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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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97

2024-02
#춘천은지금 #봄내를만나다
작전명: 봄식당
춘천의 축제는 우리가 책임진다!




춘천의 축제 기획자들이 모여 축제 예산 1억 원을 놓고 기획 대결을 벌였다. 행사명은 ‘축제 기획 해커톤 <작전명:봄식당>’. ‘봄식당’은 올해 3년째 열리고 있는 춘천공연예술축제로 춘천마임축제, 춘천인형극제, 춘천연극제가 연합해 만들었다. 3개의 축제 공연이 3일 내내 열리고, 입맛에 맞게 공연을 골라 본다는 컨셉으로 ‘봄식당’이라 이름 지었다. 2년 차까지는 축제 통합 사무국을 구성해 운영했는데 올해 세 번째 봄식당은 축제 실무자들이 서바이벌 기획 대결을 벌여 우승한 기획자가 직접 축제를 만들기로 한 것. 축제 예산 1억원을 놓고 벌이는 축제 기획자들의 미션 지옥에 들어가 봤다.




* 해커톤(hackathon): 해킹(hacking)과 마라톤(marathon)의 합성어로 참여자가 팀을 구성해 제한 시간 내 주제에 맞는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한 대회다.




1월 5일 금요일 아침, 영월의 한 유스호스텔로 향했다. 춘천의 대표 축제를 기획하고 만들어내는 실무자들을 모아 워크숍을 열고 있는 현장이었다. 

도착했을 땐 워크숍의 막바지로, 최종 피티 발표를 준비하고 있었다. “거의 못 잤어요. 두 시간 잔 것 같아요” “새벽 5시까지 회의했어요” “3일 동안 총 수면시간이 10시간도 안 돼요” 참가자들은 피곤하다고 입을 모으면서도 밝은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그리고 어딘가 수상하게 신나 보였다.


1월 2일부터 6일까지 4박 5일 동안 해커톤 형식으로 진행된 이 워크숍에는 평균연령 29세의 축제 전문 인력 24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춘천마임축제, 춘천인형극제, 문화프로덕션 도모, 협동조합 판, 춘천문화재단 구성원으로 각각 기획, 운영, 홍보, 행정 실무자들이었다.



참가자들은 첫날부터 시작된 개별 미션과 팀 미션을 매일 해치우며, 눈 떴을 때부터 감을 때까지 한 가지 주제에 대해서만 고민하고 의견을 모았다. 바로 ‘춘천의 축제’다. 워크숍 첫째 날은 개인 미션으로 시작됐다. 각자 생각하는 ‘봄식당’의 주제와 핵심 콘텐츠를 제한 시간 30분, 500자 이내로 적어 발표했다. 다음 개인 미션도 나를 어필하고 소개할 수 있는 발표로 제한 시간 2분 안에 해야 했다. 투표로 뽑힌 여섯 명이 조장이 되어 팀을 구성했다. 둘째 날부터는 조별 미션으로 축제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축제 아이덴티티(핵심 가치, 슬로건, 이미지 등)를 기획안으로 만드는 미션이었다. 팀 구성은 매일 새롭게 투표로 짜졌으며, 개인 미션과 조별 미션도 매일 달랐다. 또 날이 밝으면 새로운 팀을 꾸려 처음부터 다시 촘촘한 축제를 설계해 나갔다. 반복되는 이런 과정을 통해 참가자들은 내가 속한 조직이 아닌 여러 조직 사람의 이야기를 듣게 됐고 이 경험은 곧 자기 객관화로 이어졌다. 의견을 전달하면 날카로운 피드백이 따라왔고, 상대의 이야기를 들으며 사고가 확장될 수 있었다.





“지금이 체력적으로는 가장 힘들지만, 아마 정신이 가장 활기찬 순간일 거예요.” 최종 발표를 앞두고 워크숍 길잡이로 참여한 문화도시춘천 이매랑 축제 제작 PD가 말했다. “춘천에 살면 주변에 익숙해져서 막상 내가 살고 있는 도시의 자원을 자세히 들여다보지 못하기도 하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춘천의 축제’라는 한 가지 주제에만 며칠간 집중한 밀도 높은 이 워크숍으로, 춘천을 보다 객관적이고 깊은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될 거예요.” 최종 발표는 2월에 열리는 ‘봄식당’ 축제를 구체적으로 만드는 마지막 미션이었다. 24명의 참가자는 두 팀으로 나뉘어 예산 1억 원에 맞는 프로그램 계획과 홍보, 인력 운용, 안전 관리 등이 구체적으로 담긴 기획안을 발표했다. 최종 발표의 결과로는 최다희 기획자와 박상우 기획자가 선정됐다. 두 명을 중심으로 임시 사무국을 구성해 축제를 준비할 예정이다. 올해 봄식당 축제는 2월 23일부터 25일까지 3일 간 춘천인형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공연문의: 춘천문화재단 도시문화브랜딩팀 259-5452



이 워크숍이 만들어진 이유는 2022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축제를 만드는 사람들은 1년 중 1, 2월이 비교적 여유롭다. 한 해 동안 열심히 뛰어온 구성원들이 심신을 보듬고, 사업비를 정산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다른 계절에 비해 공연, 전시도 현저히 적어 1, 2월은 문화계의 비수기라고도 불린다. 이러한 특징을 살려 비수기도 효율적으로 보낼 방안을 찾았다. 춘천문화재단에서 축제 전문 인력을 위한 교육을 지원하고 시민들도 즐길 수 있는 축제 ‘봄식당’을 만들게 된 이유다. 춘천은 축제의 도시다. 마임, 인형극, 연극, 문학, 고(古)음악, 영화, 태권도, 막국수닭갈비 등 예술부터 스포츠, 먹거리까지 1년 내내 다양 한 주제의 축제가 춘천 곳곳에서 열린다. 춘천이 축제의 도시로 자리 잡고 오랫동안 이어져 오고 있는 중심에는 축제를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문화예술과 김미애 과장은 “춘천형 축제 전문 인력이 지역에 남아 축제 특화 도시를 만드는 데 기여하면 좋겠다”며 “성장의 기회를 만들고, 시민들이 누리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지난해 봄식당 축제 기획에 참여했는데 이후 다른 축제 조직과 교류가 잦았거든요. 업무에도 도움이 돼서 올해도 참여하게 됐어요. 그리고 기획서에 쓰는 용어도 같은 의미지만 조직마다 다 다르게 사용한다는 걸 알았어요. 그만큼 시야가 넓어졌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고 인식할 수 있는 의미 깊은 시간이었어요. 

동료 기획자나 길잡이(멘토)에게 피드백을 받을 땐, 좌절감을 느끼기도 했는데 기분 좋은 좌절감이었어요.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 같아요. 하지만 이렇게 잠을 안 재울 줄은 몰랐습니다. 하하.

박상우(31세, 춘천인형극제 공연기획팀장)


내 아이디어로 축제가 실제 만들어진다면 역량을 발휘해서 꼭 1등을 하고 싶단 생각으로 참여하게 됐어요. 사실 처음엔 좀 불편했어요. 거의 모르는 분들이었거든요. 모두 조직 안의 ‘나’를 내려놓고 ‘00번 기획자 님’으로 서로를 불렀는데요. 저도 착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서 이해 안 되는 것도 말 못 하고 반대 의견도 잘 못 내서 답답했었어요. 그런데 중간에 팀원이 계속 바뀌면서 동료들과 협의하는 과정이 반복되니까 가감 없이 의견을 주고받게 된 게 신기했어요. 무엇보다 기댈 수 있는 동료를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이 기뻐요.


최다희(28세, 문화기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