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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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95

2023-12
#도란도란 #봄내를꿈꾸다
#홍미나 주무관
“출근의 기쁨, 도움 되는 삶 살겠다는 목표 생겼죠”




하루 중 가장 행복한 때를 묻자, 직장에서 점심 먹고 차 한잔하는 달콤한 시간이라고 답한다. 누군가에겐 평범한 답변처럼 들리지만 중증장애인인 홍미나 주무관(44)이 간절히 바랐던 일상이다. 뇌성마비로 움직임에 제약이 있는 한쪽 입과 팔, 심리적인 문제까지 겹쳐 어린 시절부터 사회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지금의 밝은 홍미나 주무관에게서 떠올리기 힘들 정도로 어두운 시기였다. 그러나 어머니는 강했다. 초등학생일 땐 업고 다니며 학업을 마칠 수 있도록 도왔고, 상처받아 집에서 움츠려 있을 땐 대신 문을 두드렸다. 한식과 양식 자격증을 취득하고, 무수히 다양한 일을 해봤지만 늘 고되고 불안정한 업무 환경에 시달려야 했다. 어머니는 그녀 대신 시청을 찾았고, 장애인 일자리 사업을 소개받았다. “2009년 6월부터 12년 5개월 동안 행정 도우미를 했어요. 사회복지업무를 보조하거나 행정 도우미를 하다 보니 다양한 업무를 파악하게 됐죠.” 인수인계가 자주 이뤄지는 업무 공간에서 홍 주무관의 존재는 큰 힘이 됐다. 단순히 주어진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빈틈이 없도록 내 일을 찾아 하는 능동적인 직원이었다.


“보이는 장애를 갖고 있다 보니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어요. 건물 청소부터 식당 일, 설거지, 매표소와 매점 일, 애니메이션 채색 작업 등 해볼 수 있는 건 다 했죠. 그때는 장애인 일자리가 지금처럼 활성화되어 있지 않았어요. 제가 기관 홈페이지에 들어가는 일도 없고 정보에 취약해 공공 일자리 정보를 얻기 쉽지 않았죠.” 내가 누군갈 도울 수 있는 사람이라고 깨닫게 되자 홍 주무관의 삶에는 목표가 생겼다. 매일 출근할 수 있는 평범함이 따스하게 다가왔다. “평범한게 제일 어려워요. 한때 저는 제가 장애를 가져서 평범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불편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제가 동료를 잘 만난 것 같아요. 넌 할 수 있다고 말해주시고 믿었으니까요.”


일을 하다가 민원인에게 장애인을 처음 본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비장애인과 함께하는 업무 환경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의의는 특별하다. 나로 인해 사회의 인식을 바꾸고 싶다는 홍 주무관의 다짐은 다른 장애인에겐 또 다른 다리가 되어 준다. 홍 주무관이 일하는 모습을 보고 장애인인 자식의 상황을 설명하는 부모들도 있다. 이를 연결해 장애인일자리사업의 참여자가 되도록 소개하기도 했다고. 자신이 미리 겪어 본 어려움을 현재 느끼는 장애인에게 공감 속의 상담도 이어진다. 함께 일하고 싶은 동료로서 언제나 열심이었던 홍미나 주무관은 현재 춘천시청에서 일하는 임기제 공무원이다. 장애인 일자리 사업을 통해 그동안 쌓았던 경력과 좋은 업무 평가가 디딤돌이 되었다. “항상 고용이 불안했는데 좋은 기회에 감사하죠. 꿈도 목표도 없던 사람이 일하면서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자는 목표도 생겼네요.” 웃지 않으면 우울해 보일 듯해 늘 웃는 상이 되었다는 홍미나 주무관은 이제 밝은 미소로 다른 이들의 손과 발이 된다. 다르지 않은 삶을 위해 특별히 노력해야 했던 인생의 뜨거움이 연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