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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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99

2024-04
#도란도란 #봄내를꿈꾸다
춘천예술촌 입주작가 전시 ‘내일을 보는 오늘’
오늘 춘천에 살고 내일 춘천을 그리는 사람을 심다

춘천에서 작가들이 머무른다면 그 흔적이 작품 속에서 나이테처럼 새겨질 수 있을까.

춘천예술촌 입주작가로 2년여 간의 여정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 ‘내일을 보는 오늘’이 춘천문화예술회관에서 3월 8일부터 30일까지 열렸다. 

9명의 작가는 2022년 춘천예술촌 개관부터 지금까지 머무르며, 작업의 과정을 담거나 작업의 과거를 펼쳐놓았다. 그 안에서 춘천은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보는 것 또한 전시를 감상하는 하나의 방법이었다. 장승근 작가의 그림은 작업실에서 눈에 담았을 법한 물체들이 보인다. 이젤과 물감, 눈이 쌓인 자동차. 

눈이 흠뻑 쌓인 어느 겨울 작업실의 문을 열었겠구나 하며 그날의 기온도 추측해 본다. 전영진 작가의 작품에서 춘천은 좀 더 직접적이면서도 몽환적이다. 누구나 알아챌 법한 지하상가 만남의 광장과 팔호광장의 어느 건물은 동화 속 모습으로 숨어있다. 

춘천 출신인 송신규 작가는 유년 시절 속 춘천을 기억하고, 잊히고 사라지는 것을 작품으로 옮겼던 그동안의 과정을 담아 기록 공간으로 표현했다. 작품 속에서 발견하는 낯선 춘천은 춘천예술촌에서의 작업은 춘천시민에게도 어떤 의미인지 보여준다. 

우리 지역에 예술인이 왜 필요할까. 타인의 시선으로 재발견하는 일상적인 풍경은 단조로웠던 생각의 팔레트에 색을 더한다.

몇몇 작가의 작품에서 춘천이라는 지역적 특성을 느낄 수 있었다면, 다른 작가들의 작품에서는 광범위적이고 풍부한 주제도 살펴볼 수 있다. 홍준호 작가는 유럽 여행 중 벼룩시장에서 구매한 아날로그 필름 속 여인을 스캔하고 디지털화했다. 인물이나 스토리가 아니라 색 레이어를 합치는 작업 방식을 중점으로 보여줬다. 중첩된 강렬한 색깔 옆에는 박시월 작가의 꿈처럼 몽글거리는 유리 작품과, 이효숙 작가의 연필 흑연으로 뒤덮인 한지 작품이 보인다. 어린 딸과 유년시절을 겹쳐 보이는 루시 작가, 더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땅의 태동과 배냇저고리, 탯줄의 상징이 보이는 박소영 작가. 너무나 다른 성격의 작품이 한 공간에 모여 관객은 공통점과 차이를 짚으며 생각의 나래를 펼친다.

시간성을 상징했다는 9개의 아치형 구조물은 각자의 작업실을 엿보는 느낌을 준다. 공간을 이동하는 문이 되거나 시선의 연결고리인 창문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색다른 감상을 시도할 수 있도록 했다.

공간과 시간의 교집합으로 엮였던 작가들은 다시 뿔뿔이 흩어져 내일을 향하겠지만, 춘천의 토양에 발을 담갔던 시간은 먼 미래에 어떻게 자리할지 궁금해진다. 미래를 위해 식목일에 심는 나무 한 그루처럼, 내일을 보고 하나하나의 예술을 춘천이 품는 일은 결코 쉬워 보이지 않는다. 올해 다시 새로운 작가들을 맞이하는 춘천예술촌에서는 어떤 예술의 나무 그늘을 즐길 수 있을지 벌써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