어져 있는 할머니의 자손들이 할머니를 응원하는 메시지를 보내주었다. 할머니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을 때는 바로 이들이 할머니의 자서전을 읽고 응원해 주었을 때다. 요즘 할머니는 당신이 직접 쓴 글 보다 손자들의 응원의 메시지를 어쩐지 더 자주 읽게 된다.
‘사람은 세월이 쌓여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이상을 잃을 때 늙어가는 것이다.’
- 박노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