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부터 거리를 청소하며 주운 동전에 쌈짓돈을 더해 17년간 기부를 지속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춘천시 소속 환경미화원들. 그들의 따뜻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지난 10일 장학리에 있는 춘천시 청소지원센터를 찾았다. 이곳에서 기부와 봉사활동을 이끄는 박제성·박훈주·이월섭·홍인표 4명의 대원을 만났다.
<왼쪽부터 이월섭, 홍인표, 박훈주, 박제성 대원>
#2007년 어느 날,
새벽 강원대 후문 거리에서 근무하던 환경미화원 이월섭 대원은
거리를 청소하다가 100원짜리 동전을 주워 작업복 주머니에 넣었다.
새벽 작업 마친 그는 사무실에 돌아와 주머니에서 100원을 꺼내
사랑의 빵 저금통에 넣었다. 이를 본 동료들도 다음날부터 거리에서
주운 동전을 채워 넣기 시작했다. 동전 나눔이 시작된 첫날 풍경이다.
저금통은 하루 이틀 지나면서 금세 무거워졌다. 저금통의 공간이 줄어들수록 환경미화원들의 고민도 깊어졌다. 거리를 청소하면서 모은 동전과 십시일반 모은 정성을 어떻게 하면 좋은 일에 사용할 수 있을까 고민돼서였다.
이월섭 대원의 제안으로 시작된 동전 나눔은 월드비전에서 진행하는 지역 아동들을 위한 점심 나누기 행사에 보내는 것으로 첫 결실을 보았다. 첫해 환 경미화원들은 사랑의 빵 저금통 50개를 가득 채워 월드비전에 전달했다. 현금 사용이 줄어들면서 거리의 동전도 점차 사라졌지만, 이들은 후원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들의 주머니에서 더 많은 정성을 꺼내 본격적인 정기 후원에 나섰다.
사회적 약자들에게 마음이 쓰였어요. 지금은 환경공무직을 공개 채용하고 인식이 좋아졌지만, 저희 선배세대만 해도 힘들게 일하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환경미화원은 냄새난다고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식당도 있었고 청소부라고 무시를 당하기도 했답니다. 어려운 형편의 아이들, 양로원에 계신 어르신들 보면서 동병상련의 감정이 들었던 것 같아요. 저희가 하는 일이 지역 주민들과 밀접해요. 새벽 거리에 나가면 추운데 몸 녹이고 가라고 하는 가게도 있었고, 첫 근무지였던 중앙시장에서 좌판을 깔고 계셨던 아주머니께서 떡이며 옥수수 삶은 것을 나누어주신 기억도 남아있어요. 시민들의 마음이 따뜻하고 고마워서 우리도 지역사회와 나눌 수 있는 게 없을까 고민하다가 동전 기부를 떠올렸습니다.
< 월드비전 춘천종합사회복지관에 기부한 사랑의 빵 저금통 >
< 집수리 봉사활동 중인 '새벽을 여는 사람들' >
환경미화원들이 월드비전을 통해 후원한 아이는 6명으로 시작해 현재는 20명이다. 당시 초등학생 아이들은 벌써 대학생이 됐다. 아이들은 종종 환경미화원에게 편지를 보냈고, 가끔은 사무실로 얼굴도 보러오곤 했다. 홍인표 대원은 “아이들이 결국 우리의 미래니까 우리 지역의 어려운 어린이들을 도와보자고 뜻을 모았어요. 후원한 아이들로부터 생각지도 못한 편지를 받았을 때 보람을 많이 느꼈죠”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예전에는 자필로 그림 그리고 정겨운 편지가 왔는데 요즘 아이들은 워드로 쳐서 AI같은 편지를 보내기도 한다” 라며 “시대가 변해서 따스함은 덜하지만 아이들은 여전히 귀엽다”고 말하며 크게 웃었다.
"저는 곧 중학생이 돼요. 도움 주신 것 잊지 않고 열심히 살겠습니다."
이들의 선행은 나날이 늘어만 가고 있다. 연탄 기부와 배달, 신체장애인협회 명절선물전달, 요양원 배식·청소봉사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봉사를 이어가고 있다. 기부 경험을 자양분 삼아 ‘새벽을 여는 사람들’을 결성하기도 했다. 설비나 수리 기술이 있는 직원들이 모여 만든 봉사단체다. 지역사회 독거노인과 장애인을 위한 집수리 자원봉사를 통해 이웃사랑을 실천하 고 있다. 박훈주 대원은 “우리가 모이면 집 한 채는 뚝딱 만든다”라며 “사회에서 각자 하던 직업이 다양해서 모이면 해결 못 할 일이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특히 효자3동에서 근무하는 박제성 대원은 매일 3시간씩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새벽 6시부터 오전 10시까지 근무한다. 오후 근무가 시작되는 1시까지 3시간의 휴식시간이 주어진다. 박 대원이 그 시간을 활용해 매일 찾는 곳은 춘천시립요양원이다. 꿀 같은 휴식시간에 쉬고 싶지 않냐는 질문에 그 는 “아뇨, 재미있어요. 안 해본 사람은 몰라요. 하다 보니 더 즐겁고 보람돼서 계속 하는 거에요.”라고 답하며 환하게 웃었다. 박 대원의 얘기를 듣던 동료들은 껄껄 웃으며 “저건 병이죠” 라고 말하면서도 엄지를 치켜세웠다.
2007년 140만원으로 시작한 후원금은 2022년 660만원이 되었고 올해는 춘천시 환경미화원 127명에 다른 부서 공무직들까지 함께 참여한 덕분에 1200만원을 기부할 예정입니다.
환경미화원이라는 시민들의 인식을 바꿔보고 싶었어요. 우리가 못 배우고 못 사는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 시민으로서 의미 있는 활동도 한다고요. 시작은 그랬지만 습관이 됐어요. 봉사가 중독되더라고요. 일이라고 생각하면 못하죠. 재미있어서 하는 거예요. 하루를 최선을 다한 만큼 보람있게 잠들 수 있어요. 이월섭 대원은 “저희 이야기를 듣고 다른 곳에서도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어려운 이웃들에게 관심을 기울이면 좋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쓰레기는 일몰 후에 배출하고, 불법 폐기물 내놓지 말고, 소각용과 매립용 봉투를 정확히 사용해 주시는 것만 지켜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야간에 쓰레기를 싹 치워 놓으면 온종일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는데, 아침에 내놓으면 도시 미관을 해칩니다. 바람이라도 불면 스티로폼 상자가 날라다니고, 잘게 부서져 미세플라스틱의 주범이 돼요. 또 가을이면 낙엽 치워 달라는 민원이 많아요. 오전 내내 낙엽을 쓸어도 점심을 먹고 현장에 복귀하면 또다시 낙엽 천지가 됩니다. 쓸고 쓸어도 끝이 없는 낙엽, 가을 시즌 만큼은 시민들의 이해가 필요해요.
마당 풀섶마다 하얗게 서리꽃이 앉은 겨울 새벽부터 춘천의 거리를 아름답게 지키기 위해 움직이는 환경미화원분들의 온 기가 춘천에 가득 퍼져나가기를. 올 겨울은 모두 따뜻했으면 좋겠습니다.
* 인터뷰는 장학리 <카페 예와생>에서 진행되었습니다.
* 취재에 도움을 주신 월드비전 춘천종합사회복지관 오요셉 사회복지사님께 감사드립니다.