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양육 가구 500만 시대의 그늘, 바로 유기동물 문제다. 수백만원짜리 목줄과 명품 옷을 두른 반려견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버려지는 반려견도 많다. 춘천시 동물보호센터에는 현재 232마리의 유기동물이 새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유기동물 입양문화 정착을 위해 정성을 다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 춘천시 동물보호센터를 찾았다.
내 이름은 사모예요. 저를 씻겨주고, 털을 빗겨주는 박자민(24)씨가 저에게 사모라는 이름을 지어줬어요. 저는 북극 지역 흰색 스피츠인 사모예드 믹스견입니다. 동물 보호센터에 온 것은 2개월 전쯤이에요. 경춘공원을 신나게 뛰어놀다가 주인을 잃어버렸어요. 공원을 서성이다가 낯선 사람의 손에 이끌려 이곳에 오게 됐어요. 다른 사람들은 제 이름을 68번이라고도 불러요. 이곳에 들어오면서 저에게 ‘공고24-68’이라는 번호가 생겼기 때문이래요. 처음엔 낯설었지만, 놀이터도 있고, 다른 친구들도 있어서 금방 적응했어요. 하지만 이곳에서 만난 친구들이 작별인사를 할 때마다 저는 너무 슬펐어요. 너무 오랫동안 새 가족을 만나지 못하면 강아지별로 갈지도 몰라요. 항상 따뜻하게 대해줬던 친구들은 “꼭 새 가족을 만나야 해”라고 신신당부하며 강아지별로 떠나갔어요.
사람들은 저의 하얗고 풍성한 털을 좋아해요. 부드럽대요. 제가 좋아하는 건 달리는 거예요. 털을 휘날리며 반려견 놀이터를 달릴 때 가장 기분이 좋아요. 오늘 기쁜 소식을 들었어요. 새로운 가족이 절 데리러 온대요. 친구들은 “새로운 가족과 행복하게 잘 살아야 해”라고 말하며 함께 기뻐해 줬어요. 저는 자민씨의 따뜻한 손길을 받으며 예쁘게 단장했어요. 새 단장을 하고 놀이터에 나오니 날아갈 듯 기뻐요. 새 가족을 만나는 날이라 더욱 많이 설레요. 점심을 먹고 들어오던 동물보호센터 직원들에게도 다가가 꼬리를 흔들며 작별인사를 했어요. “어머, 네가 이렇게 예뻤구나. 행복해라 사모야”,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도 행복하세요.”
지난 13일 사모에게 새 가족이 생기던 날 춘천 신동면 용산리에 있는 춘천시 동물보호센터를 찾았습니다. 사모의 새 가족은 서울 송파구에 사는 박보슬씨입니다. 사모는 개 이동장을 들고 놀이터로 들어오는 보슬씨를 본 뒤 새 보호자 품으로 파고들었어요. 15㎏의 커다란 거구가 마치 작은 강아지 같았답니다.
지켜보던 사람들은 “어머나. 자기 엄마인 걸 알아보나 봐”라며 신기해했어요. 보슬씨는 6마리의 유기견을 키웠던 베테랑 보호자랍니다. 키우던 개들은 노령으로 강 아지별에 먼저 보냈다고 해요. “국가동물보호시스템에 접속했는데 자꾸 눈에 밟히는 아이가 있었어요. 3마리까지 볼 수 있다고 했는데 나는 이 아이만 보면 된다고 말씀 드렸어요” 보슬씨는 다른 지역 센터는 소위 뜬장* 이라고 하는 곳에 5~6마리씩 집어넣어 키워서 환경이 열악하고 관리가 안되는데 춘천의 시설은 깨끗해서 놀랐다고 설명했습니다. 사모가 몸에 쌀알만 한 칩을 넣고 동물보호시스템에 등록되는 동안 새 보호자는 준비해온 동물사랑 배움터 교육 이수증을 냈습니다. 또 사모의 전염병 검사 결과, 예방접종과 키트검사 내역을 받았고, 15만원의 입양지원금을 안내받았어요. 68번 사모는 이제 ‘주디’라는 이름으로 제2의 견생을 살게 됐어요. 주디의 생일은 보슬씨와 만난 날인 3월 13일로 정해졌습니다.
* 뜬장: 바닥까지 철조망으로 엮어 배설물이 그 사이로 떨어지도록 만든 개의 장을 말한다. 뜬장에서 사는 동물은 평평한 바닥을 밟지 못해 발바닥이 갈라지고 염증 등 다양한 질병으로 고통받는다. 바닥에 발이 닿지 않는 동물들은 항상 긴장 속에서 살아야 한다.
주디가 떠난 후 남은 아이들을 보러 보호 동으로 향했습니다. 춘천시 동물보호센터에는 주디처럼 좋은 가족을 만나지 못해 보호 중인 유실 및 유기동물이 아직 232마리(개 230·고양이 2)가 남아있었습니다. 지난해 11월보다 50마리 이상 늘어난 것이라고 해요. 고양이는 치료가 끝나면 유기되었던 장소로 방사된다고 합니다. 견사는 무척 깨끗했고 햇볕이 잘 들어왔습니다. 애견호텔과는 다른 환경이지만 이곳에 보호되는 개들은 그나마 운이 좋은 녀석들이라고 합니다. 학대나 방임 등 열악한 환경에서 구조돼 들어왔거나 굶주림에 시달리는 거리 생활에서 구조된 경우이기 때문입니다.
이곳에 들어오는 동물들은 여러 가지 절차를 밟게 된답니다. 춘천시 동물보호센터로 신고가 접수되면 담당 직원이 구조현장에 출동해요. 센터에 들어온 동물은 가장 먼저 수의사의 검진을 받습니다. 심각한 질병이 발견될 경우 치료를 해줍니다. 그러면서 국가동물 보호정보시스템* 에 주인을 찾는 공고를 열흘간 올리게 됩니다. 그 기간에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다른 가족에게 입양을 할 수 있어요. 입양은 개체면담, 입양신청, 3일 숙려기간, 입양 순으로 진행된 답니다.
* 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 : www.animal.go.kr 동물보호법에 의한 올 바른 유기동물 입양확산과 건강한 반려동물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국가 시스템
지방자치단체 보호소라고 하면 열악한 환경을 떠올리게 되는데 춘천시 동물보호센터는 이런 편견을 보란 듯이 깨뜨리고 있어요. 춘천 센터는 동물 입양 홍보에도 주력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유기동물에 대한 오해나 편견을 줄이기 위해 무척 노력하고 있답니다. 그동안 ‘반려동물 페스티벌’, ‘반려동물 패션쇼’, ‘댕댕이 바캉 스’ 등의 축제를 통해 ‘유기견도 다 똑같은 개’임을 알리기 위한 노력을 펼쳐왔습니다. 3월 23일에는 '국제 강아지의날'을 맞아 1년 미만 연령의 강아지 20마리를 직접 만나볼 수 있는 <우리랑 같이 놀개>도 개최했고요. 장수영 반려동물과 동물복지팀장은 한 사람의 의식이 바뀌면 하나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어요. “새로운 보호자를 기다리는 예쁜 보호 동물이 많으니 사지 말고 입양해 주세요”
춘천시 동물보호센터 직원들은 정성을 다해 유기동물을 보살피고 있습니다. 이들은 모든 개가 궁극적인 행복을 마땅히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동물을 돌보고 있었습니다. 이들의 선한 영향력 이 유기동물 입양과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시민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동물을 유기하면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300만 원 이하의금이 부과된다. 만약 반려동물을 잃어버렸을 때는 춘천시 동물보호센터(245-5785)로 연락하면 된다.
평소에 유기동물을 입양하고 싶다는 생각은 늘 해왔어요. 이제는 가족을 맞이할 준비가 된 것 같아서 알아보다가 춘천시 동물보호센터를 발견했어요. 고민하는 사이에 눈여겨 보던 동물들이 병으로 죽거나 안락사 되는 경우를 보면서 내가 고민 하는 시간이 유기견들에게는 간절한 시간이겠구나를 깨달았어요. 인천에서는 먼 거리였지만 평생 가족을 맞이하는데 문제가 되지 않았어요. 저를 쳐다보던 모습이 아른거려서 입양을 결심했죠. 지금은 우리집 막내로 사랑을 독차지하며 지낸답니다.
보호자 최아현 인천광역시
더덕이는 보호센터에서 태어나, 생후 6개월 처음 세상으로 나왔어요. 그래서 겁이 아주 많습니다. 아직도 산책 중 강한 바람에 현수막이 움직이면 숨어버리려고 해요. 제 인생에 있어서도, 죽음의 문턱에 있던 한 생명을 살리고 책임지는 과정이 참 귀하게 여겨집니다. 강아지를 키우는 일은 시간과 돈이 많이 들지만, 무엇보다도 생명에 가치를 두었던 ‘선택’ 그리고 ‘책임’을 진 것이 참 자랑스럽습니다. 한 생명을 가족으로 맞이하고 싶은 분이라면 한번쯤은 유기동물 입양에 대해 생각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살린 생명이 도리어 우리를 잘 살게 할 힘이 되기도 하거든요.
보호자 이메리 장학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