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르륵~드르륵~ 카트를 끄는 소리에 아이들이 모두 그녀를 쳐다본다. 금병초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양지혜 선생님을 만났다. 그녀는 카트 안에 영어 수업에 필요한 모든 것을 넣고 다닌다. 영어 수업을 하는데 교과서는 없어도 되지만 이 카트는 꼭 필요하다. 카트에는 색연필, 자석, 이면지에서부터 각종 과자류와 뿅망치, 셀카봉까지 없는게 없다. 도대체 왜 카트를 끌고 교실을 누비고 있는 것일까?
이야기는 선생님의 학창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학창 시절 영어 수업은 재미없고 따분한 시간이었다. 그 때문에 지금은 영어에 능수능란한 그녀도 당시에는 영어를 무척 싫어했다. 여러 길을 굽이굽이 돌아 교단에서 영어를 가르치게 된 그녀는, 어떻게 해야 영어를 재밌게 가르칠까 고민을 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게임과 놀이를 수업에 접목하게 되었다.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들고 다닐 짐이 많아지자 ‘카트’를 생각해 냈다. 카트에 물건이 하나 둘 씩 늘어 지금의 형태가 되었다.
한편 그녀의 영어 수업에는 각종 요상한 물건에 이어 ‘집’까지 등장한다. 수업 시간에 열심히 한 학생들을 모아 집에서 파티를 여는 것이다. 강아지와 놀고, 간식을 먹는 평범한 파티지만 아이들은 모두 양지혜 선생님의 홈파티를 기다린다. 만천초 근무 시절에는 1년에 100명이 넘는 어린이들을 홈파티로 초대하기도 했다.
이제 그녀는 영어교육으로는 강원도에서, 아니 전국에서 이름 난 선생님이 되었다. 하지만 열정은 아직도 식지 않았다. 올해는 영어를 가르치며 학교 운동회까지 도맡게 되었다. 평소 관심 없었던 체육 업무지만 여기서 양지혜 선생님의 진가가 다시 한번 증명되었다. 그동안 없었던 신개념 디지털 운동회를 선보인 것. 커다란 LED 스크린을 통해 경기를 생중계하는 한편, QR코드 를 통해 각종 이벤트와 경연대회를 열었다. 마침내 모두에게 찬 사를 받으며 행사는 마무리 되었다.
카트 끄는 선생님에서 신개념 운동회까지, 도대체 그녀의 한계는 어디일까. 또 어떤 소식으로 양지혜 선생님을 만나게 될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