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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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96

2024-01
#봄내인터뷰 #봄내를만나다
이석열 경춘공원 관리소장
40년, 선한 마음으로 묵묵히 걸어오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은 삶(生, 생)과 죽음(死, 사) 두 개로 나뉜 건 아닐까. 옳고 그른 것, 좋고 나쁜 것은 없다. 모두 자연의 한 조각일 뿐. 장묘문화를 일구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 있다. 서면 안보리에 위치한 경춘공원묘원. 이곳의 이석열 관리소장은 40년째 고인의 마지막 길을 책임지고 있다.




<경춘공원 이석열 관리소장> 







이 석 열

1955년생 춘천 출신. 

남면 후동리에서 태어나 농사를 짓다가 1984년 서른 살에

경춘공원묘원 일용직으로 입사, 

현재는 관리소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이외에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춘천후원회 회장,

효자3동 11통장, 춘천 적십자 나눔봉사대 부회장 등 

여러 사회 활동을 하며 봉사를 펼치고 있다. 





이석열 소장은 매일 아침 6시 30분에 집에서 나온다. 7시면 직장에 도착해 직원들과 아침 조회를 서고, 8시부터 작업을 시작한다. 인터뷰를 위해 경춘공원묘원(이하 경춘공원)을 찾은 12월 8일, 오전에만 네 번의 매장을 하고 온 그와 마주 앉았다.





 한혜진 _      소장님, 경춘공원에서 어떤 일을 하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이석열 _

경춘공원은 1980년에 문을 열어 올해 44년째 운영 중인 묘원입니다. 직원은 40명 정도 되는데 사무실에서 일하는 분들 제외하고는 4개의 현장팀이 있어요.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죠. 저는 경춘공원의 총감독이라고 보면 돼요. 작업에 맞는 인력을 배치하고 현장 관리, 안전사고 관리, 직원 교육 등을 맡고 있어요. 1984년에 들어와 40년 일 했네요.  




한혜진 _      한 직장에서 40년을 다니신 게 대단하게 느껴져요. 



  이석열 _

제가 23살에 결혼했어요. 큰 애가 유치원 다닐 적에 직장에 다니기 시작했죠. 부모님이 두 분 다 일찍 돌아가셨거든요. 그래서 제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대로 할 수 있었는데, 저랑 같이 경춘공원에 입사했던 친구는 미혼이라 부모님이 결혼 못 한다고 직장을 그만두게 했어요. 옛날엔 죽음에 대한 부정적 편견이나 두려움이 더 컸거든요. 그에 비해 저는 다른 일 할 생각을 전혀 안 했어요. 한 우물만 파자 생각한거죠. 어떤 직장으로 옮길까 신경 쓸 시간에 열심히 일하고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공부를 했어요. 춘천시 평생교육원에서 풍수지리를 배우기도하고 한림대학교 경영대학원 AMP(고급경영관리자과정)를 수료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이장, 납골 등과 관련된 자문도 다녀요. 일하면서 몸이 힘든 적은 있어도, 마음이 힘든 적은 없었답니다. 




한혜진 _      일할 땐 어떤 걸 중요하게 생각하세요? 



  이석열 _

저희 일은 남의 조상을 모시는 거잖아요. 저도 그렇고, 직원들에게도 정성 들여 성의껏 모시라고 가르쳐요. 손님들 오시면 먼저 인사하고 불편함 없이 세심하게 살피라고 늘 말해요. 그리고 중요한 건, 봉사하는 마음 인 것 같아요. 돈을 벌러 나오는 직장이긴 하지만, 하나의 봉사라고도 생각해요. 오시는 분들 따뜻하게 대하고, 불편한 점 있으면 도와드리고. 봉사 정신과 사명감이 없으면 못 하죠. 





<현장 작업 후 사무실로 돌아가는 이석열 소장>  




한혜진 _      소장님 말씀 들어보니, 힘들겠지만 고인을 모시는 일은 특별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석열 _

그렇죠. 그중에서도 저희는 가장 마지막으로 모시는 거죠. 유가족들이 장례식장에서 3일 내내 고생하고 마지막에 장지에 오기 때문에 잠도 잘 못 자고 녹초가 된 상태라는 걸 알아요. 그래서 말 한마디도 조심하려고 노력해요. 작은 일에도 불쾌감을 느끼지 않고 편안하게 치르고 가실 수 있게 신경을 많이 씁니다. 




한혜진 _      그분들의 마음 상태까지 헤아리는 자상함이 느껴져요. 일은 많은가요? 평일, 주말 구분 없이 1년 내내 바쁘실 것 같은데. 



  이석열 _

1년 중에서는 6월 말부터 추석까지 벌초하느라 가장 바쁘고, 평일보다 주말에 더 바빠요. 작업하는 4개 팀이 돌아가면서 주말에 일한답니다. 주말에 직원들 쉬게 하고 제가 나오는 경우도 있어요. 어떨 땐 1년 내내 일요일에 한 번도 안 쉰 적도 있어요. 보통은 1년에 서 너 번 정도 일요일에 쉬는 것 같아요. 아까도 말씀드린 ‘봉사하는 마음’이 그래서 중요해요. 봉사하는 마음이 없으면 ‘쉬는 날도 없는데, 에이 때려치워야지’ 이렇게 생각할 수 있잖아요. 




한혜진 _      맞아요. 봉사에는 원래 관심이 많으셨어요? 



  이석열 _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어렸을 때부터 고생을 많이 했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남에게 베푸는 삶을 지향하면서 살아오게 된 것 같아요. 지금은 퇴근하면 노인복지관에서 배식 봉사도 하고 춘천 적십자 나눔 봉사대로도 활동하고,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춘천후원회도 맡고 있어요. 동네에서는 효자3동 11통장, 효자3동 방범대도 하고요. 얼마 전에 서류를 떼보니 2008년부터 2023년 8월까지 등록된 봉사활동 시간만 8641시간이더라고요. 






한혜진 _      엄청난 숫자네요. 40년을 경춘공원에 계셨으면 장묘문화가 변화하는 과정을 몸소 겪으셨겠어요 



  이석열 _

80년대, 90년대까지는 매장이 80%였는데 지금은 20% 정도로 줄었어요. 한 15년 전부터 화장 문화가 시작되면서 그 비율이 늘어나고 있어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우선 장례, 장묘 문화가 점점 간소화되고 있고 이제 매장할 땅이 부족하기도 해요. 묘원 자리가 부족해지니 올 초(23년 2월) 춘천시에서 저희 경춘공원과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어요. 춘천시민은 정상가에서 41%가 할인돼요. 전국적으로 묘원 수가 줄고 있으니 시민들을 위한 공간 확보를 위해 시에서도 노력하고 있는 거죠.



<이석열 소장의 가족 사진>









한혜진 _      여기 산불 조심 밑에는 뭐라고 적혀있는 거예요? 



  이석열 _

‘총알 같은 실행력과 귀신 같은 전략으로 뭉친 대한민국 1등 되자!’ 아침 조회 때 다 같이 외치는 구호예요. 단어와 문장은 함께 머리 맞대서 만든 거고요. 아침 조회에서 하루 작업에 대한 내용을 공유하고 저 구호를 조회 마지막에 외치면서 하루를 시작한답니다. 




한혜진 _      매일 저 구호를 외치면 기운이 정말 솟아나겠어요! 마지막 한마디 부탁드려요. 



  이석열 _

지금처럼 베풀면서 남은 여생도 봉사하며 살고 싶어요. 아내와 함께 봉사활동을 하기도 하지만, 가끔 너무 나대지 말라고도 해요(웃음).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어느새 40년이 흘렀는데, 가족들과 건강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