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주말에 캠핑 갔다 왔어.”
“와, 좋았겠다. 가서 뭐 했어?”
“게임했어.”
“헐. 게임? 그 좋은 데 가서 게임을 하다니!”
“왜, 게임이 뭐 어때서?”
“야, 그런데 가면 캠핑을 해야지, 왜 게임을 하냐?”
“많이는 안 하고 아빠랑 엄마랑 텐트 치는 동안만 쪼금 했어.”
“난 텐트 내가 치는데. 그리고 캠핑 가면 핸드폰 안 봐. 엄마랑 약속했거든.”
“헐. 그러면 게임 못하냐?”
“근데 게임 안 해도 쫌 재미있어.”
“(내가 끼어들며) 게임보다 재미있어? 그런게 있나?”
“텐트 치는 거 엄청 재미있어요. 집 짓는 거랑 똑같대요.”
“(놀라는 척하며) 너 텐트도 쳐? 와! 2학년이 텐트를 치다니!”
“(우쭐대며) 텐트 칠 땐 아빠가 쪼끔 도와주기는 해요. 그래도 접는 건 제가 혼자도 해요. 진짜로요.”
“(게임했다는 아이가) 야, 뻥치지 마. 니가 어떻게 텐트 치냐?”
“나도 칠 수 있어. 별로 안 어렵던데?”
“뻥 치시네. 폴대랑 끈이랑 니가 다 묶냐?”
“폴대는 아빠가 잡아주니까 묶지. 근데 끈은 나 혼자서도 묶어. 나 8자 매듭도 알거든.”
“(내가 또 끼어들며) 오~ 매듭도 알아? 선생님은 매듭 잘 모르는데.”
“제가 갈쳐 드릴까요?”
“(부탁하는 표정으로) 아이고, 그러면 참 고맙지. 선생님도 캠핑 가면 써먹어야겠다.”
“그럼 제가 알려드릴게요. 아빠한테 말해서 내일 텐트 줄 가져올게요. (게임한다는 친구에게) 너도 배우고 싶으면 내가 알려줄게.”
“(반색하며) 진짜지? 그럼 나도 우리 아빠한테 말해서 텐트줄 가져가도 되는지 물어볼게. 근데 안 될 수도 있어.”
“(내가 끼어들며) 안 될 수도 있어?”
“네, 텐트랑 타프 같은 건 제가 만지면 안 되거든요. 지난번에 팩 잃어버려서... 아빠한테 디질 뻔했잖아요.”
“아이고, 그랬어?”
“또 제가 폴대 잡고 있다가 넘어졌단 말이에요. 그래서 동생이 다칠 뻔했거든요. 그래서 엄청 혼나고.”
“아이고, 큰일 날 뻔했네.”
“네, 그래서 아빠가 저더러 아무것도 만지지 말라 그랬단 말이에요. 그래서 게임이나 했죠.”
“아빠는 네가 위험할까 봐 그러셨나 본데?”</p>
“네, 저도 아는데... 그래도 해보고 싶긴 해요. 내가 잘 붙잡고 있었으면 됐을 텐데... 제 잘못이죠.”
“근데 너도 깜짝 놀랐을 것 같아. 네가 일부러 동생 다치게 할려고 일부러 넘어진 건 아니잖아.”
“그랬죠. 근데 안 놀란 척했어요.”
“왜?”“제가 잘못했으니깐요. 놀란 척하면 더 혼날 수도 있어요.”
“더 혼나?”
“네. 알면서 일부러 넘어진 줄 알 수도 있으니깐요.”
“그럼 선생님이 아빠한테 말씀드려줄까?”
“(망설이다가) 음... 선생님이 말하고 싶으면 하세요.”
“그럼 뭐라고 말할까?”
“제가 똑바로 안 잡고 있어서 미안하다고.”
“동생이 다칠까 봐 놀랐었다는 것도 말씀 드릴까?”
“네, 근데 아빠가 안 믿을 수도 있어요.”
“아, 그래?”
“네. 동생이 옆에 있는데도 제가 아무 생각 없이 멍청하게 서있어서 사고가 났으니깐요.”
“아무 생각 없이?”
“아빠가 그랬어요. 아무 생각 없이 멍청하게 서 있다고.”
“그때 네 마음은 어땠어?”
“억울했죠. 쪼금. 왜냐하면 제가 아무 생각 없던 게 아니라 동생이 보행기 타는 거 쳐다보고 있었거든요. 뱀이 나오면 물릴 수 있잖아요.”
“동생이 뱀이 물릴까 봐 걱정하느라 폴대를 잘 못 잡았구나?” </p>
“네.”
“아빠한테 말씀드렸니?”
“네. 그랬다가 욕만 먹었잖아요. 폴대 잡을 때는 정신을 거기에 쏟아야지 멍청하게 뱀 나오나 보고 있냐고. 근데 엄마가 그러는데 산에 뱀 나올 수 있대요. 말벌이 쏠 수도 있고.”
폴대를 쓰러뜨린 일을 2학년 아이가 흔히 할 수 있는 실수로 인정하고 다음엔 어떻게 하면 안 쓰러지도록 잡을 수 있는지 가르쳐주었다면, 동생을 염려한 마음도 알아주었으면 어떨까요. 아이는 아빠의 넓은 이해심에 감사하며 자기도 그런 성품을 가지려 노력할 겁니다. 동생을 더 세심하게 살피는 오빠로도 성장하겠네요. 아이가 마음 놓고 실수를 통해 자기 행동을 수정할 수 있는 기회를 주면 아이는 그 실수를 통해 성장합니다.
송주현 소양초등학교 교사. <나는 1학년 담임입니다>, <착한 아이 버리기>, <초등학교 상담기록부> 저자. 32년째 아이들 가르치면서 함께 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