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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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401

2024-06
#도란도란 #봄내를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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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년을 관통한 인간 존재의 고민

49년을 관통한 인간 존재의 고민


극단 굴레씨어터가 지난 4월 25~27일간 무대에 올린 창단50주년 기념 공연 ‘어항’은 1975년 초연한 작품이다. 공연을 관람 하기 전후 구경할 수 있도록 벽면에는 50년의 세월을 살펴볼 수 있도록 빼곡한 포스터, 티켓 등 굴레씨어터 공연의 역사가 전시되고 있었다. ‘어항’의 이영철 연출가는 1973년 학교 연극 반에서 ‘어항’의 남자 역을 하며 연극의 세계에 흠뻑 빠졌다. 춘천 극단 ‘굴레씨어터’는 1974년 춘천교대 연극반에서 출발했다. 2024년의 ‘어항’에 극단 굴레 창단 이후 초연멤버가 참여할 만큼, 연극은 시대를 관통하는 확실한 메시지를 지녔다. 


‘어항’은 관객이 사면으로 둘러싸고 직사각형의 무대를 바라본다. 어항 속 남자와 여자는 왜 이 공간에 우리가 어찌 존재하는지 묻고, 도전하고, 절망하며 여러 행동과 사고를 이어간다. 작가가 우주를 어항으로, 인간을 물고기로 비유했다면 관객은 어항 속을 바라보는 관찰자가 된다. 유리가 있듯 관객을 향해 한발 더 나아가지 못하고 부딪히는 인간 물고기들. 그들을 바라보며 문득 어항 속에 있는 것은 인간이기도 하지만 한편 연기자이기도 하구나 깨닫는다. 


춘천에서 50 년간 사각의 금을 긋고 무대 위에 올라, 객석을 향해 희노애락과 인생사를 온몸을 다해 헤엄치듯 연기했을 그들이 떠올랐다. 빛바랜 포스터 속 젊은이들이 생생하게 연기하고 감동받고 또 눈물지었을 무수한 무대들이 상상 속에서 째깍째깍 흘러갔다. 


극의 시작과 끝에서 ‘누구요’라고 외치는 남자는 나를 가둔 이를 향해 질문을 던지는 듯하다. 실은 연기자와 관객 모두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연극이라는 매력적인 돋보기를 통해 매번 다르게 관객과 호흡하며 탐구하고 있다. 관객은 극이 진행되는 내내 누가 누군지 반추한다. 연기자의 몸짓과 진동, 호흡 속에서 생각을 되새김질하는 경험은 연극 관객만의 특권이다. 반세기를 초월하는 메시지는 품격있는 고전이 되어 어떻게 읽어도 음미하는 즐거움이 있다. 


50년간 136번 연극을 무대에 올린 굴레씨어터의 저력은 어디에서 나왔을지, 연극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어항’을 바라보는 눈빛에서 잠시 읽을 수 있었다. 춘천의 연극이 지금 이 자리에 오기까지 무대 위에서 열렬히 헤엄쳤을 사람들이다. 연극이 끝나고 난 뒤 어제와 오늘의 연기자들에게 마음을 다해 박수를 보냈다. 한 세기가 되고 더 먼 미래가 될 때까지 춘천의 관객으로 연극의 참맛을 느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