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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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97

2024-02
#봄내인터뷰 #봄내를만나다
드라마PD 이명우
명우는 달러. 작품을 맛깔나게 만드는 참말로 멋진 감독이여



“병태는 달러. 약자를 아끼는 참말로 멋진 대가리여.” “넌 도대체 왜 그따구로 사는 겨” “할 수 있는 건 싹 다 해 봤는디 그럼 뭘 더 어찌케 하라고” “할 수 없는걸 혀야지!”

80년대 말을 배경으로 한 <소년시대>의 명대사다. 코믹 학원 성장물인 이 작품은 단순히 웃음만 남기는데 그치지 않고 ‘끝까지 도전하라’는 강한 메시지를 우리에게 남겼다. 소년시대의 메가폰을 잡은 이는 춘천 출신 감독 이명우다. SBS 드라마피디로 <패션왕>, <펀치>, <열혈사제> 등 여러 히트작을 만든 스타감독이다. 작품 ‘소년시대’의 ‘대가리’ 이 감독을 지난 1월 9일 서울 방배동 더스튜디오엠 (The Studio M)에서 만났다.


이명우 드라마 PD. 1972년생 춘천 출신. 2000 ~ 2019년 SBS 드라마본부 프로듀서.  

<올인>, <발리에서 생긴일>, <자명고>, <자이언트>, <대물>, <열혈사제> 등 히트작 연출. 

2019년 ‘더스튜디오엠’을 차려 <어느날>에 이어 <소년시대>까지 쿠팡플레이와 작업했다.

 


“뭐여~ 아직도 안 본겨?” 춘천은 지금 ‘소년시대’ 열풍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시대>는 충청도의 찰진 사투리의 맛을 잘 살린 코믹 드라마다. 안 맞고 사는 게 목표인 병태(임시완)가 어쩌다 부여농고의 짱이 된 좌충우돌 소년기를 다룬다. 배경은 1989년 충청남도이지만 대부분의 촬영은 춘천에서 진행됐다. 이 감독은 “1980년대 느낌이 있는 도시를 찾아서 6개월 동안 전국을 샅샅이 뒤졌지만 입맛에 딱 맞는 곳은 없었는데 어느 날 문득 고향 생각이 났다” 라며 “스텝들과 춘천에 왔는데 학창 시절에 걷던 요선동 골목이 그대로 남아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때 속으로 ‘여기다, 유레카!’를 외쳤다고 한다.


Q. 춘천시민들의 반응이 정말 뜨거워요. 인기를 실감하시나요?


촬영할 때 지인들에게 얘길 안 했는데 <소년시대> 끝나고 나서 전화를 엄청나게 받았어요. 열혈사제의 경우 지상파 방송이었고 수도권 기준 시청률 28%까지 찍었으니 어마어마하게 많이 본 거죠. 하지만 반응은 <소년시대>가 2~3배 정도 센 것 같아요. OTT로 일부러 찾아보는 시청자들이라서 훨씬 능동적이에요. 미국에서도 연락 오고, 춘천에 사는 지인들도 정말 많이 얘기하시더라고요.


Q. 장소와 로케이션에 공을 들이는 거로 유명하신데요.


로케이션은 마지막 촬영까지 이어지니까 거의 1년 가까이했다고 봐야죠. 춘천에서 촬영을 많이 했어요. 요선동 골목을 부여의 시내로 꾸몄고요. 

부여 농고생들의 생활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축사를 섭외했어요. 지금은 축사를 가진 학교를 찾기 어려워서 강원대 농과대학 실습장의 협조를 받아 촬영했어요. 학창 시절 제가 많이 다녔던 중앙시장 분식집도 그대로 남아 있어서 반가웠어요. 병태와 친구들이 깻잎을 팔던 곳도 중앙시장이고요. 산다라 음악다방은 숨겨둔 보물 같은 장소였어요. 경태가 오토바이에 선화를 태워 소풍을 간 언덕으로 나오는 곳은 사북면에 있는 해피초원 목장이고, 부여의 소피마르소 선화가 다니는 부여여상은 춘천 봄내중학교를 배경으로 촬영됐어요. 이외에도 안보회관이 있던 긴 계단은 병태와 지영이 훈련하던 촬영지고 기와집 골과 육림고개, 엔딩 쿠키 영상에 등장한 공지천까지 춘천의 구석구석을 다 담은 것 같은데요.






‘재미있는 이야기꾼’ 이명우 감독의 춘천시대


유난히 웃겼던 아이였다. 교실에서 그는 재미있는 친구로 통했다. 사람의 특징을 빨리 캐치하는 재능이 있어서 선생님, 연예인들의 성대모사로 친구들을 즐겁게 했다. 실제로 그의 작품 중에는 <열혈사제>나 <소년시대>처럼 코믹한 요소가 많다. 그에게 원래 유머러스한 사람이냐고 묻자 “저, 웃기죠. 그게 없으면 작품에 잘 안 나와요. 학교 다닐 때도 저 많이 웃겼어요”라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Q. 드라마 PD가 되어야겠다는 꿈이 있었나요?


꿈이라기보다는 이런 생각을 자주 했어요. 춘천이라는 도시가 저는 좁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빨리 큰 무대에 가서 공부하고 싶었어요. 서울로 대학 진학 후 미국으로 유학을 가고 새로운 것에 도전을 많이 했습니다. 저를 발전시키기 위해 익숙하지 않은 상황을 스스로 만들었어요. 본격적으로 PD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한 건 미국 필름스쿨 유학 시절이었고요. 헐리우드 영화사에서 일하면서 ‘내가 잘할 수 있는 분야라는 확신을 했고, 나만 잘하면 길이 보이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쿠팡플레이 시리즈 <소년시대> 촬영현장

 



Q. 고향에서 작품을 만들었다는게 감독님께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촬영하면 보통 숙소 생활을 하는데 춘천에는 본가가 있으니 집에서 생활했어요. 부모님 입장에서는 1년에 몇 번 못 보던 아들 얼굴을 자주 보니까 좋으셨던 것 같아요. 저도 나이가 있는데 “오늘 덥단다. 물 많이 마셔라” 하는 말씀을 들으면 어린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고요.


‘열린 촉수로 세상을 감지하고 인풋을 채우기 위한 다독까지’ 드라마 피디라는 세계


이명우 감독이 정의하는 PD의 역할은 ‘이야기꾼’이었다. 그는 이야기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학창 시절에도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재미있게 전달하는 재주가 있어서 친구들로부터 ‘(드라마 보기 전에) 먼저 명우 얘기 다 듣지 마’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일종의 스토리텔링의 기술이었는데 연출자로서는 좋은 재능이었던 것 같다”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Q. 드라마는 익숙한데 PD라는 직업은 낯설어요.


창작자의 영역이라서 지식이 필요하죠. 스토리는 책과 연결되니까 문학에 대한 이해와 기본 소양을 갖춰야 하고요. 영상 기술은 당연한 거고, 준비된 사람이 좋은 이야기를 펼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삶에 대한 공부, 남이 쌓아놓은 지식과 남의 연구물들을 섭취해서 간접 경험을 많이 쌓아야 하고요. 대본을 영상으로 치환하는데 그치지 않고 선한 메시지까지 전달할 수 있는 단계까지 가야 하니까 소명의식도 필요한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거창하게 얘기했지만 결국 이야기꾼, 만들기 좋아하는 ‘쟁이’가 되어야 해요. 거기에 삶의 위트가 있으면 훨씬 작품이 부드러워지겠죠.




Q.  금의환향  하셨네요.  강원영상위원장이라는 새로운 직책까지 맡으셨어요.


여러 번 고사했는데 많은 분께 연락을 받았어요. ‘제일 활발하고 힘 있게 움직일 때가 할 일도 가장 많다’는 말을 듣고 자신감을 얻었죠. 고향에 대해 가진 애정이 큰 만큼 힘닿는 데까지 열심히 할 생각입니다. 거의 매 작품을 춘천 와서 촬영을 했어요. 쿠팡플레이 시리즈 <어느날>은 춘천시청을 중앙지검 건물로 설정해 촬영했고 <소년시대>는 거의 춘천시가 배경이 됐죠. 고향이 발전하면 좋잖아요. 가족, 친구들, 선후배들 모두 춘천에 살고 있어서 저에겐 영원히 떼려야 뗄 수 없는 고향입니다. 춘천의 발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해 나가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