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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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401

2024-06
#봄내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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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한해동

뉴욕 매진 공연 '일무' 포토월 드로잉

 






팔호광장을 지날 때마다 빛나는 미소로 반겨주는 그 남자 손흥민. 춘천을 넘어 영국 토트넘에서도 화제가 되었던 쏘니의 벽화를 그린 이는 춘천 출신 화가 한해동이다. 그는 홍철책방 서커스점 벽화, 서울 성수동 거리의 대형 영화 포토월, 전국 100개가 넘는 스타벅스의 아트웍을 그리며 실력을 인정받은 스트리트 아트 디렉터이기도 하다. 최근 오디션 프로그램 <화100>에서 매화 울림을 주는 그림으로 최후의 7인 안에 들며 이름을 알리고 있다. ‘춘천 은 그저 사랑하는 고향’이라고 말하는 그를 지난 9일 뉴욕 매진 공연 ‘일무’의 포토월 제작 현장인 광화문 세종문 화회관에서 만났다.




한해동

화가. 1989년생 춘천 출신. 강원사대부고, 홍익대 회화과 졸업.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는 사람. "그림이 저에겐 어렵고 사람들에게 더 쉽게 다가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품고 살고 있습니다. 길거리의 다양한 벽, 그리고 작업실에서 하얀 캔버스와 종이 위에 무엇을 어떻게 그릴지 매일을 연구하며 지냅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좋아했다. 부모님은 네 살 때로 기억한다. 달력을 찢어주니 뒷면에 그림을 곧잘 그렸다. 초등학교 때는 친구랑 항상 맨 뒷자리에 앉아서 그림을 그렸다. “일주일에 연습장 한 권씩 갈아 치웠어요. 그 친구와 매주 문방구에 가서 새 연습장을 고르던 날들이 기억나요”

 
처음부터 화가를 꿈꾼 것은 아니었다. 원래 꿈은 프로그래머였다. 고2 화학 시간에 몰래 그림을 그리다가 들켰다. 혼날까 봐 주눅이 든 한해동에게 선생님은 오히려 “너 그림 그려봐라”는 말씀을 하셨다. 어른으로부터 그림을 그리라는 권유를 받은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고민 끝에 팔호광장에 있는 인디고 미술학원에 등록했다. 벽면에는 수강생들이 그린 작품들이 잔뜩 붙어있었다. 그는 “다들 프로였어요. ‘이 친구들을 따라잡아야겠다’ 생각했죠. 잘 그려야 붙이니까 ‘내 그림으로 다 갈아야겠다’ 다짐했어요”라며 크게 웃었다. 실제로 1년여 쯤 시간이 흘러 그 벽은 한해동의 그림으로 가득 채워졌다. 어린 한해동은 또 얼마 나 열심히 그렸을지 인터뷰하는 그의 표정만 봐도 어렴풋이 느껴졌다. “학원이 주말에도 문을 여는데 나가면 저밖에 없었어요. 공부 아니고 그림이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그림 그리는 시간이 행복했습니다”



스트리트 아트 디렉터라고 불리지만 화가입니다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손흥민 벽화와 현재 방송중인 MBN 오디션 프로그램 <화100>이다. 하지만 그는 홍대 회화과 재학시절부터 실력파로 유명했다. ‘일무’ 포토월 제작 현장에서 만난 그의 대학 후배 김미경 씨는 “선배는 그때도 그림을 잘 그렸어요.

 

 

2021년 겨울, 춘천 팔호광장에서 손흥민의 대형 벽화를 작업했다


순수한 사람이고 그림에 대한 열정이 남달라요. 예술가로서 변화와 확장을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이 부러웠죠”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졸업 후 거리 곳곳의 외벽이나 실내벽 그림을 작업 하면서 종종 케이팝 아이돌의 뮤비에도 참여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월디 * , 노홍철 프로젝트, 공연 그리멘토 라이브 페인팅 퍼포먼스, 전국 100여 개의 스타벅스 아트웍 등 세상의 모든 벽을 예술로 바꾸는 일의 중심에 한해동이 있었다. 대충만 언급해도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다. 많은 경험이 그를 단단하게 만들었겠구나 싶어서 그간 활동의 소감을 물었다. 



월디(Wall-D)

벽 공유 플랫폼으로 기존 스트리트 아트와 상업광고를 결합한 형태로 운영된다



 




“월세와 생활비, 학비까지 매년 돈에 치이는 삶을 살면서도 어떻게든 그림을 이어가려고 이런저런 정말 다양한 일을 했어요. 학원 강사부터 동화책 삽화, 케이팝 무대연출과 스타벅스 아트웍, 지금의 벽화들까지. 어느새 제 그림보다 일로써 그린 그림이 더 많아지는 걸 느끼고 종종 우울하곤 했어요”라고 말했다. 아직 그는 한 번도 개인전을 열어본 적이 없다. 올해는 꼭 열고 싶다는 그에게 어떻게 준비하고 있냐고 묻자 “마음속으로 앞두고 있어요. 확정은 아니지만 꼭 할거에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고마운 마음을 담아 그린 손흥민

손흥민 벽화를 모르는 춘천시민이 있을까. 한해동은 벽 공유 플랫폼 월디와 함께 손흥민 프로젝트에 참여 했다. 2021년 12월이었다. 장소는 그가 학창시절 줄 곧 지나던 팔호광장. 대형프로젝트를 앞두고 당시 그는 어떤 마음가짐이었을까 궁금해서 물었더니 무조건 즐겁게 그리고 싶다는 생각만 했다고 답했다. 그리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그는 벽화가 완성 됐을 때 많은 사람이 좋아해 줬다고 회상했다. “그 큰 그림을 혼자 그렸잖아요. 끝나고 내려왔는데 눈물이 났어요. 이걸 내가 다 그렸네” 실제로 손흥민 벽화는 토트넘의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라갔고 이 게시물에 춘천시가 태그되기도 했다. 손흥민 벽화 이후에 달라진 점은 있을까. “없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그냥 그림을 잘 그리고 싶네요”


벽화가 아니라 내 그림으로 인정받고 싶어

현재 미술작가 오디션 <화100>에 출연 중이다. 8회 까지 방영됐고, 그는 최후의 TOP7 안에 포함됐다. 매화 울림을 주는 그림으로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첫 라운드 미션은 ‘자화상’이었다.

 

 


김해시의 랜드마크가 된 홍철책빵 서커스점 외부벽화도 한해동이 그렸다

 



 

수천 번의 붓 터치로 그는 춘천에 살고 계신 아버지의 모습을 30호 캔버스에 그렸다. 부모님께 고맙고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그린 이 그림을 평론가들은 ‘사실 재현력이 탄탄하고 안정되어 있다’, ‘그림을 무척 잘 그렸다. 손이 가진 탁월한 실력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화가’라며 상찬했다. 한해동에게 출연 계기를 물었더니 “많이 고민하고 망설였는데 제가 일을 해 나가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조언을 듣고 도전해봤어요. 그렇지만 출연하면서 점점 일보다는 제 스스로의 그림을 찾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그는 각박한 서울 생활 중 수시로 작업실을 옮겨 다니면서 늘어나는 그림을 감당할 수 없어 그렸던 그림을 거의 폐기했다고 했다. “그림을 하나씩 폐기하면서 조금씩 줄어가던 제 작업 방에 다시 그림이 하나둘 채워지기 시작했어요. 작년부터 태어나서 처음으로 그림을 이어가는 데에 대한 두려움을 느꼈던 제가 다시 힘차게 그림을 그려나가고 있습니다. 정말 감사하게 생각해요. 저에게 관심을 가져주시는 모든 분께요”




공연 '그리멘토' 라이브 페인팅 퍼포먼스 후 가족들과 함께
<화100>1라운드 참가작품 '자화상'으로 그린 아버지




계속 그려나가는 마음

20살 대학진학을 위해 떠났던 춘천은 언제나 살기 좋고 평온한 곳이다. “수년 전 여기저기 작업실을 옮겨 다니다 결국 정리하고 말았어요. 그림을 그리면서 산다는 게 만만치 않다고 느끼면서. 요즘 들어 서울에서의 삶이 조금씩 지치는 걸 느끼고 고향에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하고 있어요. 머지않아 저만 의 작업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그래서 다시는 정리할 일 없이 오래도록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그림에만 집중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존 레논이 그랬던가. 즐겁게 낭비한 시간은 낭비가 아니라고. 화가 한해동이 걸어온 시간 속에 언제나 그림이 있었다. 그가 어떤 마음으로 계속 그려나갈지 알 것 같아서 응원하는 마음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춘천시민분들에게 하고 싶은 한마디를 물었다. “춘천을 많이 그리워하고 사랑하고 있어요. 그곳에서의 어린 시절 기억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을 거에요. 좋은 그림 그릴 수 있게 노력할게요”





한해동의 작품을 더 보고 싶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