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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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400

2024-05
#도란도란 #봄내를꿈꾸다
그림자 인형극-이야기 쏙! 이야기야!
그림자 속에서 피어나는 상상이 뭉게뭉게

아이를 재울 때 누워 스탠드 조명을 켜면 시작되는 장난이 있다. 바로 그림자놀이. 집집마다 밤에 한 번쯤 했을 그림자놀이는 아이의 발그림자만 커졌다 작아져도 굉장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극단 별 비612의 ‘그림자 인형극-이야기 쏙! 이야기야!’가 3월 30일, 31일 아트팩토리 봄에서 열렸다. 형형색색의 그림자를 만날 수 있으니 어린이의 마음을 쏙 사로잡을 극이라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이 그림자극은 인형극의 하나로 제35회 춘천인형극제 최고의 작품상 베스트 3를 수상하기도 했다.

아동극이라 생각했으나 그림자 인형극의 고정관념을 깨는 여러 방식이 고루한 어른의 사고방식에 울림을 줬다. 그림자를 비추는 넓은 막과 인형, 혹은 그림자를 만드는 도구들이 지속해 그림자로 이야기를 끌어가리라는 선입견과 달리 배우가 직접 나와 역동적으로 공간을 활용했다. 특히 그림자를 만드는 방식과 그림자를 비추는 배경이 되는 흰 천들이 인상적이었다. 어둠 속에서 빛, 소품, 막 세 가지를 이뤄야 그림자가 만들어지니 이들을 어떻게 비틀어볼지 고민한 흔적이 보였다. 단순히 넓고 평평한 막의 형태를 하는 것이 아닌 우산, 더 나아가 흔드는 깃발까지 스크린조차 펄럭이며 긴박한 상황을 표현했다. 공연 속에서 보여줄 수 있는 오브제의 모든 가능성을 열어뒀기에 다음 장면을 예측할 수 없어 상상력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배우들의 발과 엎드린 자세 등 신체로 구현하는 그림자를 보며 빛과 어둠, 사람이 이뤄낼 수 있는 가장 원초적인 극의 매력이 느껴졌다. 

뻔하지 않았지만 친숙했다. 한국의 전래동화를 연달아 듣는듯한 옴니버스 구성, 이야기 속 이야기로 액자식 구성을 취해 많은 이야기를 품으려는 욕심이 보였다. 짚신 장수, 우산장수, 포수가 살고자 펼치는 이야기 흐름이 매끄럽진 않았다. 대신 누군가에겐 쉽고, 어떤 이에겐 선물 바구니처럼 느껴질 구성으로 나이대에 따라 이해도가 크게 달라지는 어린 관객을 고려하는 모습이었다. 긴장되는 이야기 전개 과정 중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한국의 색채를 공연으로 자연스럽게 접하도록 했다.

이번 공연은 춘천문화재단의 예술공간 활성화 지원사업 ‘채움’ 프로젝트의 하나이기도 했다. 지역 민간 예술공간과 전문 예술단체를 매칭해 문화 활동 비수기에도 공연 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목적을 지녔다. 시민이 공연과 전시를 꾸준히 찾도록 기지개를 켜게 하고 징검다리를 놓는다. 육아에도 성수기와 비수기가 없다. 한 편의 공연 관람으로 가족이 나눌 이야기와 관객의 상상력이 무궁무진하게 펼쳐진다. 그러한 기회가 비수기 없이 아이가 자라는 내내, 어른의 마음이 메마르기 전에 쉴 새 없이 봄비처럼 이어지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