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오래오래 책 읽어주는 할머니가 되고 싶어요”
지난해 12월 꾸준한 도서관 활동으로 춘천시장 표창장을 받은 김희경(58) 씨.
사실 그의 도서관 인연은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등학교 1학년이던 딸을 위해 찾은 도서관에서 우연찮게 독서수업의 기회를 얻게 되었고 그 인연이 각 연령대의 독서 방법과 그림책 읽기 수업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러나 책을 사랑한 건 그보다 훨씬 전.
“책과 가까워진 건 중학교 때 국어선생님의 영향이 컸어요. 또 아버지를 졸라 신문을 구독하기 시작했고 사설을 통해 한자를 공부했죠. 박경리 선생의 토지를 신문 연재로 읽었고, 책이 귀하던 시절이라 필사도 열심히 했습니다.”
열네 살에 처음으로 ‘들국화’란 표제로 직접 만든 나만의 시집을 냈다. 신문은 문학소녀를 꿈꾸던 시 절, 좋은 교재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는 그림까지 관심이 넓어졌다. 글과 그림을 함께 짓고 그렸다. 결혼과 출산, 육아로 공백기도 있었지만 언젠가는 다시 문학의 세계로 나아갈 것이라 믿었다.
도서관과의 만남은 그런 그에게 문학을 넘어 책의 세계에 푹 빠지게 했다. 더 좋은 수업을 위하여 그리고 책을 읽는 즐거움 때문에 육아와 가사를 병행하면서도 대학원을 끝까지 마쳤다.
독서지도사, 동화구연, 북아트, 독서치료상담, 아동심리, 자기주도학습, 독서심리상담가 등 차근차근 쌓아온 독서 관련 자격증들은 그녀가 지난 20년이란 세월을 얼마나 치열하게 살았는지 말해준다. 시각장애인학교인 명진학교 아이들을 위해 8년 동안 책읽어주는 봉사활동도 해오고 있다. 지난해는 지체장애인학교인 동원학교 아이들에게는 그림책으로 여는 세상을 수업했다.
“처음에는 어려웠어요. 제게도 낯선 환경이었거든요.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각자 다른 아이들의 인사법에 맞게 저도 맞춰서 인사를 해주었어요. 책 읽는 활동 자체가 처음에는 잘 안 되어서 고민을 하며 내가 할 수 있는 거로 풀어가 보자 했어요. 소양 2교를 건너기 전에 차를 세우고 천천히 소양2교를 건너 명진학교를 향해 걸어가며 어느 날은 아카시아 꽃을 꺾어가 아이들에게 향기를 맡게 해주며 아이들과 가까워지는 것을 먼저 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도 처음과 다르게 책을 바라보는 게 달라지는 걸 느꼈어요. 그럴 때 내가 해야 할 일을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결국은 제가 더 많이 얻어오고 항상 배우고 더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지난 2017년 춘천교육문화관에서 주최한 춘천고등학생 책토론수업도 뺄 수 없는 기억이다.
“어떤 수업이든 시작할 때마다 그림책을 읽어주는데 싫어하는 아이들이 없었어요. 어느 남학생의 얘기가 기억에 남아요. 시험을 위해 늘 빠른 시간 안에 많이 읽어야 했는데 천천히 끝까지 읽는 게 좋다는 걸 너무 오랜만에 깨달았다고요.”
올해는 그동안 그렸던 그림과 글을 함께 엮어 책으로 내보고 싶다는 그는 앞으로는 책 읽어주는 할머니가 되고 싶다고 했다.
“제가 도서관을 통해 더 많은 책을 만났고 그 책이 또 책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해 주었기에 이곳에서 오래오래 책 읽어주는 봉사를 하고 싶어요.”
그림책을 들고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줄 그의 십년 후 모습이 벌써 그려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