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시내를 거닐다 보면 아파트가 정말 많아졌다는 것을 느낀다. 아파트는 국민 10명 중 7명 이상이 살고 있는 가장 일반화된 거주 공간이 된 지 오래다. 다만 이렇게 아파트 거주가 일상화되다 보니 옆집과의 정, 이웃과 함께하는 공동체 활동이 자연스럽게 줄어들어 이웃의 얼굴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지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층간소음과 같은 이웃 간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감정의 골이 깊어져 극심한 다툼으로 번지기도 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특별한 활동을 통해 행복한 거주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는 아파트가 있어 눈길을 끈다. 사농동에 위치한 뉴시티 코아루 아파트(입주자 대표회장 안기헌)가 그 주인공.
이곳에서는 “행복나눔 텃밭”이라는 아파트 공동농장을 운영한다. 아파트 앞에 방치되어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던 유휴농지 약 900평을 임대하여 109개의 텃밭을 만들었다. 흉물이던 공터가 한순간에 주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대변신을 한 것이다.
5평 남짓한 텃밭은 아파트 주민들에게 분양이 됐다. 주민들은 분양받은 텃밭에서 옥수수, 방울토마토 등을 재배하여 직접 먹기도 하고 이웃 간 나누기도 한다. 주민들은 자연스럽게 텃밭을 가꾸면서 많은 대화를 이어 나간다. 작물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이곳에 이사 오게 된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까지 텃밭에서 자라는 고구마 줄기와도 같이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그 과정에서 이웃 간의 정이 싹트는 것이다. 특히 텃밭에서 아파트로 들어서는 입구에 있는 “텃밭 채소 나눔 바구니”는 이 아파트의 명물이다. 각자 텃밭에서 갓 수확한 채소를 담아 놓으면 이웃들이 자연스럽게 가져가는 특별한 무료 나눔 코너다. 이 텃밭을 10년째 운영하고 있는 입주자 대표회장 안기헌 씨는 “우리 아파트는 다른 곳과는 달리 주민들 간 화합이 너무 잘되고, 다른 아파트에서 발생하는 이웃 간 분쟁도 적은 편이다. 행복나눔 텃밭에서 자라는 행복 에너지가 아파트 전체에 퍼져 있어서 그런 것 같다”라고 말했다.
텃밭에서는 사시사철 다양한 이벤트가 펼쳐진다. 4월에는 모종 심기 행사를 주민들과 함께하고, 6월에는 텃밭에서 재배된 채소, 과일들로 이웃들과 함께 가든파티를 연다. 처음에 행복나눔 텃밭을 방문했을 때는 밭에서 자라는 작물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지만, 취재를 마치고 나서 돌아올 때는 행복한 미소와 웃음을 짓는 주민들의 얼굴이 더 크게 보였다. 행복열매가 주렁주렁 열리고 있는 뉴시티 코아루의 행복나눔 텃밭, 올해도 풍년인 게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