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80세대에게 강촌은 특별하다. 통기타를 둘러메고 비둘기호 열차에 올라 엠티를 가던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0년 12월 복선 철로가 놓이면서 강촌역이 옮겨졌다. 역사도 새로 지어졌다. 그 때문에 1939년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강촌역은 70년 만에 이름만 남았다. 엠티의 기억도 추억 속으로 사라졌다. 그렇다면 그 옛날 강촌역엔 지금 뭐가 있을까?
강촌역엔 구구리 공방이라는 주민문화공간이 생겼다. 이곳은 강촌의 활성화를 위해 만들어졌다. 구곡폭포 들어가는 구곡길을 옛날에는 구구리라고 불렀다. 현재 구구리 공방은 구구리에 있었던 공방을 옮겨온 것이다.
그 공간에서 80대에 접어든 김길순 할머니를 만났다. 김길순 할머니는 구구리 공방이 생기면서부터 이곳을 드나들었다. “옛날 사람들이 무슨 취미랄게 있나요. 먹고살기 바빴지요.” 취미라고는 없었던 할머니는 자녀들을 다 키워내고 혼자 소소하게 취미생활을 즐겨왔다. 처음에는 산에서 나무뿌리를 주워 장식품을 만들었다. 솔방울을 주워다가 장식용 솟대도 만들어 보다가 딸의 추천으로 평생교육관에 도예를 배우러 다니기 시작했다. 춘천 시내까지 가기에 교통이 불편해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구구리공방이 강촌역에 생긴다는 이야기를 듣고 바로 수강을 신청했다. 김길순 할머니는 구구리 공방에서 제 2의 인생을 시작했다. 도예작품을 만들며 취미생활을 남들과 공유하기 시작한 것이다. 강촌 상상마켓에서 판매자로 참가하기도 했다. 또 봄내길 걷기 여행 프리마켓에서 전시도 열었다. 우연히 시작한 도예가 어르신 인생에 잔잔한 물결을 일으킨 것 이다.
게다가 할머니의 취미생활을 응원하던 딸도 덩달아 도예를 시작하게 되었다. 할머니를 공방으로 태워드리며 어깨 너머로 지켜보던 딸도 도예에 관심이 생긴 것이다. 주변인들은 서로 투닥거려도 모녀가 함께 공방에서 작업하는 모습이 참 행복해 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김길순 할머니는 “강촌을 찾는 사람들이 줄어드는게 너무 안타깝다. 공방 이외에도 다양한 문화 시설이 이곳에 있었으면 좋겠다. 전처럼 많은 사람들이 강촌을 찾아주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남의 장단에 맞춰 춤추지 말라.” 70세가 넘어 유튜브를 시작한 박막례 할머니가 한 말이다. 김길순 할머니의 장단이 앞으로도 구구리 공방에서 신명나게 울려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