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했던가.
함께 돌봄 공동체를 만든 사람들은 시댁, 친정 그 어디에서도 육아 도움을 받을 수 없는 맞벌이 가정이었다.
공동체를 만든 것은 2019년. 그때 아이들의 나이는 다섯, 여섯, 일곱 살이었다.
춘천공동육아사회적협동조합 통통어린이집에서 만난 이들은 아이들이 졸업할 나이가 되면서 모두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방과 후 돌봄을 어떻게 하지? 학원 투어 외엔 방법이 없는 걸까?
아이들이 자유롭게 탐색하며 배울 수 있는 교육 환경을 원했기 때문에 뭔가 다른 길을 찾아야 했어요.”
공동체 구성원 중의 한 명인 남도연 씨의 말이다.
마침 학부모 중 한 사람이 춘천시에서 마을공동체 지원사업을 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신청을 했다.
방과 후 길 찾기를 시작하다
막상 마을공동체도 만들었고 원하던 교육을 위해 뭔가 시작해야 했지만 길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목표를 일단 해보고 싶은 거 다 해보는 ‘방과 후 길 찾기’로 정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하원이나 하교 후 부모가 퇴근할 때까지 안전하고 자유롭게 공동체 안에서 자라났으면 하는 것이 목표였다.
이를 위해 품앗이, 재능기부 등을 활용하다 나중에는 아이들 자율성 기르기, 동네 아이들 끌어안기 등으로 점점 반경이 넓어졌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벽에 부딪혔다. 서로 원하는 우선순위가 미묘하게 달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먼저 돌봄 공동체를 만든 사례를 찾아 자문을 구하기로 했다.
서울 은평구 ‘은평공동육아방과후’, 강서구 ‘봉제산 방과후협동조합’, 후평동 마더센터 품앗이 돌봄 ‘방학SOS’ 등을 탐방하며 답을 찾아 나갔다.
그 와중에도 아이들은 돌봐야 했기 때문에 활동을 조금씩 시작했다.
아이들이 다니는 어린이집 공간을 빌려 2주에 한 번 상상력을 키워주는 예술 놀이와 사회성, 평화감수성을 높여주는 활동을 먼저 했다.
주말에는 봉의산 오르기,시골집 여행하기, 숲 속에서 별 보기 등 즐거운 추억을 많이 쌓았다.
지난해는 코로나19 때문에 모이는 것 자체가 어려워 조금 잠잠해졌다 싶을 때 게릴라처럼 떠나기를 반복했다.
“그래서 뭘 미리 기획하거나 준비하지 못했어요. 신기한 건 그 덕분에 본의 아니게 아이들이 주체가 되는 걸 지켜볼 수 있었어요.
저희는 뭔가를 열심히 준비해서 아이들에게 많은 걸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는데
스스로 놀거리를 찾고 동생들을 돌보고 알아서 조심하며 성장하고 있더라고요.”
아이들을 함께 돌보기 위해 만난 부모들은 점점 마을과 공동체를 생각하게 됐다.
두 권의 기록집을 내다
함께 돌봄 공동체는 2019년과 2020년 연속으로 마을공동체 지원사업에 선정됐고
2년 동안의 마을공동체 사업을 하면서 두 번 다 기록집을 냈다.
올해도 지원사업을 신청해 둔 상태다. 참고로 춘천시 마을공동체 지원사업은 3년 차까지 지원된다.
“기록집을 내는 과정은 결과물 이상의 의미가 있었어요.
지난 여정을 돌아보며 막연했던 질문과 고민을 보다 선명히 마주할 수 있었고 보다 구체적인 상상을 펼칠 수 있었죠.
무엇보다 우리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지역의 학부모들, 이제 막 마을과 공동체를 꿈꾸기 시작한 분들께
참고할 만한 발자국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었어요.”
함께 돌봄 공동체는 올해 또 다른 사업을 준비 중이다. 호반초등학교, 뒤뚜르도서관과 힘을 모아
춘천형 마을 돌봄 교육공동체 ‘우리 봄내 동동’ 모집 사업에 응모한 것.
아이들을 마을에서 함께 키우는 마을 돌봄 교육 사업에 눈을 돌린 것은 내 아이뿐만 아니라 내 아이와 함께 커 가는 우리 마을 아이들 모두가
더불어 사는 것이 소중하다는 것을 공동 육아를 통해 배웠기 때문이다.
춘천에 함께 돌봄 공동체와 같은 공동체가 많이 생기길 바라며
아이 동童, 마을 동洞, 함께 동同, 움직일 동動 이라는 뜻으로 시작하는 춘천형 마을돌봄 교육공동체 사업
‘우리 봄내 동동’ 사업이 잘되어 우리 춘천이 마음 놓고 아이를 키울 수 있는 명품 도시로 거듭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