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지는 올해 1월호 춘천의 특성화고 특집 기사에서 강원생명과학고를 소개했었다. 이어 이번 호에서는 두 번째로 춘천기계공업고등학교(이하 기계공고)를 소개한다. 기계공고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목표가 뚜렷하다. 원하는 기업에 취업하거나 관련 직무의 공무원이 되는 것. 그래서 1학년 때부터 과마다 운영되는 ‘전공심화동아리’에서 취업에 유리한 자격증을 하나씩 공부하기도 하고, ‘공무원·공기업반’에서는 공무원 시험공부를 시작하기도 한다. 기계공고는 도내 직업계고 중 공무원을 최다 배출을 하기도 했고(최근 4년간 21명) 또 실무 감각과 실력이 중요한 만큼 기능장, 기능사와 같은 기술자격증을 취득하는 교사들이 70% 이상으로 많다. 현장에서 함께 땀 흘리는 제자 또는 후배를 위한 열정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밖에도 기계공고에는 관련분야 전문병으로 18개월 복무한 후 부사관으로 임관하는 ‘군특성화’제도도 있다. 또한 학교 건물 전체를 공사하고 있어 2026년 3월부터는 디지털 기반의 교육 공간에서 수업을 듣게 될 예정이다. 지난 6월 13일, 실습수업이 한창인 기계공고의 여섯 과를 찾았다.

지난 4월 공개된 춘천기계공고 마스코트 '춘공이'.산업설비과 3학년 심민성 학생이 교내 공모전을 통해 제작했다.

2025년 반도체과가 신설된다. 강원도에서는 최초다. ‘미래의 쌀’, ‘새로운 석유’라 불릴 만큼 반도체산업은 중요한 미래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에 기계공고에서도 도 교육청, 도청, 시청, 강원대학교 반도체과, 강원테크노파크 등 여러 공공기관과 논의하고 협약을 맺어 반도체과를 신설하기로 했다. 내년부터 신입생을 받는 반도체과 에서는 반도체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배우고 반도체 장비 유지보수 기술을 습득하는 교육과정이 주를 이루게 될 예정이다. 반도체과 신설 담당 이장권 교사는 “반도체를 이론적으로만 접하면 어려운 부분이 많기 때문에 쉽게 이해하기 위해 방진복을 입고 들어가는 클린룸을 만들어 웨이퍼 회로 패턴 공정과 제작, 반도체 소재 가공 등을 실습하게 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도체과를 필두로 6개 학과에서 다양한 기술 인력이 계속 양성될 예정이다.

3학년 강성민 군은 어릴 때부터 자동차 수리에 관심이 많았다. “아버지도 자동차 정비 일을 하세요. 저도 꿈이 명확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진로를 정하고 기계공고에 입학했습니다. 실제로 수업을 들어보니 열심히만 하면 원하는 대로 되더라고요. 지방경기대회에서 금상을 받기도 했어요. 지난 달에는 아우스빌둥*  프로그램에 합격해 만트럭버스코리아의 취업이 확정됐답니다. 아버지께서도 기뻐해 주셔서 뿌듯했습니다. 제가 대형 트럭에도 관심이 많아서 앞으로도 관련된 자격증을 여러개 따고 싶어요.” 성민 군은 실습이 시작되는 9월까지 전국기능경기대회 준비로 바쁠 예정이다.

자동차과는 전기, 전자 및 기계에 대한 기초지식을 바탕으로 자동차의 장치별 구조와 특성에 대한 전문 지식과 정비기술을 습득한다. 또 자동차산업기술의 성장에 맞춰 미래 지향적인 전문 기술자 육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 아우스빌둥 : 독일 직업교육의 핵심인 동시에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독일식 이원 직업교육시스템

저는 우리 학교 자동차과가 비전있다고 생각해서 선택했어요. 학교생활 하면서 자동차정비기능사 취득에 가장 많이 공을 들였는데, 실습장이나 실습장비가 잘 마련되어 있어서 많이 도움이 되었어요. 급식도 맛있었고요. 우리학교 아우스빌둥 '1호' 합격자로서 트레이니로 3년간의 커리큘럼을 모두 이수하고 이번에 정규직으로 전환되었어요. 현재 BMW KOREA에서 운영하는 정비 레벨 자격증에 도전하고 있어요. 자동차과 후배들을 멀리서 응원하겠습니다

장현휘 자동차과 2020년 졸업 BMW 한독모터스 수원서비스센터 근무

기계과에서는 3D모델링, 기계설계, 기계가공 등 기계와 관련된 다양한 실무 능력을 학습한다. 실제 기업에서 사용하는 고가의 최신 기자재들을 보유하고 있어 산업체에서 사용되는 직무들을 학교에서 직접 배울 수도 있다. 기계과는 전문대학 수준의 산업기사 자격증 과정을 운영하여 전국 최초로 3년 연속 100% 합격, 전국 우수기관에 선정되기도 했다. 또 학과 내 2개의 전공심화동아리 운영을 통해 6년 연속 대기업에 취직, 최근 국제기능올림픽 금메달 입상자를 최근 2명이나 배출했다. 기계과는 강원도에서 유일하게 기계 계열 도제학교*를 운영하고 있어 2학년 때부터 원하는 기업과 학교에서 실무중심의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졸업 후에는 한국기술교육대, 한국공학대 등 합격 1순위로 연계되어 학비 없이 4년제, 2년제 대학을 다닐 수 있는 혜택도 있다. 3학년 김현웅 군은 “처음엔 꿈이 없이 학교에 들어왔어요. 그런데 수업을 들어보니 생각보다 재밌더라고요. 그래서 도제반에도 들어가고 설계 공부도 열심히 했어요. 저는 취업이 결정되어 현장에서 두 달간 실습을 했고, 다시 9월에 실습하러 회사로 가는데요. 학교에서 배우던 걸 실제로 일 해보니 신기했어요. 그리고 거기 직원분에게 제가 잘하는 기술을 알려드리기도 했어요. 엄청 뿌듯했답니다. 부모님도 잘하고 있다고 응원해 주고 계세요”라고 말했다.
* 도제학교: 독일과 스위스에서 진행 중인 도제교육을 우리 현실에 맞게 도입한 것으로 학교에서는 이론교육을, 기업에서는 심화실습을 연계한 새로운 교육제도

저는 재학생 시절, 전국기능경기대회에서 수상해 삼성 SDI의입사 지원 자격을 얻게 됐습니다. 지금은 소형전지 사업부 극판기술그룹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현재 월급은 350+@이고 승진을 위한 자격증 공부도 계속해 나갈 생각입니다. 선생님들께서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옆에서 다독여 주신 덕에 대기업 취업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손준영 기계과 2023년 졸업 삼성 SDI 근무

국가 기간 산업인 전기산업분야에 입문하게 되면 전력발전, 자동화 분야에 근무하게 된다. 최근 탄소발생을 억제하는 클린 산업분야가 각광받는 만큼 전기자동차, 전기배터리 분야에 종사할 수도있다. 3학년 최재호 군은 전교 학생부회장이면서 많은 자격증을 보유한 인싸다. 승강기기능사, 전기기능사, 지게차기능사, 공유압기능사 등 총 7개를 취득한 상태다.

“입학 전, 학교 홈페이지에서 전기 배선 사진을 봤는데 멋있어 보여서 들어오게 됐어요. 직접 수업을 받아보니 더 재밌더라고요. 자격증 시험 때문에 다른 고등학교, 대학교를 다니면서 느낀 건데, 우리학교 만큼 실습 장비가 좋은 곳이 없더라고요. 혼자 밤늦게 학교에 남아도 선생님들도 함께남아서 시험 준비를 옆에서 잘 도와주셨던 게 기억에 남아요.” 재호 군은 올해 3월 취업이 결정돼서 10월에 실습을 나가고 내년 1월부턴 정규직이된다. “이미 취업은 확정됐지만, 대회 준비로 바쁘게 지내고 있어요. 전국전기공사 기능경기대회를 준비 중인데 기분 좋게 우승하고 회사에 들어가고 싶어요.”

학교에서 기업 정보를 얻고, 견학이나 엑스포 참관을 통해서 시야를 넓힐 수 있어서 좋았어요. 입사 준비할 때는 선생님들이 신경 써서 회사의 최근 이슈와 공개 채용 정보를 수시로 확인해 주셨어요. 면접때도 친구들, 선생님들과 함께 실전과 같은 모의 면접을 진행하면서 함께 답변을 만들었었는데 어렵지만 재미있었어요. 여러분도 불가능할 것 같아서 포기하는 사람이 되지 말고,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그꿈을 이뤄가는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

민용기 기과 2020년 졸업 한국전력공사 근무

건축토목과는 CAD프로그램을 활용한 도면 작성과 건축설계사 체험, 측량 실습, 건설재료시험 등의 측량(토목)기사 체험을 해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면 건축, 토목 분야의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다.

지난해에는 교육청 지원을 받아 건축토목과 학생들이 사용하는 공간을 건축 설계 사무소처럼 꾸몄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게 좋아 건축토목과에 입학한 2학년 김승민 군은 “건축 분야에 관심이 있어서 1학년 때 전공심화동아리에 들어왔어요. 도면 보고 캐드로 그리는 게 재밌어요. 얼마 전에는 지방경기대회에서 금메달을 땄고, 지금은 콘크리트 기능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라며 졸업 후에는 건축사 사무소에 취업하고 싶다고 말했다.

저는 삼성 바이오로직스에서 바이오의약품 제조 시설인 클린 룸에 필요한 공조설비와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정에 필요한 유틸리티를 유지관리, 보수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기계공고에서의 생활이 지금 사회생활하면서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제가 경험했던 전공심화동아리 생활은 입사 후 회사 적응과 업무 진행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김경호 건축토목과 2023년 졸업 삼성 바이오로직스 근무

산업설비과에서는 용접 기술에 대한 이론과 실습을 배우고 이를 바탕으로 여러 용접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실습수업을 한다. 전국 특성화고 중 유일하게 CAD 프로그램을 활용한 레이저 커팅기를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3학년 심민성 군과 오세윤 군은 같은 회사에 이미 취업한 상태였다. 심민성 군은 “5월에 여러 군데 면접 보고 세 군데 합격했어요. 그중 조건이 가장 괜찮은 곳으로 골랐답니다. 10월에 현장실습 나가는데 자격증만 따면 현장실습 후 정식으로 일하게 돼요”라며 용접이 가장 재밌다고 말했다. 오세윤 군은 “중학생 때부터 용접에 관심 있어서 이 학교로 오게 됐는데 직접 해보니 적성에도 잘맞았어요. 우리학교는 자격증 따기 좋은 조건이에요. 실습 환경이 좋거든요”라고 뿌듯하게 말했다.

기계공고를 졸업해 모교에 교사가 되어 돌아온 염태훈 교사는 기계공고에서 자격증이 가장 많은 사람이다. “어느 날 학생이 ‘선생님은 자격증 몇 개예요?’라고 물어봤는데 그땐 학생 때 취득한 자격증이 전부였어요. 이후 하나씩 공부하기 시작했죠. 이제는 1학년 애들이 들어오면 자격증 수첩부터 보여줘요. 그러면 눈빛이 달라지는 것 같더라고요. 앞으로도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학생들에게 자극을 주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저는 기계공고에 들어와서 특성화고의 여러 가지 혜택과 지원에 대해 알게 됐는데요. 그중에서도 전공심화동아리에 들어간 게 가장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전공심화동아리에서 기능경기를 준비했고,입상하면서 기업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국가대표로 선발돼 국제기능대회에서 메달을 따서 학교를 빛내고 싶습니다.

김종우 산업설비과 2020년 졸업 현대중공업 근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